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우리나라 강토를 강점하고 민족을 유린한 일본은 식민통치 영구화를 위해 다시 조선총독부 산하에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하고 조선역사를 말살 했다. 이때 우리역사의 뿌리 단군조선을 잘라내고 우리역사의 강역을 압록강 안으로 축소하고 우리민족의 민족성을 분열을 일삼는 열등민족으로 왜곡하여 단절, 축소, 왜곡의 식민사관을 형성했다.
식민사관의 핵심은 단군조선 신화설, 대동강 낙랑설이다. 일제는 단군조선은 야사인 ‘삼국유사’에 나오고 정사에는 나오지 않으니 실제 역사가 아닌 신화라고 하였다. 그러나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 단군을 고조선의 국조라고 기록한 내용이 무려 130여 곳에 나온다.
일제는 대동강 유역 토성리에서 한나라시대 유물이 발굴되자 그것을 빌미로 낙랑유물이 출토되었다고 주장하며 대동강 낙랑설, 한사군 한반도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씨조선이 한반도에서 건국되기 이전의 중국 자료에는 고조선이나 한사군이 대동강 유역에 있었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전한서’ 가연지전에는 “한무제가 동쪽으로 갈석산을 지나 낙랑군을 설치했다.”고 했다. 이는 낙랑군이 중국의 하북성 동쪽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자료이다.
‘산해경’에는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 있다.”고 하였다. 이는 상고시대에 고조선이 발해만 부근에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송나라시대에 국가에서 편찬한 ‘무경총요’에는 “북경 북쪽에서 고북구를 가는 중간에 조선하朝鮮河가 있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북경지역이 고조선과 무관하다면 왜 1천 여 년 전 북경 부근을 흐르는 강의 이름이 조선하였겠는가.
1500년 전 오늘의 북경 부근에서 활동한 선비족 모용은慕容恩의 비문에는 “선비족이 삼국시대에 하북성 요서에서 건국하기 전 고조선이 거기서 최초로 건국 했다.”고 적혀 있다. 모용은의 비문이 조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강단사학은 지난 70년 동안 이런 고조선과 낙랑군이 중국 하북성 동쪽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문헌연구는 도외시하였다. 그리고 오로지 일본이 낙랑유물로 가장한 대동강 유역 토성리 유물을 내세우며, 고조선과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다는, 즉 2000년 전부터 한반도는 중국의 식민지였다는 일본의 실증을 가장한 위증 논리를 수호하는데 충실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역사학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망언을 해도 반론 한마디 못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역사학, 중국의 동북공정을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뒷받침하는 반민족적 역사학으로 전락된 것이다.
현대사 논쟁은 공간적으로 남한과 북한, 그리고 시간적으로 광복 후 70년 역사에 국한된다. 그러나 고대사논쟁은 차원이 다르다. 훨씬 사안이 중차대하다.
첫째 고조선의 서쪽강역이 압록강 유역이냐 하북성의 갈석산 부근이냐 하는, 즉 공간적으로 한국사가 대륙사인가 반도사인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둘째 고조선이 4300년 전에 단군에 의해 건국된 동아시아 역사문화 선진국이냐 아니면 단군조선은 단지 신화에 불과하고 일본의 건국보다 300년이 뒤진,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에 중국의 연나라 사람 위만이 건국한 위만조선이 비로소 실재한 국가이냐 하는 것이다. 즉 고조선 건국의 상한이 4300년 전이냐 2300년 전이냐 하는, 시간적으로 20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의 존폐가 여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적폐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나라 적폐청산의 대상 1호가 실증을 가장한 위증사학이라고 본다. 조선사편수회의 역사관을 계승한 위증사학 집단을 그대로 두고서는 역사가 바로설 수 없다. 역사가 바로서지 않고 어떻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사마광은 중국역사를 정치적 시각에서 총 정리한 ‘자치통감’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모택동이 죽을 때 까지 머리맡에 두고 평생을 애독했던 책이다. 사마광은 이 책 서문에서 정치지도자의 요체를 명明과 단斷 두 글자로 요약했다.
‘명’은 사물을 바라보는 밝은 혜안을 뜻하고 ‘단’은 일을 추진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가리킨다. 밝은 혜안이 아니고서는 수 십 년 동안 쌓인 적폐에서 무엇이 진짜 적폐인지 가려내기 어렵고 과감한 결단력이 아니고서는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바른길로 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수 십 년을 끌어온 한국 고대사 논쟁은 문재인 대통령의 ‘명’과 ‘단’을 시험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실패도 여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역사는 곧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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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심백강. 역사학 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