김용의 녹정기라는 무협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주인공 위소보는 반청복명을 위해 활약하는 비밀결사단체, 즉 독립운동하는
그런 모임의 일원인데요.
청나라의 강희제에게 접근하여 황제의 심복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런데 강희제가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인성도 나쁘지 않고 말그대로 성군의 자질을
갖춘 황제라는 것을 알게 되자 지금 이대로 좋다고 생각하여 위소보는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습니다.
자금성의 용상에 앉아 있는 황제가 한인이면 어떻고 만주인이면 어때? 백성이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면 그만이지.
저에겐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었네요.
만약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능력 좋고 정치를 잘한다고 해서
총독이 조선인이면 어떻고 일본인이면 어때?
라는 식의 대사를 넣고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 작품을 쓴 작가는 아마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과 손가락질을 당했을 것 같습니다.
이게 한국과 중국의 차이인건가요?
김용은 무슨 베짱으로 저런 내용의 소설을 쓴건가요? 중국은 정서가 한국과 판이하게 달라서
저런 작품도 용납이 되는 걸까요?
참 미스테리합니다.
녹정기를 썼다는 이유로 김용 선생이 테러를 당했다던가 뭐 그런 뉴스도 접한 적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