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IT 붕괴..삼성 때문?"..삼성때리기 점입가경
[대만 언론, 삼성의 '대만 멸망계획' 음모론 이어 HTC 음해 의혹까지 제기]
대만 언론의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최근 ‘삼성전자가 대만 IT산업을 멸망시키기 위한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며 삼성비난에 열을 쏟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대만 HTC 관련 비난 댓글을 인터넷에서 유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해 놓은 상태다. 특히 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공개적인 압박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경쟁사를 비방하지 않는 원칙을 준수해 왔다”며 “공정위로부터 아직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고 16일 밝혔다.
대만언론의 삼성 때기리기 본격화된 것은 지난 3월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만의 주요 주간지 ‘금주간(今周刊)’은 ‘삼성전자의 대만 멸망계획’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과거 삼성에 근무했던 대만인 간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2008년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회의에서 ‘대만의 IT산업을 순서대로 쳐부술 것’이라는 방침이 내려졌고 최근 대만의 D램과 액정표시장치(LCD)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삼성 때문이라는 게 골자다.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대만의 D램과 LCD 패널 업체들의 약진을 염려한 삼성전자가 대만에 많은 간부를 파견해 IT산업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멸망계획’을 세웠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담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업체인 파워칩과 프로모스 등이 지난해 상장폐지된 것과 LCD 업체인 이노룩스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도 모두 삼성의 치밀한 계획 때문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HTC를 조직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공정위가 삼성전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란 보도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대만 언론의 삼성 때리기에 대해 국내 업체들은 일종의 ‘분풀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한 때 세계 시장에서 잠시 빛을 봤던 대만 D램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LCD산업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히트를 치면서 HTC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하자 반성보다는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TC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한 때 세계 5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글로벌 IT업계에서도 대만 전자업체들의 몰락이 삼성전자 때문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이토 싱고 미즈호종합연구소 아시아조사부 실장은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 조기 성장을 목표로 하는 대만의 따라잡기식 사업모델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내부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 모리스 창 회장은 대만 IT기업간 제휴론에 대해 “대만에는 스마트폰에도, LCD 패널에도 대기업이 존재한다. 각 업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삼성을 앞지르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안이한 제휴론을 경계했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