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초원 최초의 기마군단 '스키타이'에 이어 '흉노'의 기마군단이 기원전 3세기 말 몽골고원을 통일하고 최초의 스텝제국을 세웠다. '두만'과 그의 아들 '묵특' 시대에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한 흉노제국은 기마군단 특유의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하면서 단시간에 몽골고원-북중국-중앙아시아 등에 걸쳐 600만㎢를 넘는 초강대국을 건설했다.
흉노제국은 분열되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나, 300년 후인 4세기경 홀연히 '훈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여 유럽 중심부를 강타한다. 이들은 유럽을 초토화시켜 '게르만민족의 대이동'을 촉발하는 등 세계사를 뒤흔들었다. 이렇게 흉노는 기마유목제국의 전형이 되었고, 이후 수많은 초원제국이 역사에 등장한다.
몽골인들은 흉노가 몽골 땅에 세워진 그들의 고대국가라 한다. 중국인들은 흉노를 야만적이고 잔인한 공포의 대상으로 보았다. 진시황, 한고조, 한무제 등 국력의 전성기 때조차도 흉노를 막아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에 흉노의 침입을 경계하는 말이며, 노역자 60%가 현장에서 죽은 만리장성이 이때 등장했다. 그러나 터키를 세운 투르크인이 흉노를 보는 시각은 특별하다. 자기들은 몽골고원에서 유래했고, 조상이 세운 최초 국가가 흉노이며, 그 후예가 서진하여 유럽에 세운 국가가 '훈제국'이라 한다.
그런데 흉노와 한민족 고대역사의 관계가 범상치 않다. 중국은 흉노를 호(胡), 고조선과 선비 등을 동호(東胡)라 불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흉노는 고조선의 속주… 흉노는 우리에게서 분리된 동족이다'라고 했다.
'한서'는 고조선이 흉노의 왼팔이라 한다. '사기' 흉노열전은 묵특이 당시 최강국 동호를 격파하고 빼앗겼던 땅을 회복했다 했는데, 이 동호가 고조선 일부다. 흉노와 한민족 문화에서는 유적, 유물, 풍속 등에서 많은 친연성이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 TV는 흉노 후예 훈족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신라 기마인물형토기 형태가 훈족의 이동경로에서만 발견된다며 훈족의 원래 고향이 아시아대륙 최동단(경주)일 수 있다고 방송해 세인을 놀라게 했다.
고고학적 유물과 유적 등의 발굴과 연구가 이어져 흉노인들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과 한민족 고대역사와의 관계가 밝혀졌으면 하는 기대가 기마유목민의 삶의 터전인 유라시아 대초원 여행을 계속하고자 하는 큰 이유다.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875695
잘보고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