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년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동로마는 멸망하고 그리스도 오스만 투르크의 점령에 놓였다는데 독립시기가 1833년 이더군요. 대략 4백년정도 되는데 다른 중동,북아프리카 국가와 다르게 그리스는 이슬람이 아닌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잘 지켰던데 어떻게 가능했던거죠? 긴 시간동안 민족정체성을 잃지않은게 신기하네요.
그건 또 애매합니다. 그리스인이라는 것이 민족의 개념에서 식민지라고 한다면, 이후 동로마 제국의 거의 모든 기반과 인물들이 그리스인에서 비롯되었고, 국가의 개념에서 접근하면 '도시국가'가 전체 민족을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리스라고 퉁쳐서 불러도 정작 그리스는 크게 북부와 남부, 여기서 더 세세하게 발칸 반도 본토의 그리스인과 크레타, 로도스, 키프로스를 위시로한 섬지역, 소아시아를 포함한 인근 연안지역 그리스인 등으로 다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국가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도 애매하고 말입니다.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잘 지켜냈다고... 하기엔 잃은 것이 너무나 많긴 합니다. 사실 민족 정체성도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훼손되었는데. 대표적으로 현대 그리스인의 혈통은 고대 그리스인(주요 도시 기준)과의 혈통적 연결고리가 평균적으로 50~60%남짓하다는 내용을 본 것 같습니다.(지역마다 편차가 좀 큼.) 그만큼 발칸 반도를 비롯한 유럽 본토로 투르크 계통 또는 타 이민족의 인구이동이 많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본래 각 지역마다 제각각의 문화색이 다양하던 그리스였지만, 위에서처럼 소아시아 일대에서의 인구이동 등으로 인해 지역 문화가 파괴된 곳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더욱이 그리스인만이 아니라 타 이민족들도 많았던 그리스 북부지역은 사실상 별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단절된 상태라고 하니 보기에 따라선 온전하다와는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년 넘는 시간동안 그리스 인이라는 관념 자체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인들의 자구적인 노력도 있긴 하였지만 동시에 그리스인들을 지배하였던 오스만 투르크의 제도적인 부분도 영향을 받았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스만 투르크의 제도적인 부분을 고려하자면, 오스만 투르크는 여느 제국의 지배처럼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민족을 통치하기 위해 유연성있는 제도를 몇 가지 운용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도교에 대한 관용?을 제도화한 것인데. 이슬람 교를 따르지 않되 일정한 세금과 생활에서의 제약을 달아두었습니다.
더불어 행정과 군사분야에 있어서도 그리스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였는데. 오스만 투르크 전성기 시절 유력한 귀족과 관료들 중에는 그리스인 계통이 상당수 포진하여 있었고, 또 예니체리와 같이 어린 시절부터 강제 개종을 통해 군사적인 분야에서 활용하는 등 상당히 폭넓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오스만 투르크가 전성기 무렵일 때나 잘 유지되다가 이후 점차 투르크 내정이 어지러워지고,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위축되면서(정확히는 예니체리와 사파히 간에 반목, 이후 한참 뒤에 예니체리의 해체 등)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그리스 인들에 대한 탄압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로인해 이전까지는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에 협력적이었던 지식인 그리고 부유한 상인/지주 계통의 그리스인들이 오스만 투르크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됩니다.
아쉽게도 그렇게 전문적이지는 않습니다. ㅎㅎ :) 여느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흥미, 관심 부문에 따라서 약간씩 편차가 있을 뿐입니다.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들은 대체로 블로그나 개별 사이트 등에서 활동하시기에, 그런 사이트나 또는 기존에 읽던 책과 자료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정리하거나 기억해서 다루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찬이십니다. :) 세계사나 서양사는 그 범위가 넓고, 또 제가 미쳐 공부하지 미흡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가생이닷컴의 동아시아 게시판이나 타 사이트의 게시판들을 돌아다니면서 여러분들을 통해 이렇게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보다 큰 가치있다고 여겨집니다. 게다가 저보다 더 해박하신 분들도 언제나 계시닌깐요. ㅎㅎ
민족정체성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긴 합니다.
다만 음식이나 문화재 등이 남은 것이 없다고 이야기 하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유산과 문화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닌깐요. 워낙 그리스인들에게 수많은 시련과 변화가 몰아닥치는 통에 고대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식민지생활이라고 뭉퉁그려 표현하셨지만 시대별로 상황도 사정도 많이 다르기에, 이 부분은 관련 영상이나 서적들을 참고하시는 것을 권하여 드립니다. :)
민족정체성에 있어서 기록물은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만. 그것이 오롯이 로마덕분에 남아있었다고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로마도 필요에 의해서 그리스 지식인을 우대하였던 것이고, 그리스 지식인들도 자신들이 갖고 있던 지식과 문화가 가치 있음을 자각하고 이를 보존하였던 것이닌깐요. 누가 일방적으로 도왔다고 해서 남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마케도니아와 같이 (고대 기준)그리스 북부 지역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정을 감안하면 매우 복잡합니다. 여긴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도, 로마 시대에서도, 동로마 시대에서도, 오스만 투르크 지배 시대에서도 북방의 수많은 이민족이 지나치던 길목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