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왜 실재(實在)적 개념일까요?
1. 민족주의에 대한 회의를 퍼뜨리는 자들.
민족주의를 가짜니, 허구적 개념일 뿐이라느니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특히,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주의와 같은 진보좌파들이 주로 내세우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길고 긴 역사와 배치되는 거짓이라 하겠으나, 스스로를 민족주의자, 보수우파라 믿는 사람들조차도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보수이니, 우파이니 하면서도 이제 민족 개념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냐며 그들의 잘못된 주장에 동의하기까지 하는 국가, 민족 개념이 결여된 신자유주의적 보수우파까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그들에 대한 체계적인 반론을 하지 못할까요? 왜 그들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까요? 그것은 국가, 민족, 민족성, 민족주의라는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의미에 대한 탐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민족주의가 왜 실재적 개념인가에 대해, 이 글을 통해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2. 민족의 시작 : 가족, 씨족, 부족.
민족주의는 인류 역사의 태고적부터 시작된 민족성에서 유래합니다. 인간 사회의 최소 단위로서의 가족이 씨족으로, 씨족이 부족으로 점차 사회조직이 확대, 발전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시죠? 그리고 민족이란 동질적인 부족들의 연합체를 뜻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족은 친족집단으로서의 혈연적 의미가 강한 것에 비해, 민족은 부족들의 연합, 연맹이라는 성격에서 혈연적 의미에 더해 지역적, 문화적 동일성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족에서 민족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주관적 의미로서의 조직 체계뿐만 아니라, 객관적 의미로서의 조직 체계를 갖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물론, 유목생활 혹은 척박한 환경을 터전으로 삼는 부족과 같이 하나의 부족이 민족단위를 이루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친족집단으로서의 부족들은 서로 통혼 및 교류를 통해 또다른 부족들과의 지속적인 유대를 계속하게 됩니다. 또한 그들은 삶의 터전에서 중첩적인 부분이 많았기에, 여러 부족이 하나의 민족을 이루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하겠습니다.
3. 애시당초 국가 = 민족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기 조그마한 부족국가의 단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 고대국가는 동일한 민족성을 지닌 민족국가이며, 또 역사 발전의 과정에서 그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국가 = 민족이라 하겠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과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화려한 문명을 창조했던 고대 페르시아와 이집트는 페르시아 인, 이집트 인의 국가였으며, 우리가 고대부터 끊임없이 상대해야 했던 중국의 통일왕조이자 그들의 이름을 결정짓는 한(漢)나라 역시 한족의 국가라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위대한 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인 루소(J.J. Rousseau)는 그의 저작 사회계약론에서, "과거 각국의 군주는 프랑스 민족의 왕, 독일 민족의 왕을 의미했다."라는 점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탄생과 민족의 집결은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국가는 민족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4. 민족성과 민족주의.
고대국가는 생래적, 본성적으로 유래된 민족성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대국가는 오늘날에 있어서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생래적 의미의 민족성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이는 민족주의가 그러한 개념을 대체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 본연적 가치로서의 민족성은 사라졌거나 의미 없어진 것이 아니며, 민족주의 역시 19세기에 만들어 진 이른바 인위적 조작이 아닙니다. 민족주의는 고대국가로부터 이어 온 민족성에서 연유하며, 그것이 역사의 발전 과정과 현대적, 정치철학적 의미에서 체계화된 논리로 강화된 것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민족주의는 인류의 본연적 가치인 민족성에 대한 탐구와 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이며, 고대 부족들의 연합로서의 민족국가와 현대적 의미의 민족국가는 그 역사적 동일성 및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5. 민족국가가 아닌 국가의 탄생?
그런데...언제부터인가 민족국가가 아닌 국가가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서유럽의 대항해시대 이래로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로 유럽인들의 정복이 시작되면서, 민족성에 기반한 국가들을 대체하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 형태가 발현되기 시작하는 데, 그 첫번째가 제국주의(Imperialism) 국가이고, 다른 국가가 이민자 국가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봤듯이, 민족주의 역시 민족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 두 국가 역시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국가 = 민족이라는 등식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며, 또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먼저, 제국주의 국가를 살펴 본다면 기본적으로 제국의 본국에 해당되는 절대 우위 민족에 의한 다수 피지배 민족 통치의 국가 체계라는 점에서 이 역시 민족국가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영국과 같이 초기부터 제국주의 국가를 완성했던 국가들의 경우는 덜했으나, 독일, 이탈리아 등 늦은 시점에 민족통일과 패권국가로의 도약을 함께 도모했던 국가들은 오히려 더 강력한 민족주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민족주의는 제국의 주된 기반이었습니다.
그런데...이민자 국가는 다르지 않냐,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민자 국가 역시 중심 민족으로부터 연유되는 정체성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으며, 그것은 이민자 국가의 대표주자 미국을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소위 멜팅 팟(Melting Pot) 이론에 의해 WASP(백인, 앵글로색슨, 프로테스탄트)라는 공고한 주류 인종, 주류 문화를 창조해 내었고, 거기에 배치되거나 부합하지 않아 동질성을 가질 수 없는 문화는 소위 하위 문화(Sub-culture)로서의 지위를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 할 것입니다. 물론, 이민자 국가의 특성상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국가와는 달리 하위 문화에 상대적으로 관대함을 지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류적 정체성을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6. 결론 : 국가, 민족, 민족성, 민족주의.
민족은 혈연적 동일성과 문화적 통일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조직으로서, 국가의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미 인간 본연적 관점에서 민족이 국가를 의미했던 것이 수 천년의 역사 시대 동안 지속되었으며, 그것은 민족성에 기반한 고대 민족국가라 하겠습니다. 한편, 르네상스와 지리상의 발견에 의해 서구의 타 지역 지배가 가시화된 이래에서도 여전히 국가의 구심점은 민족이었고, 더군다나 강력한 패권국가이면 일수록 주된 민족 혹은 중심 민족의 역량을 최대한 발현시키는 민족주의에 기반하여 국가를 운영해 왔다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국가, 민족, 민족성, 민족주의는 결코 자연적으로는 나눠질 수 없는 근본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 민족은 허구이니, 민족주의는 가짜이니 하는 주장이 제기되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이야말로 결코 인간사에 기초하지도 않은 거짓 주의, 주장에 불과하며, 국가, 민족, 민족성, 민족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통찰이 없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 개념을 훼손하기 위해 언급되는 내용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 만년을 이어온 이 땅의 주인이자, 새로운 반 만년을 이어갈 미래의 주인으로서 국가, 민족주의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어떰? 님들은 머라고 생각함. 전 갠적으로 공감이 갑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