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을 말하기 전에 우선 두사람을 소개하겠다.
미국 현지에서 당사자인 우리보다 더 열정적으로 위안부(sex slave) 할머니들의 인권을 대변해준 일본계 미국인 혼다 의원.
현재 스위스에 거주중이면서 일본 방사능 사태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외교관 출신 일본인.
반면 일본 본토에서 이들과 정 반대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현재 일본 고위층들과 다수의 일본인들.
why?
혼다 의원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조국을 미국이라 믿는 사람이다.
스위스에 거주하는 일본인 역시 본심은 모르지만, 드러난것만 보면 오랜 스위스 생활로 스위스에 동화된 사람이다.
즉 이 두사람은 dna만 일본인이지 사상과 문화와 가치관은 일본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하는가? 일본인들을 하나로 묶고 자신이 일본인이라 믿게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난 그 이유가 천황제라고 생각한다.
천황은 일본의 군주 호칭이다. 하지만 천황제는 인류 보편적인 군주제와 아주 다르다.
보통 인류 역사의 흐름은 민심을 얼마나 더 현실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한다.
군주제는 문명의 더딘 발전때문에 생기는 시공간의 제약으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과정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민심을 반영하고 묶기 위해 왕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시적이면서 제한적인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 무능하거나 제 구실을 못하면, 뛰어난 능력과 인격을 지닌 누군가가 새로운 왕조를 여는 과정을 반복해온것이다.
하지만 천황제는 다르다.
일본인 스스로 만세 일계라 자랑하듯.
일본에 군주제가 처음 등장한 이후 단 한번도 왕조 교체가 일어나지 않고 하나의 왕조가 이어져 온것이다.
즉 천황제는 군주제로 볼때는 가장 완벽하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가장 완벽하다고 해서 그게 일본과 일본인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현실로 보면 재앙에 가깝다.
우선 문제가 되는게 일본의 역사다. 일본인들은 태어나고 늙고 죽어가면서 천 여년이 흘렀지만, 천황 일가는 영원 불멸이다.
즉 일본의 역사와 함께 해온게 천황 일가이고, 현재 일본인들은 언젠가 죽어도 천황 일가는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이건 다시 말하면 일본의 역사는 곧 천황 일가의 역사라는 의미라고 할수 있다. 천황이 사라지면 그것은 일본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일본인들은 역사=천황=국가=신이라고 믿는다고 할수 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일본인들은 모든것을 천황에 맞춰 생각하고 살아간다. 천황을 보호하고 천황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 곧 일본의 역사와 국가를 지키는 거라고 믿는것이다.
현재 일본 총리를 포함한 일본 극우들과 다수의 일본인들은 이런 가치관을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가치관은 어떤 결과를 부르게 될까?
일본인들을 자신들이 무슨 죄를 짓어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무감각하게 만든다.
나쁘게 말하면 자신이 뭘 하든 천황의 뒤에 숨어서 모든건 천황을 위했다는 이유를 대기만 하면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비난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인이 아닌 다른 민족이나 다른 집단에게는 그런 이유가 통하지 않는다. 천황은 일본인들의 천황이지 자신들의 왕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왕조는 최소 백년에서 몇 백년 단위로 늘 바껴왔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그렇게 까지 신처럼 우러러 보며 섬겨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일본인들을 격분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천황은 최소 백년마다 바뀌는 왕따위가 아니라 일본 역사 그 자체이면서 일본이라는 국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즉 일본인들에게 있어 조금이라도 천황이 욕을 먹는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역사가 부정되고 자신들의 국가가 모욕 당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천황은 고결하고 위대한 존재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주변국들의 사과 요구나 손해 배상 요구를 인정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런 요구를 인정한 순간, 천황은 다른 민족을 학살한 학살자이자, 2차대전의 전범이 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역사=국가=천황으로 믿는 일본인들로써는 피해야만 하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천황을 보호해야 한다.
일본 본토는 물론이고, 해외 거주하는 일본인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고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천황을 보호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미국 거주 일본인들이 종군 위안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라고 생각한다.
또 맥아더장군이 일본인들을 5살 어린얘같다고 비꼰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이나 스위스 거주 일본인은 그런 천황제의 노예로 사는 것과 일본이라는 나라를 거부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성을 되찾게 되었다.
정말로 슬픈 비극이면서도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기분 참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