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학자의 양심으로 한마디 한다는 것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기까지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동북공정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가는 언제 죽을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어느 곳으로 갈지도 모르는 것이고, 그런 용기를 낸다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니까요. 다만 일본에 관한 일이라면 어떻게나마 발언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나마도 요즈음은 꺼리는 분위기랍니다."
오영택은 자신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있는 까닭에 뜻은 있어도 우리 역사바로세우기에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그런 오영택을 보면서 정치수는 진심으로 부끄러웠다.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오영택을 위로해 주려는 뜻으로 정치수는 자신의 이번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오 선생님께서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니 편안한 환경이 허락하는 저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해 부끄럽네요. 하지만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는 마음을 세상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조국이 먼저 해야 할 일이지만 이제 곧 조국도 움직일 것입니다. 흐르는 국제 정세의 파고에 맞추는 것이지요.제가 이번 여행에서 듣고 느낀 바로는 이미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상은 바른 역사를 갈구하고 찾아 세우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이번 여행에서 듣고 느낀 것들을 말씀드리죠."그러자 오영택의 눈동자가 희망에 번쩍이는 것을 보며, 정치수는 이번 여행에서 자기가 겪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번 여행이 어쩌면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이라 최대한 구석구석,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가 보기로 했다. 유목민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마음속에 살아 움직이는 산, 사냥감이 풍부하여 하늘의 뜻이 임하는 땅이라고 받들어 추앙한다는 몽골 인들의 보르칸 산, 헨티아이막 북부에도 들렸다.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한 고향으로 자리 잡은 맑고 넓은 물줄기인 '아리수' 역시 돌아보았다. 압록강을 출발하여 또 다른 '아리수'로 옛날에는 우리의 압록강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요하'라 불리는 '랴오허 강'과 '흑룡 강'을 거쳐 지금 자신의 처지로는 발 딛기가 곤란한, 원초적인 '아리수' 바이칼 호 가장 가까운 곳까지 들렀다.그동안 몇몇 몽골 역사학자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몽골의 시 왕모라고 일컫는 알랑-고아가 고구려 시조인 고주몽의 딸이 확실하다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5년 전 자신이 이곳을 방문 할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몽골의 분위기와 경제적 여건 때문인지 몽골 인 자신들이 스스로 확인시켜 주었다.자국의 역사에 대해서 무엇인가 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하면 '솔롱고스' 즉 무지개의 나라이며 '고올리' 즉 고려 혹 고구려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형제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반가워했다.그들이 정치수를 형제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 하며 반가이 맞은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들이 시 왕모로 추앙하는 알랑-고아라는 몽골 시조신녀가 바로 고구려의 시조인 고주몽의 딸이라는 것이다."우리 몽골 근원이 되시는 분은 시 왕모 알랑-고아입니다. 알랑-고아의 '고아'는 미인이란 의미이고 '알랑'이란 '아랑 설화'의 그 '아랑'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알랑-고아의 아버지는 몽골어로 코릴라르타이-메르겐이라고 하는데 이 뜻은 '코리족의 선사자(善射者)'라는 의미입니다. 이 선사자라는 말은 바로 주몽(朱蒙)이라는 말로 활의 명인이라는 뜻이죠. 다시 말해서 알랑-고아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선조,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高朱蒙 : 코리족의 명궁)입니다.
알랑-고아의 아버지 메르겐은 사냥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 바르고진을 아리수에서 만나 알랑-고아를 낳습니다. 메르겐이 바르고진을 만난 원조 아리수는, 지금은 우리들이 마음대로 갈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바이칼 호'입니다.그런데 메르겐에게는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메르겐이 사냥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방해하는 무리들이 나타납니다. 물론 그들과 싸울지라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메르겐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물론 자신의 동족들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메르겐은 사람들을 모아 코릴라르라는 씨족을 만들어 성스러운 산 보르칸으로 이동합니다.
그 알랑-고아의 다섯 아들 가운데 막내가 보돈차르-몽카크이고, 그의 후손 가운데 칸 중의 칸 테무친, 곧 칭기즈 칸이 나왔습니다. 결국 칭기즈 칸 역시 고주몽의 후손이라 그리도 용맹했던 것입니다."그리고 그들은 정치수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설명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우리가 말하는 코릴라르는 코리족(고리족 : 고리국의 사람)에서 갈라져 나온 부족의 명칭입니다. 바로 이 코릴라르(Khorilar)라는 말에서 고려(Korea : 高麗)가 나왔다고들 합니다.그리고 주몽이 코리족에서 일단의 지지 세력을 이끌고 남으로 이동하여 나라를 세운 뒤 국명을 코리의 한 나라임을 나타내기 위해 고(高 : 으뜸) 구리(Kohri)라고 부른 것이지요."결국 그들은 지금 현재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우리 대한민국과 몽골 자신들은 고주몽의 후손으로서 형제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비록 자신들은 고주몽의 아들이 아니라 딸의 자손이지만 분명 같은 할아버지의 자손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시조 칭기즈 칸이 알랑-고아의 후손이기에 우리와 같은 조상의 후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뿐만 아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국민보다도 우리 국민과 몽골 인들은 너무 닮아서 구분이 안 될 정도이며 언어 역시도 알타이어라서 그런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그런 연유로 정치수에게는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몽골인들이 바로 국경을 대고 있는 중국 사람에게 형제의 나라니, 형제니 하는 소리는 못 들어 보았다.게다가 정치수가 만난 몽골 학자 중에서 대한민국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학자는 자기 나름대로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을 풀이해서 들려주기조차 했다.그는 자신이 이 연구를 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많은 학교에서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서, 연변에 있는 조선족 학교를 찾아가 공부를 한 후 여건이 허락되자마자 우리나라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 구사능력이 우리와 전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뛰어났는데 그가 들려준 말에 의하면,"아리랑의 여 주인공은 바로 알랑-고아입니다.우선 '알랑'과 '아리랑'의 운율을 위해 '알랑'에 'ㅣ'를 첨가 해 '아리랑'이 된 것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가죠. '아라리요' 역시 '알랑이요'에서 받침을 빼 보면 '아라리요'가 되니 그것도 그럴듯하지 않습니까?아시다시피 알랑 고아의 남편 도본-메르겐은 아들 둘을 남겨놓고 죽고 맙니다. 알랑 고아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죠. 지금처럼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몽골이 정착하여 농사를 짓는 농경문화도 아니고 떠돌이 유목민으로 여자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자신을 남겨두고 간 남편이 애가 타도록 그립기도 했지만 조금이나마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제가 알기로는 한국에서도 옛 부터 지금까지 먼저 세상을 하직한 장부를 그리며 많은 아녀자들이 사모곡을 노래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장부를 그리며 당사자가 노래한 것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 애틋한 사연을 전해들은 당대나 후대 시인들이 그 사연을 담아 대신 노래 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 얘기는 순전히 몽골사람들이 하는 얘기입니다
저들은 자신의 뿌리를 고구리의 고추모(주몽은 비하의 뜻)분명히 인식합니다
고구리 성토가 몽골땅에서 발견되는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