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웠던 역사학자라면 한국사의 이기백, 서양사의 차하순...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을 통해 왕조가 아닌 지배계층의 변화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바라보았고...그러면서 결국 민중이 지배층으로 올라가야 하는게 우리 역사 흐름의 순리로 보기도 했었던 같음.
그리고 차하순 교수의 저서(편저)인 '사관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인식이나 역사철학, 역사해석 등 역사를 보는 눈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쬐끔 이해했다고나 할까? 여러 사관 중 소위 기독교 사관은 정말 내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고 함석헌 옹의 강연을 듣고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했고...그리고 근대사로 '해방전후사의 인식'도 역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갖을 수 있었던 것 같음.
하지만 가장 영향을 받은 책이라면 바로 E.H.카(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 원서로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를 정도 여러 번 읽었고 ... 그러면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History is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의 의미에서 역사는 과거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보다 건전하고 균형잡힌 전망이 왜 필요한가를 이해하기도 했던...
이러한 역사 공부의 기반 속에서 나의 역사에 대한 관점에 있어 소위 식민사관의 이론적 틀이 되었던 랑케식 또는 메이지(명치)나 다이쇼(대정) 시대 일본의 실증주의 사관의 문제점을 보기도 했는데...요즘 가생이에 올라오는 글 들을 보면 유사사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사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듯한... 그 결과 사관(historical perspective)같은 것은 안 보이고 오로지 사료 타령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눈에 많이 거슬림...
이 들 주장이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만 이런 미시적인 것으로 거시적인 역사적 관점을 대체하여 역사를 규정하려는 것을 보면서...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역사를 보고자 하는지...출처 찾기에 재미들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잘 모르는 사서에 접근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무한한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솔직히 나같은 성정에서는 이해가 잘 안가기도...
어쨌든...비록 우리의 상고사 내지 고대사에 한정되기는 하지만...사료나 출처대는 것을 너무들 좋아해서...아마추어 들의 토론장에서까지 당연한 듯 출처난 근거를 요구하는 이들이 보는 역사는 도대체 무엇인지? 정말 위치를 추정(말이 좋아 비정이지 어설픈 추정에 지나지 않는...) 따위나 관련 문헌의 출처를 대는 것이 역사로 보는건가? 솔직히 그렇게 역사를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음. 마치 가생이가 무슨 논문 발표장 같이 몰아가는 것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고나 할까? 하기야 여기 말고 다른 역사 사이트도 비슷...어쩌면 여기 가생이보다 더 심하기도 한 것 같지만...
역사는 기술적 방법론의 적합성 보다는 역사를 보는 시각이 우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음. 구체적으로 일제시대의 식민사관 내지 실증주의 사관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그들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서 갑론을박 하려는 것이나 춘추필법의 중국사서의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이는 마치 '코끼리 생각하지마'하더라도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경우...사료에 대한 비판적 시각 같은 얘기도 하지만...글쎄? 아무리 비판해도 그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사료나 출처를 댈 수 있는 것만이 학술적이고 객관적 접근법이라고 인식하는 몽매함은 또 무엇인지...
이런 사람 들에게는 역사를 공부하기 전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먼저일 듯 ... 특히 철학적 인식론이나 존재론같은...그런 다음 역사적 사료를 해석해야 맹목적인 사료 해석이나 글자나 문장을 통한 의미없는 추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출처 좋아하는 사람 들은 아마도 동의하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