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리포트]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이 요즘 잘 나가는 것은 해외시장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라며 내수시장에만 안주해서는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잃어버린 20년 속에서도 꿋꿋했던 일본기업들이 이러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엔고 장기화와 전력요금.소비세 인상 계획에 따른 경영 원가 상승과 한국.중국 등의 공세 강화 등으로 일본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도 국제경쟁력을 감시하고 있는 주요 전자제품 20개 중 세계시장점유율 10%를 넘는 품목이 이제 두 개밖에 없는데다 이마저도 매년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 시장 공략을 위한 해외 진출과 엔고를 활용한 해외 인수합병(M&A), 부품 해외조달 확대라는 3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한 물류 대기업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의 해외 진출 증가로 요즘 해외 이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해외근무를 위한 이사도 있으나 공장라인을 통째로 해외로 이전하기 위한 수요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약 201억달러에 달하는 금년도 일본 최대 규모의 M&A인 미국 스프린트사 인수를 발표했다. 일본기업의 해외 M&A는 금년 1~9월 630억달러 규모로 22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확대됐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글로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움직임이 바로 부품 조달의 글로벌화다. 지금까지 일본기업들은 상품 개발과 생산, 판매를 모두 혼자서 진행하는 수직통합 모델을 선호했다. 그러나 미국 애플사와 같이 외부 협력기업에 100% 생산을 위탁하는 비즈니스 모델, 즉 아웃소싱을 중심으로 한 수평분업 모델이 대두됨에 따라 일본의 수직통합모델은 더 이상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게 됐다. 일본기업으로부터의 조달만을 고집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와 닛산,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 대기업들이 일제히 해외 조달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경영전략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요즘 일본 바이어들을 만나면 "한국이 일본과 가까운데다 품질도 믿을 수 있다" 또는 "일본 국내조달을 해외 조달로 바꾸려고 하는데 한국제품이 QCD(Quality, Cost, Delivery)를 전반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 같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일본기업들이 한국제품을 재인식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코트라는 한국기업들이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느 때 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월 넷째주를 'Auto Parts & Components Week'로 정하고 닛산을 비롯한 일본 완성차 기업과의 부품 전시상담회를 연속적으로 개최한바 있다. 닛산의 경우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하는 것이며 한국부품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높아진데다 닛산의 한국부품 조달 수요 확대로 재차 추진하게 된 것이다.
또한 내년 2월에 계획하고 있는 혼다, 스바루와의 전시상담회를 개최하면 일본 8대 완성차 기업 모두와 네트워크 구축이 완료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중소, 중견기업들의 일본 대기업 수출 성공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코트라를 통해 일본바이어와 상담을 꾸준히 진행해 온 한국 N사는 닛산 협력사로부터 제조공정 단축을 위한 기술을 인정받아 자동차 냉간단조 부품을 수출하게 되었다. 또한 C사는 도시바와 상담을 거듭한 결과 ATM 수출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은 과거보다 더욱 열린 시장 그리고 기회의 시장이 돼 가고 있다. 단순히 '일본은 어려운 시장'이라고만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을 두드려야 할 때다.
[정혁 코트라 일본지역본부장]
작성일 : 12-12-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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