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왕내제(外王內帝)란 말을 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언뜻 듣기엔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그런데 곰곰히 곱씹어보면 이것만큼 웃기는 말이 없다.
일단 그 뜻은 말 그대로 대외적으로는 왕국으로 행세하지만 안으로는 황제국처럼 행세한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결국 저 말은 대외적으로는 진짜 황제국이 무서워서 감히 스스로 황제국이라 칭하지는 못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저네들끼리 황제놀이를 한다라는 뜻이다...말 그대로 그냥 황제놀이다....ㅎㅎ
황제국이 뭔가...주변에 속국을 거느리고 그들로부터 조공을 받고 그 댓가로 책봉을 해주는 국가다.
주변국 왕들이 황제국의 조정에 입조하여 스스로 황제의 신하임을 인정하는 형식을 취하고 황제는 그 댓가로 그들을 자신의 신하인 왕으로 인정해주는 의례인 책봉을 해주는 것이 바로 황제국이다.
황제국이란 말 자체에 이미 대외적이지 않으면 도저히 황제국이라 할 수가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외왕내제(外王內帝)란다...ㅎㅎ
대외적으로는 황제국의 신하임을 인정하며 안으로는 안 들키게 저네들끼리 황제놀이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웃기고 비참한 말인가...
얼마나 자국 역사에 대한 열등감에 찌들었으면 저런 웃기고 비참한 단어를 만들어 사용할까...그렇게도 황제란 단어에 한이 맺힌걸까...
못난 어그로 후손들이 외왕내제(外王內帝)란 비참한 단어를 유행시키지만 실제 고려의 왕들 중 그들이 죽고나서 받게 되는 시호에 황제라 불린 이는 없다.
고려의 왕들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광종도 시호는 대왕이었다.
정효공주의 묘지명에 나타난 발해의 문왕도 그 시호는 대왕이었다.
고려나 발해나 가끔 자존감 센 왕들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일시적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죽고 나서 받게 되는 시호는 어김없이 대왕이었다. 황제란 시호를 받은 그 어떤 왕도 없었다.
우리 선조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결코 황제국이 아니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왕내제(外王內帝)란 말 쓰지 말자...이것처럼 웃기고 비참한 단어가 또 어디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