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19-06-23 17:45
[한국사] 조선시대 실학자가 단것때문에 친구에게 징징댔던 편지.jpg
 글쓴이 : Attender
조회 : 1,966  

1.jpg

이 사람은 이덕무란 인물로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 등과 함께 정조 시대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서자 출신의 이른바 '규장각 4검서관' 중 한 사람이다.



단순히 유명할 뿐만 아니라 현재로써는 조선시대의 문화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한데


이사람이 남긴 사소절이나 청정관전서 등의 서적에는 조선시대의 문화나 예절, 음식 등등이 상세하게 실려있기 때문이다.


알기 쉬운 부분만 해도 상추쌈 싸먹을 때의 예절이라던가 외국 문물에 대한 평가, 당대 놀이문화들에 대한 비판 등등 


자잘한 부분까지 나와있어 현대에 보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다만 그런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이덕무의 성격은 '엄격하고 깐깐한 예절주의 선비' 였는데


그런 그조차 사족을 못 쓴 것이 있었는데 그게 단것이다


2.jpg

"가수저라(加須底羅)는 정한 밀가루 한 되와 백설탕 두 근을 달걀 여덟 개로 반죽하여 구리 냄비에 담아 숯불로 색이 노랗게 되도록 익히되

대바늘로 구멍을 뚫어 불기운이 속까지 들어가게 하여 만들어 꺼내서 잘라 먹는데, 이것이 가장 상품이다"


->이덕무가 남긴 <청정관전서, 1795>의 서술



그런 부분을 볼 수 있는 한 부분이 이 가수저라(당시 저-의 발음은 텨-였으니 카스텨라로 읽었을듯.)라 불린 서양떡, 카스테라의 레시피다.


그의 단것 사랑은 당시 외국에서만 먹을 수 있던 희귀품인 카스테라를 레시피까지 구해서 서술할 정도였던 것.

(아마 청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먹어본게 아닐까 싶음) 


그리고 이런 그가 단것가지고 싸웠던 대상은 당대의 실학자 박제가였다


3.jpg

당대의 서얼 실학자였던 박제가는 똑같은 처지였던 이덕무와도 인연이 깊었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한 사이였다.


특히 그는 활발한 성격으로, 차분한 성격의 이덕무와는 정반대였는데도 둘이서 잘 어울려 다닐 정도였다.


다만 박제가에게도 단점아닌 단점이 있었는데 식탐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별명은 "냉면 3그릇에 만두 100개" 였는데, 쟤라면 정말 그정도 먹겠다 싶어서 붙은 별명이다.


암튼 음식에 대한 사랑은 엄청났는지, 직접 개고기 요리를 개발해서 정약용에게 레시피를 건내줄 정도였다.


(당시 실학자들이 요리를 하는건 이상한 일이 아니였다. 그의 스승인 박지원은 자식에게 고추장을 만들어 보냈는데, 

아들의 편지에 고추장 이야기가 전혀 없자 '왜 고추장 얘기는 안하냐 보람없게...  맛이 있냐 없냐? 맛있으면 더 보내줄테니...'라고 답장을 보냈다.)



헌데 식탐이 좀 지나쳤는지 어느날 박제가는 같이 간식을 먹다가 이덕무와 다투게 된다.


4.jpg

사연은 이렇다. 박제가가 이덕무와 함께 있을 때 여러번 단것을 먹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박제가는 자기만 단걸 먹고 이덕무에게는 먹을래? 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집에 놀러와선 이덕무가 선물받은 단것을 허락도 안 받고 몰래 집어먹는 짓까지 했는데,


이덕무는 선물을 받으면 '단감 100개를 선물 받았으니 보낸 이를 100번 생각한다'면서 기뻐하고 아껴먹었는데


박제가가 놀러와선 그걸 말도 않고 집어먹었으니 서운할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삐진 이덕무는 친구에게 이하 내용으로 편지를 보낸다


"내가 단 것에 대해서는 마치 성성(狌狌)이가 술을 좋아하고 원숭이가 과일을 즐기는 것과 같으므로 내 친구들은 모두 단 것을 보면 나를 생각하고 단 것이 있으면 나를 주곤 하는데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의 호)만은 그렇지 못하오. 그는 세 차례나 단 것을 먹게 되었는데, 나를 생각지 않고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이 나에게 먹으라고 준 것까지 수시로 훔쳐먹곤 하오. 친구의 의리에 있어 허물이 있으면 규계하는 법이니, 족하는 초정을 깊이 책망해 주기 바라오."

-간본 아정유고 권6 문(文)-서(書)-



요약하면 '딴 친구들은 단거보면 내생각해서 먹을래 물어보는데 박제가는 안 그런다ㅡㅡ 거기다 내꺼 훔쳐먹기까지 함!! 혼좀 내주라!!' 라고 편지를 보낸 것이다.


물론 진지한 싸움은 아니였고 둘의 사이는 이후로도 좋아서 정조사후 박제가가 유배지에 가자, 임종직전까지 걱정하는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였다.



당시의 상황은 그냥 잔투정을 부린 정도였겠지만, 엄격진지했던 선비들이 평소에는 이러며 지냈다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


출처 : Fmkorea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단것과 군것질을 참 좋아하는데 말이죠 ㅋㅋㅋㅋㅋ


그보다 조상님들 이미지하면, 맨날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들 만큼 엄격&근엄&진지 할것만 같던 조상님들께서도 이런면모가 있었다니 너무나도 재미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만약 제가 타임슬립 해서 저분들한테 제가 좋아하는 몽쉘이나, 허쉬 초콜렛을 입에 넣어드리면 엄청 좋아하실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셀틱 19-06-23 23:03
   
이덕무, 박제가... 무예도보통지하면 떠오르는 이름이네요
winston 19-06-24 10:58
   
아들에게 고추장 보낸후의 아빠마음이 저를 떠오르게 하네요..
그 아들도 시크한 놈? 이었나봐요 ㅋㅋ
     
탄돌이2 19-06-24 21:01
   
님 역사공부 지대로 하신 분이였군요.
 
 
Total 1,67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11 [한국사] 석중귀 이동경로와 남해부 위치 지도 (1) 감방친구 04-01 1903
510 [한국사] 이덕일은 환빠인가? (7) 감방친구 10-28 1907
509 [한국사] 숙신이 살던 데는요 (6) 감방친구 06-27 1913
508 [기타] 책부원귀 발해전 번역 두부국 06-18 1916
507 [한국사] 동요하가 압록강일 가능성, 그리고 10세기 여진족의 … (28) 감방친구 03-09 1918
506 [기타] 진국(辰國)은 북방 용어와 관련이 있다. (고구려, 백… (6) 관심병자 09-03 1921
505 [기타] 상나라와 홍산문명.. (27) 막걸리한잔 08-29 1922
504 [기타] 성군의 위민치세 (15) 야인정벌 - ① 여진족 개관 (4) 관심병자 12-11 1926
503 [한국사] 고구려 수도 평양은 북한땅에 없었다. (4) 스리랑 02-02 1926
502 [기타]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이 아닌 이유 인류제국 04-15 1928
501 [기타] 고구려 발해 고려 연호 (1) 인류제국 03-21 1931
500 [기타] 칭기즈칸의 선조 지파(支派) 부랴트 3종족의 기원 (2) 관심병자 03-06 1936
499 [한국사] 거란 심주(沈州)의 위치와 이치 문제 (4) 감방친구 05-02 1937
498 [한국사] 발해 최대 강역의 추정을 위한 근거 (12) 감방친구 04-15 1938
497 [한국사] 고대사와 몽골과 연관짓는 것에 대해 (7) 상식2 04-30 1945
496 [기타] 요사 지리지 2 두부국 06-05 1948
495 [한국사] 중국이 직접지배했다? (6) 감방친구 09-30 1949
494 [한국사] 한사군은 발해만 일대의 작은 지역이었다(이덕일 교… (12) 국산아몬드 12-27 1954
493 [기타] 압록강은 어디인가? 서경압록부(정안국 수도)는 어디… (23) history2 03-06 1956
492 [한국사] 지나에 존재한 또하나의 백제(신동아 기사 발췌) (3) 히스토리2 04-28 1966
491 [한국사] 조선시대 실학자가 단것때문에 친구에게 징징댔던 … (3) Attender 06-23 1967
490 [한국사] 산동백제에 대해서 ㅡ 국산아몬드님께 답변 (28) 감방친구 01-30 1970
489 [한국사] 연해주서 청동제 풍탁 출토.."발해의 말갈 지배 증거" 설설설설설 05-05 1974
488 [기타] 黑 검은 용이 휘도는 白山黑水의 땅 (1) 관심병자 06-09 1976
487 [기타] 중원을 지향하던 중국인들, 왜 요즘들어 변방을 기웃… (3) 인류제국 04-22 1983
486 [기타] 하늘에서 내려온 자 ‘새벽별 (Chorbon, 졸본)’에 터 … (3) 관심병자 06-05 1983
485 [한국사] 10세기 고려,발해,거란의 진흙탕싸움 2 (요동의 주인… (14) history2 03-10 1985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