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혼란속에서 무굴은 점차 약해졌고, 기어이 델리 함락으로 결정타를 받았다. 페르시아 아프샤르 왕조의 전투 기계 나디르 샤가 1739년 델리 근처에서 무함마드 샤의 무굴 제국군을 대파하고, 델리로 입성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약탈한 뒤, 무굴 제국은 실질적으로는 망했다. 실질적인 행정력이 미치는 지역이 수도인 델리밖에 없는, 그야말로 동주나 신성로마제국, 후삼국시대 후기의 신라 같은 처지가 되었고, 인도 각지는 마라타 왕국, 마이소르 왕국, 하이데바라드 왕국 등의 힌두계 왕국들이 나누어 접수한다.
이 틈을 노린 영국은 1757년의 플라시 전투(7년 전쟁의 인도 전역)에서 프랑스에 승리한 이래 동인도 회사를 내세워 소왕국들을 회유·정복하면서 인도를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영국의 꼭두각시가 된 18세기, 19세기 사이에도 무굴 제국은 명목상으로나마 백여년간이나 존속할 수 있었지만, 바하두르 샤 2세가 세포이 항쟁을 뒤에서 지원하자 영국은 공식적으로 무굴 제국을 폐지시켰다(1857년). 그렇게 인도 최후의 왕조인 무굴 제국은 330년만에 멸망했다.
이렇게 무굴 제국을 없애고 나머지 남인도 및 스리랑카, 심지어 버마까지 병합한 영국은 전 인도를 아우르는 단일 식민 통치 기구인 인도 제국을 1877년 수립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