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조선이라 말하면 참으로 아득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오래된 시대이며 무엇하나 속시원히 밝혀진 것이 없다. 그나마 고조선에 대해 알아보려면 한국의 사서가 아닌 중국의 사서, 삼국지나 후한서등의 동이전을 봐야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오래된 역사이다.
그런데 중국 역사를 보면 춘추시대나 전국시대 그리고 시황제의 통일 진의 멸망 및 초한시대를 거쳐 한의 성립까지 고조선과 같은 시간대에 존재했던 이 엄청나게 오래된 역사를 약간 과장하면 손금보듯이 알 수가 있다.
그 유명한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가 엮어내는 와신상담의 고사, 초장왕의 이야기, 제환공의 이야기, 진문공의 이야기,관중과 포숙의 우정, 오자서의 복수, 시황제를 암살하려던 자객 형가의 이야기등등......무려 2500여년전의 역사가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숨쉬고 있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고조선이 한무제의 침공으로 멸망하던 때보다 수백년전에 일어난 사건들이 바로 얼마전의 사건같은 느낌이 든다.
바로 이것이 사서의 힘이다. 그리고 사마천의 사기가 위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마천의 사기 이후 수많은 정사가 편찬되어 그 중 엄선된 25가지의 정사를 흔히 25사라 하여 중국 삼천년의 역사를 정의하고 있지만 그 으뜸은 바로 사마천의 사기이며 이후 편찬된 모든 역사서의 기본이 된 역사서이다.
기전체라 불리는 역사 서술의 방식. 황제의 역사인 본기. 제후의 역사인 세가. 그리고 수많은 민중의 일화를 다룬 열전으로 나누어 역사를 서술하는 이 방식은 사기 이후 정사를 기록하는 하나의 전범이 되었고 우리의 삼국사기나 고려사등도 이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사기가 특히 뛰어난 점은 그 열전의 방대함에 있다.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황제나 제후의 삶에 치우치기 쉬우나 사마천은 본기나 세가보다 역사속에 흔적없이 묻히기 쉬운 민중의 삶에 특히 공을 들여 중국 전토를 돌며 취재하고 조사하여 본기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열전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천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들은 바로 중국의 역사가 되었고 중국의 문화가 되었으며 중국인의 자부심이 되었다.
한 인간이 치욕과 고난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생을 바쳐 완성해낸 하나의 역사서가 후세에 끼친 영향을 보면 참으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