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
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 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
<30> 한민족과 여진족의 차이는 입냄새?
만주족은 한민족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한민족과 만주족은 활동공간과 역사공간이 같았다. 혈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일부에서는 같은 민족으로 보고, 일부에서는 다른 민족으로 본다.
민족의 개념은 다소 주관적이다. 국어사전에는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금은 유전학적 유사성에 근거한 혈연 관계를 살필 수도 있으나 전통시대에는 관념이 지배했다. '나와 같은 집단인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믿음에 달려 있었다.
만주족은 고조선의 구성원이었고, 부여와 고구려 발해 등 한민족 국가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주류 세력이 아니었다. 인구가 많지 않고, 문화수준이 높지 않은 그들은 주류인 한민족이 볼 때 2등 시민에 지나지 않았다.
한민족의 만주족에 대한 시각은 야인(野人)이라는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야인은 들에 사는 사람이다. 문화적으로 앞선 한민족과 차별하는 표현이다. 전반적으로 한민족은 동반자인 만주족에 대해 같은 뿌리가 같은 혈연적 개념 보다는 문화가 낮은 다른 집단으로 생각했다.
이 같은 심리적 차별은 두 민족의 나라가 분명하게 갈라진 조선시대에 더욱 명확해진다. 여진으로 불린 만주족을 깨끗하지 못한 존재로 보았다.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이는 만주족의 생활에 기인한다.
후한서는 읍루족의 위생시설을 열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읍루족은 B.C 5~1세기에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 살던 민족이다. 대다수는 훗날 만주족이 된다.
‘읍루족은 토굴을 파고 살고, 돼지를 기른다. 돼지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돼지껍질과 털에서 의복을 얻었다. 만주의 혹독한 겨울 추위는 돼지가죽 옷을 입고, 돼지기름을 몸에 발라 이겼다. 여름에는 중요부분만 베로 가리고 벌거벗었다. 화장실을 가운데에 짓고 주변에 모여 살았다. 더럽고 냄새가 많이 난다.’
구취(입냄새)를 연구하는 한의사인 필자는 한민족과 만주족의 구분 중 하나가 냄새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악취에 대한 시각이 둘을 구분하는 중요한 심리적 잣대가 되었다. 한민족은 깨끗한 사람, 만주족은 악취 나는 사람이라는 시각이다. 조선의 임금인 성종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야인은 우리의 족속(민족)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신하들은 임금이 냄새나는 여진(만주) 사신과의 대화에 대해 우려한다. 임금 앞에서 말하는 여진 사신의 몸과 입에서 나는 냄새를 불결하게 생각한 것이다.
성종 14년 9월 11일 임금이 냄새나는 여진 사신과의 대화에 대해 우려하는 글이 보인다.
上曰: "彼人等, 非我族類, 其心必異, 其爲防患, 不可不愼也。"瓊仝啓曰: "臣曾侍左右, 伏覩接見之時, 命野人陞御榻, 親接言語, 臣切寒心。 野人腥膻之臭, 不可近也。 請自今令通事, 傳言語, 勿令親接。" 上曰: "欲使野人, 知其款厚之意, 則當如是也。"
임금이 말했다. "저 사람들은 우리 겨레(族類)가 아니다. 속은 반드시 다른 마음일 것이다. 후환을 막기 위하여 삼가지 않을 수 없다." 이경동이 아뢰었다. "신이 일찍이 임금님을 좌우에서 모시었습니다. 임금님은 야인(野人)을 접견하실 때 어탑(御榻)에 오르도록 명하시어 친히 언어(言語)를 통하십니다. 신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임금님이 야인의 비린내 나는 냄새를 가까이 하실 수는 없습니다. 청컨대 이제부터는 통사(通事)로 하여금 말을 전하게 하시고, 친히 접하지 마소서." 임금은 말했다. "야인으로 하여금 관후(款厚)한 뜻을 알게 하려면, 마땅히 이와 같이 해야 한다."
신하는 임금이 몸과 입에서 냄새나는 여진인과의 대화를 황송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임금은 넓은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통역을 두지 않는 직접 대화가 좋음을 설명한다. 사신을 가깝게 불러 통역을 두지 않은 채 직접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이다.
신하는 야인에 대해 성전지취(腥膻之臭)로 표현했다. 성전(腥膻)은 고약한 누린내나 누린내 나는 더러운 물건이다. 조선인이 여진인을 멸시하는 단어가 돼 냄새나는 오랑캐를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
나라의 사신이 몸이나 입에서 심한 냄새가 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신하는 야인에게는 냄새가 난다는 일반적 시각을 임금에게 아뢰었다. 한민족과 만주족은 혈연적으로, 지연적으로, 공간적으로 같은 족속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인들은 문화적으로 낮고, 열악한 생활탓에 입냄새를 비롯한 고약한 체취가 나는 여진인을 다른 족속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구취, 입냄새, 체취로 인해 한민족과 만주족이 갈라졌다고 하면 터무니 없는 비약일까. 일말의 가능성 있는 풀이다. 여진인이 한민족과 다른 냄새가 난다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행동은 실제 사실 보다는 인식에 지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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