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4-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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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원에서는 유럽이나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분수가 없는 대신 자연스럽게 조성된 폭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또한 늘 푸른 상록수를 선호하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정원에서는 계절의 영향을 받는 낙엽활엽수가 더 많이 눈에 띄는데, 이것 역시 계절의 변화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연친화적 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그렇게 정원으로 스며든 자연경관을 연못의 배치, 바위와 조각상과 같은 각종 경물(景物), 수목(樹木), 정자의 편액 또는 암각서 등 정원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이용하여 인문경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데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원은 단순한 감상과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그 정원 주인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예컨대, 궁궐 정원이나 선비들이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모난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이 떠 있는 모습의 방지원도(方池圓島)형 연못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유교적 우주론의 반영이며, 그 연못에 주로 연꽃을 심은 것도 연꽃이 유교에서 이상적 인간형으로 삼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그런 연못에 3개의 바위들을 심어놓고 삼신산(三神山)으로 부르거나 정원 구석구석에 12개의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세워 놓고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이라 이름한 것은 도가 사상의 영향으로서, 당시 사람들이 유한한 인간의 수명과 속세의 현실적 제약을 벗어나 생사의 굴레에 초연한 신선과 같은 삶을 꿈꾸었음을 짐작케 한다.
아울러 정원에 심은 나무들에도 제각기 깊은 뜻이 있어서 은행나무는 공자의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를 의미하는 행단(杏壇)의 상징이며 소나무, 대나무, 매화 등의 나무들은 지조와 은일의 상징으로서, 그 나무들에서 옛 사람들은 곧은 선비와 고아한 군자의 모습을 보았다.
정자(亭子)나 당(堂), 각(閣), 헌(軒), 재(齋) 등 건물의 편액과 산수정원의 큰 바위나 대(臺) 등의 암각서에 주자나 굴원 등 옛 성현의 글이나 고사(故事)에서 딴 이름을 붙인 것 역시 그들에 대한 선망과 흠모의 표시임과 동시에 자신도 그들처럼 살고자 하는 욕망과 다짐을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편액과 각서는 당대 사람들의 생활철학과 사상 또는 현실적 욕망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는 정신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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