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으로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이다.
제작년도 1606~1608년/1617년(폴 게티 미술관)
소장 미국 LA 폴 게티 미술관
17세기 플랑드르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1577~1640)의 작품 《한복 입은 남자》는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루벤스의 인물 드로잉 중 매우 세심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이 작품은 1983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드로잉으로는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당시 약 3억8000만원)에 낙찰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작품 속 인물이 누구인지, 어떻게 이탈리아까지 가게 되었는지, 또 루벤스와 만나게 된 경유는 무엇인지 등 잇따른 의문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이어져 왔다.
작품을 살펴보면 남자는 머리를 상투처럼 틀어 올리고 관모를 쓰고 있다. 얼굴 생김새는 몽골리안 계통에 가까우며 눈에 쌍꺼풀이 있고 수염은 짧게 깎았다. 양 볼과 코, 입술, 귀 등에는 약간의 붉은 색 초크를 사용해 생기를 불어넣었다. 입고 있는 옷은 조선시대 사대부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남녀 구별 없이 널리 애용되었던 철릭(天翼)이라는 의복이다. 양손은 교차하여 반대편 소매 속에 넣었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모습이다. 주인공이 먼 곳에서 온 방문객임을 강조하려는 듯이 배경에는 희미하기는 하나 여러 폭의 돛을 단 범선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상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Francesco Carletti)가 남긴 《나의 세계일주기》라는 여행기에 기초해 볼 때 안토니오 코레아(Antonio Corea)일 가능성이 높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잡혀 왔다가 카를레티를 따라 로마까지 가게 된 인물로, 루벤스는 로마에 머물던 1606년부터 1608년 사이에 그곳에 있었던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를 직접 만나 초상화에 담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화된 견해이다.
이 작품은 루벤스의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1618)에 영감을 주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조선 사람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현재 이 작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폴 게티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한복 입은 남자 A Man in Korean Costume》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왔던 이 그림은 폴 게티 미술관으로 옮겨지면서 《조선 남자 Korean Man》라는 제명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 그림의 주인공을 단지 '한복을 입은 어떤 남자'가 아니라 그 자신이 바로 '조선 남자'라고 보는 해석상의 진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에 관련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과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이 '안토니오 코레아'가 아닌 '제 3의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한편 오세영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