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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생활 주변은 조선왕조 5백년 동안 뿌리 깊게 내려 온 사대주의적인 근성,
일제 40년 동안의 우리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일제 식민주의적인 근성, 이와 같은 전근대적 "봉건적인
잔재가 아직까지 완전히 일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완전히 일소해 버리고 자주 국민으로서 우리의 자주성과 민족의 주체 의식을 똑바로 가진
그런 민족이 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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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질화된 겨례의 나쁜 근성을 따지고 보면,
지난 날 큰 것이면 무조건 숭배하고 따르던 사대주의 사상이나 양반 상놈의 계급 의식,
네 조각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 싸우던 사색 당쟁 등과 결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남에게 기대려는 마음이나 알랑거리는 아부심, 다스리는 자에게는 눈 딱 감고 장님처럼 따라가던 근성이야말로
조선 오백 년간의 고질적인 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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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회 구조는 농업과 같은 생산 활동과 근로를 위축시켰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게으름은 후진 국가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했지만 '한국적인 게으름' 은
양반 관념에서 비롯되어 우리 역사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특권 의식이나 노력하지 않고
이득을 보려는 생각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앞서 토지개혁에서 말한 바와 같이 조선의 토지 제도는 양반을 특권 지주로 만들었고,
또한 지주인 양반은 단지 세금을 받아먹는 데만 관심이 있었지 농가를 이룩하고 경영하는데는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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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의 역사를 사색 당쟁, 사대주의 양반의 일 없이 편안하게 지내려는 생활 태도 등을 들어서
후세에 그릇된 영향을 끼친 민족적 죄악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오늘날 우리의 삶이 고되고 구부러진 것이 마치 조선시대의 그릇된 유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기성 새대와 더불어 조상들의 발자취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돌아보며 멸시와
분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젊은 세대에 있어서 하나의 좋은 감정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현실의 재건은 물론이요, 지나간 역사를 비판적으로 반성해서 보다 나은 앞날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재건하는데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온 문화나 정치제도에 너무 의뢰해서
자기가 딛고 서 있는 한국이라는 땅에서 존개되어 온 이 나라의 역사를
저버리거나, 거기서 떠나서는 아무일도 되지 않는 것이다.
출처 한국인들에 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