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이사장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을
미국으로 모셔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들과 만나게 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53) 이사장은 1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국민일보 기자를 만나 “내년부터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인권
교육의 일환으로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게 된다”며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대인
사회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미국 시민사회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미 홀로코스트자료
센터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실체를 여전히 부정하고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사실을 인권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현지 일본 특파원들이 발칵 뒤집혔다. 미 홀로코스트자료센터는 또
뉴욕한인유권자센터와 손잡고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고 참상을 알리기 위한 전시회를 같은 날 뉴욕 홀로코스트센터에서 개막했다. 홀로코스트센터는 독일 나치 치하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기 위해 유대인 커뮤니티가
세계 곳곳에 세운 기념관으로 미 전역에서는 3만5000곳에서 다양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른바 ‘쿨 재팬(멋진 일본)’으로 포장된 일본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게 됐다”며 “일본 침략세력이 감춰온 발톱을 들춰내 대못을 박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7년 미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규탄 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그는 “당시
워싱턴 정가에 뻗친 일본의 막강한
로비력을 실감했다”며 “그 경험 때문에 이번 일은 지난 4년간 비밀작전처럼 조용하고 은밀하게 추진해 열매를 맺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미 의원들은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엔 공감하면서도 서명은 거부했다. 결의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제동을 걸었다.
일본의 자본력은 유대인 사회까지 뻗어 있다. 홀로코스트 문제를 알리는 데도 일본이 적지 않은 지원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유대인 사회에선 일본 전쟁범죄 문제는 금기”라며 “만약 우리가
뉴욕타임스나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하는 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면 일본의 로비에 막히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권자센터는 자료센터 실무진과 이사들에게 위안부 문제 프로그램을 미리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대신 김 이사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주하고 있는 나눔의집과 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 등에 요청해 은밀히 자료를 받아 날랐다. 뉴욕에선
교포 자원봉사자들과 학생들이 수십박스 분량의 자료를
영어로 번역하고 정리하며 조용히 자료센터의 실무진들을 설득했다.
김 이사장은 “가장 어려운 건 자금 문제”였다며 “자료센터에서 협력은 하기로 했지만 필요한
경비는 우리가 마련해야 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 교포들을 조용히 찾아다니며 모금을 했다.
“한인 교포들 중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를 왜 들춰내느냐’며 주머니를 닫았다. 오히려 새벽부터 일어나 일하러 가는 분들, 아직 정착하지 못한 분들이 더 마음을 주고 조금씩 정성을 모아주셨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존재감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미국 시민사회에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의 실체와 전후 처리 문제를 올바로 알리는 것은 일본을 압박하고 한국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