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상장사 절반 1400개사 거래정지 신청…비관론 확산
입력 2015-07-08 11:02:37 | 수정 2015-07-08 11:02:37
"폭락증시서 잠시 대피"…선전증시 중소기업·IT기업 정지요청 많아
중국 증시의 폭락세가 이어지자 절반에 이르는 상장사가 스스로 거래정지를 신청했다.
8일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천800여개 기업 가운데 6일까지 모두 800여개 기업이 거래중단을 신청한데 이어 7일에도 모두 600여개 기업이 8일 거래정지를 신청했다.
이는 두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50%를 넘는 수치다.
◇후강퉁발(發) 주가 폭등
상하이 증시는 지난 2007년 10월 16일 사상 최고점(6092.06)을 찍은 이후 장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8년 11월엔 1700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변화의 계기가 생겼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방 차원에서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주식 매매)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7일 후강퉁이 시행됐고, 5일 뒤인 22일엔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해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상하이 주식시장은 지난달 12일 5166.36으로 고점을 찍기 전까지 1년간 151% 넘게 급등했다. 중국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달러(약 1경1178조원)를 넘어서 미국(25조달러)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 미국 제이라이온스 운용사의 데이나 라이온스 애널리스트는 “상하이 증시는 1년 전만 해도 일평균 가격 변동성이 1%를 밑돌았는데 최근 이 비율이 5%까지 치솟았다”면서 “상하이 고속열차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날뛰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실물경제는 갈수록 둔화하는데 기업 주가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며 중국 증시를 ‘카지노판’에 비유했다. 채권왕(王)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도 지난달 초 “중국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며, 미래 성장성이 결코 현재 증시 수준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보다 더 파장 큰 중국 증시
그럼에도 시중 자금은 증시에 계속 몰렸다. 주식 광풍(狂風)이 중국 대륙을 휩쓸었다. 지난달 중국 내 주식 투자자 수는 공산당원(8700만명)보다 많은 9000만명을 기록했다. 남루한 차림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이 지하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주식을 이야기하고, 수업 시간에 주식 투자에 열중하는 대학생이 많아 정상적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중국 증시의 하루 평균 신용 거래 비중은 지난해 말 890억위안에서 지난달 최고 1750억위안으로 불과 반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러다 중국 정부가 최대 200%까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한, 이른바 ‘우산(umbrella)신탁’ 감독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때마침 지난달 18~19일에 무더기로 실시된 기업공개(IPO)에 현금 11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돈이 묶였다. ‘팔자’가 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담보가 부족해진 우산신탁과 불법 장외 신용 자금이 일시에 청산됐고, 이 과정에서 공포에 질린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져 시장이 더 크게 출렁거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신용 거래 후유증이 증시 불안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인민은행이 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했지만 주가 하락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1일엔 주식 거래 관련 비용인 거래 수수료와 명의 변경료를 30~33% 인하하기로 했지만 주가는 더 하락했다. 전우석 대신자산운용 본부장은 “지금까지 중국 증시는 정부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아대는 것에 따라 잘 움직여왔지만 지금은 정부가 정책을 쏟아내도 덩치가 너무 커져 효과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중국 증시 급락이 향후 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파급돼 ‘수요 쇼크’가 나타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9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주식 투자자의 상당수는 신용 거래를 하는데, 주가가 급락하면 빚 갚느라 소비 지출을 줄일 공산이 크다. 강 본부장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 갑작스럽게 수요가 줄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리스는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중국은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위험성 면에서 가장 주시해야 할 국가”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 패닉 후폭풍…"경제성장률 0.5~1%P 하락 부작용"
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上海), 선전 두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직후 173개 상장 기업이 추가로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940여개의 종목이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두 거래소 상장 종목의 30% 이상이 거래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기업이 요구할 경우 주식 거래 정지가 가능하다. 기업들은 주가 폭락 상황이 계속되자 '중대 사업 계획중' 등의 갖가지 이유를 대고 거래 정지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7년래 최고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중국 주식시장이 갑작스런 투매로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시가총액 3조달러가 순식간에 증발한 후폭풍이다.
해외 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충격도 크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날 장중 5% 빠졌다. 주가는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최저다. 또 다른 뉴욕 상장 전자상거래기업 징둥(JD)닷컴 역시 이날 주가가 4%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은 중국발 충격에 폭락 중이다. 특히 '닥터 코퍼'로 불리며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의 폭락이 두드러졌다.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톤당 5339달러에 거래됐다. 가격은 지난 이틀간 8.4%나 떨어졌다. 구리 외 알루미늄, 납, 니켈, 아연 등 다른 산업용 원자재들도 모두 맥을 못 추고 있다.
원자재 시장 충격은 중국의 증시 붕괴가 경기 불황으로 이어져 중국이 '원자재 블랙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커졌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웨이야오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주식시장 붕괴로 향후 1년간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1%포인트 낮아지는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HSBC은행은 지난 5월 말 기준 일반 가구의 평균 자산 대비 주식투자 비중이 13%를 기록했다며 이것은 지난해 말 10% 보다 높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천만 그리스 투표에 이목이 쏠리면서 유럽 경제 어쩌고
할때 정작 그런 그리스 지디피보다 십수배 더 큰 폭락장을 거듭하고
있는 짱국의 버블 증시 폭락과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