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건 한국인들은 자국사를 자조적, 비극적으로 관조하는것이 아름다움/현실적 판단이라고 강조하는 버릇이 있는것 같습니다. 일종의 피학적 카타르시스, 恨의 집단공유. 이런것이 민족성, 조선사(한국사)전반에 박혀 있고 어떠한 군사적, 문화적 도약을 불편하게 생각할 뿐더러 비현실적이라고 인지하는 심리적 기원이 됩니다. 식민사관이 괜히 멀리 있는게 아닙니다. 괜히 하는 말 아닙니다. 식민사관이나 식민사관을 공격하는 사람들이나 근본적으로 공유하는 토대는 '식민사관적인것'이 늘 박혀 있습니다.
이건 집단적인 정신병과도 같은건데 일본이 명치유신이전에 조선을 먹고 만주를 점령하며 영국과 대등하게 싸운다는 말을 공공연히 뱉어낸것을 본다면야 사소한 상상력도 절대 간과할 것은 아닙니다. 일종의 이러한 상상력들은 후의 일본제국의 대외정책의 틀을 마련하게 되지요. 일본이 조선을 먹는것이 꼭 이득인가 아닌가는 불투명했지만 막연한 정한론은 요시다쇼인이후에 조슈군벌이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발상입니다.
모든 행위가 필연적인 논리/현실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그럴듯한 가정과 환상이 일부 개입되어 있고 이는 머리가 똑똑하든 나쁘든간에 지속적인 설명력을 갖습니다.
* 상상력, 역사의 가정은 자유라지만 조선말에 궁리했어야 하는건 러시아냐 청이냐 일본이 아니라 조선이 왜 서구열강에 어필하지 못했는가 입니다. 역사적 지식과 감각의 부족이지만 조선이 놓여져 있는 환경을 친청, 친일, 친러식으로 이해하는 식의 반복이 100년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면야,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과 역사적 가정/재미가 역사게시판에서 등장한다면야 지금 현대 한국인들의 역사인식도 그만큼 구한말과 동급으로 뒤틀려져 있다라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 미국, 중국간의 사이를 놓고 구한말과 똑같이 상상한다라는 겁니다. 100년전쯤의 친청파, 친러파, 친일파와 생각했던것과 같이, 지금도 친미, 친중에서 뭔가 가운데라는 이미지가 나오고 중립이라는 이미지가 나오고 이 사이에서 '균형'이라는 논리가 창출되는 구조는 과거 100년전 과거의 사례에서 그대로 따온 겁니다. 광해군은 중립을 할 형편도 아니었고 (후대에 왜 이 사람을 고평가하는지는 전형적인 역사왜곡) 과거 열강과 가운데 끼어 있는 조선의 나약한 구도는 지금도 반복됩니다. 역사를 배워봐야 얻어가는 교훈은 전혀 없다라는 말이고, 역사교육해봤자 '미래'를 운운할 형편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조선이 러시아제국노선에 편승했다'라는 어이없는 역사가정이 튀어나오는것이 절대 간과할 것은 아닙니다. 누구는 재미있자고 보겠지만 그 당연하게 여겨지는 재미자체가 진짜 문제니까요. 구한말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대략적인 답은 알지만 이걸 현재에도 적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짜 한국의 역사위기는 이겁니다.
가장 놓치고 있고 가장 간과하고 있으며, 저기 밑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역사에 가정같은건 없습니다. 그러니까 하지 마십시오'
괜히 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다. 재미로라도 하지 마십시오. 할거면 소설책을 쓰시든가. 역사에 예단, 상상력을 불어넣는것을 방지하는 것도 있지만, 통제불가능한 변수들이 많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