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가 한족에 융화했다는 조금 이견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청 주도 세력(왕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말기까지 유지했습니다.
초기에는 완전 따로 놓았고요.
현재 중국은 청나라를 외국으로 인정하면 중화민국으로 이어지는 정통성이 떨어지니 그러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나라는 거의 융화하지 않았다에 가깝고요.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속지주의 역사관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중국영토내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을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고자 하는 것이 속지주의 사관입니다.
역사를 보는 일반적인 관점은 속지주의+속인주의입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자면 속지주의사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도 속지주의사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류세력인 자신들, 즉 이주, 이민자들의 역사를 규명하는 동시에 선주민, 네이티브 아메리칸(흔히 인디언이라 부르는)의 역사 역시 미국의 역사로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미국의 선사연구는 전적으로 속지주의적 연구입니다. 반면 앵글로색슨 이주민의 역사의 일부로서 자신들의 뿌리를 연구하는 것은 속인주의적 사관이 되겠죠.
그러나 중국의 역사연구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학문적탐구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북공정이 단순히 현재 자기내 국토인 만주, 요동 지역의 역사연구를 위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 자신들의 땅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지만 역사적으로는 고구려를 계승한 한민족의 나라인 북한과 대한민국의 역사의 일부를 함께 규명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큰 문제가 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소수민족인 조선족 및 만주족의 통합을 위하여 만주, 요동, 요서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다,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식으로 왜곡하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들은 원나라, 청나라, 요나라, 금나라의 역사를 모두 중화민족주의라는 입장에서 통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속지주의를 강조하는 거죠.
사실 정치적 의도 없이 순수한 역사적 탐구의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정복왕조 대부분이 중국에 동화되어 사라졌고 그 나라를 딱히 계승할 수 있는 민족국가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엄연히 고려, 조선이 계승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인정받고 있던(명나라, 청나라의 사서나 공문서에도 수도 없이 언급된 부분)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들의 지방정권이라고 갑자기 우기게 되니 묵과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