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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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 기자 200여명이 모이는 저녁 연회(파티)에 초청을 받았다. '제1회 언론의 밤(媒體之夜)'이라고 찍힌 초청장에는 정장을 입고 오라는 당부도 있었다. 궁금했다. 어떤 중국 음식과 차, 술이 나올까. 어떤 중국 곡이 연주될까. 어떤 주제로 토론이 벌어질까. 5년 전 타이베이(臺北)에서 대만 친구들과 큰 주전자에 국화차를 가득 담아놓고 밤새 대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얘기를 듣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러나 이런 기대는 연회장의 문을 여는 순간 깨졌다. 어깨를 훤히 드러낸 '파티복' 차림의 여성과 얇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푼 남성이 강남 나이트클럽 같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빠른 비트 음악 속에 와인과 치즈를 나르는 종업원의 발걸음이 바빴다. 잘못 찾아온 줄 알고 나가려고 했더니 초청한 중국 기자가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모두 기자가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럼 기자의 밤에 누가 오느냐"고 반문했다. 사회는 관영 CCTV의 여자 앵커가 맡았다. 역시 파티복 차림이다. 미국 TV의 쇼 프로그램처럼 진행했다. 모든 식사와 술, 경품은 무료였다. 중국 인터넷기업 텅쉰(騰訊) 등이 후원했다.
↑ [조선일보]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친구에게 "중국식은 없고 미국식만 보인다"고 했더니 "요즘 '아메리칸 스타일'이 유행이다. 중국식은 아웃(Out)"이라고 말했다. 영어 단어 '아웃(Out)'은 중국 인터넷이나 드라마 등에서 '낡은', '시대에 뒤떨어진' 등의 의미로 쓰인다. 미국에서 유학했다는 중국 기자는 끊임없이 영어로 말을 걸었다. "중국어를 조금 한다"고 알려줬는데도 계속 영어를 썼다. 영어 실력을 자랑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날 미·중 문화의 융합이라고 이해할 장면은 적었다.중국 신문을 읽을 때 제일 어려운 게 외국인 이름이나 지명이다. '알렉산더(Alexander)' 대왕을 영어 병기 없이 중국어 발음대로 '야리산다(亞歷山大)' 대황제라고 표기한다. 처음에는 중국어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신화통신 기자는 "장·노년층 중에는 알파벳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영어를 병기하면 그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3억 인구 중에 푸퉁화(普通話·중국어 표준말)를 못하는 사람이 4억명"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국 대학생이 가장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내 해외 유학생 중 중국이 23만여명으로 가장 많다.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6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도 키워드는 신형대국관계였다. 미국이 중국을 G2(주요 2개국)로 인정해달라는 의미다. 대신 중국은 영토·주권 등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만 아니면 미국에 협조하겠다는 태도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이 제재하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13% 줄였다. 베이징대의 한 국제 문제 전문가는 "신형대국관계는 정치적 구호"라며 "당분간 중국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기'가 당장 저물 것이라고 보는 중국 일반인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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