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계변무
(宗系辨誣)란 무엇일까?
그건 명나라의 법전 대명회통에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의 권신 이인임의 아들이라 기록되어 그걸 수정하기 위해 조선이 200여년의 시간동안 명나라를 상대로 끝없는 사정과 호소를 통해 선조대에 마침내 그 오류를 수정하여 이성계가 이자춘의 아들로 기록되게 한 사건을 말한다.
물론 오늘날에도 우리의 역사가 외국교과서에 엉뚱하게 적혀있을때 그 오류를 시정하려 노력하듯이 당시 조선 역시 그 문제는 도저히 그들로선 한순간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자신들의 태조의 세계가 잘 못 기록되었다는 사실과 그 오류가 그들의 종주국이자 하늘이었던 명나라의 공식법전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임금이 되거나 세자를 세우거나 왕비를 맞아들이거나 모든 국가적 대사에 명의 책봉을 받는 것을 자신들의 정통성을 세우는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하던 상황에서 명의 공식법전에 조선 태조의 아버지가 이인임으로 기록되어 있는 사실은 조선으로 하여금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 동원하여 그 오류를 수정하는 것을 최우선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 오류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대를 이어 끝없이 이어지는 대명 외교전, 물론 외교라 할 것도 없는 끝없는 굴욕적인 호소와 눈물어린 읍소로 점철된 간절한 사정이었지만 명나라는 콧방귀만 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명나라한테 이 종계변무 카드는 조선을 길들이는 가장 위력적인 패였으며 명나라 신하 개개인들에게도 조선에 사신으로 갈 때나 조선 사신을 만나거나 하면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화수분과 같은 도깨비방망이였던 것이다.
물론 조선의 국력이 명나라와 비슷하거나 적어도 무시못할 정도였다면 감히 명나라도 이런 장난질을 치지 못하고 금방 수정해 주었겠지만 조선은 전혀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명에 대한 강력한 항의가 아니라 그냥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좀 고쳐달라고 사정하는 것 뿐이니 그 때 그 때 될 것처럼 변죽만 올려주면 끝없이 재물이 쏟아지는 마당에 명나라가 쉽게 고쳐 줄 리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 무려 200년이 걸렸다. ㅎㅎ
선조대에 이르러 대명회전을 수정하여 중수대명회전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선은 모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명나라에 눈물어린 간절한 읍소를 통해 마침내 수정해 주겠다는 황제의 허락을 받아내고 그 동안 수고했다는 황제의 칭찬까지 받아낸다. ㅎㅎ
얼마나 기뻣을지 눈에 선하다.
황제의 허락을 받고도 수정된 대명회전이 발간될 때까지 조선은 그야말로 노심초사 그 자체였으며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까 전전긍긍이었다.
정식발간 될때까지 기다리다 못해 유홍이란 신하로 하여금 명의 예부에 가서 미리 그 변경된 부분을 확인하고 오라했으나 명의 예부는 황제가 아직 보기 전이니 보여줄 수 없다고 했고 이에 유홍과 그 일행은 피눈물을 흘리며 호소를 거듭해 마침내 그 충절에 감동한 예부에서 변경된 부분을 확인해 주었다는 사실이 실록에도 고스란히 실려있다.
이렇듯 종계변무는 조선왕조의 최대 외교적 숙원사업이었으며 이 웃지 못 할 사건이 해결되는데 무려 200여년이 걸렸다는데 황당함과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