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여장군, 홍라녀
지금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발해의 전설이 여럿 있어. 그 가운데 발해 여장군 홍라녀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홍라녀는 아홉 살 때 집을 떠나 장백성모라는 여신선에게서 무예를 배우고 열여섯 살에 집으로 돌아왔어. 스승은 홍라녀에게 세 가지를 명심하라고 일렀어.
"첫째는 백의 장군 은도바특리와 결혼하고, 둘째 흑탑을 만나면 돌아서고, 셋째 때가 되면 반드시 장백산으로 돌아와 신선의 도를 닦아라."
그때 발해는 거란의 침략을 받고 있었지. 홍라녀는 장군이 되어 전쟁터에 나갔어. 손에는 긴 창을 들고 어깨에는 활을 메고 말에 화살통을 매달았지. 그런데 홍라녀는 스승이 한 말을 잊고 흑수까지 거란군을 쫓아가 흑탑을 만나고 말았어. 홍라녀는 맹렬하게 활을 쏘면서 거란군과 싸웠지만 힘에 부쳤어. 이때 백의 장군 은도바특리가 나타나 홍라녀를 구해 주었지.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어.
발해의 왕족 대영사는 홍라녀에게 청혼했는데 거절당하고 말았어. 대영사는 은도바특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여러 차례 모함해 결국 죽였어. 대영사는 왕의 허락을 받고 홍라녀와 결혼할 준비를 했어. 홍라녀는 혼인하는 날 대영사를 죽인 뒤 유서를 남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
홍라녀의 관을 동굴에 안치하자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물길이 폭포처럼 쏟아져 동굴을 막아 주었대.
홍라녀 전설은 무려 13가지나 돼. 발해가 멸망한 뒤에도 홍라녀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왔어. 발해 유민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겠지. 발해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텐데 그 가운데 여성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야.
이 이야기를 보면 발해의 풍속 몇 가지를 알 수 있어. 발해 사람들이 말타기와 활쏘기를 즐겨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더구나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즐겨 했나 봐.
발해는 거란의 침략으로 멸망했는데 홍라녀는 무예를 익혀 거란과 치른 전쟁에 참여했어. 그러니까 홍라녀는 거란과 맞서 싸운 여성 영웅이야.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발해 사람이 용맹해서 셋만 있으면 범 한 마리를 당할 수 있었다."라는 말이 있는데 홍라녀를 보니 그 뜻을 짐작할 수 있구나.
발해의 유물들
철촉
철제 창
발해 여성들이 머리를 장식하던 뒤꽂이
청동 기마 인물상
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