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시마 170km 떨어진 곳에도 날아들어”…피난행렬 ● 코피 호소하는 일본인…“코 안에 세슘
대량 피폭 가능성” ● “침묵하는 日 언론…한국의 수산물 수입 움직임 어이없어” ●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세슘 규제기준
바꿔야
3월 초 도쿄 숙소의 창밖에 비가 내렸다. 하루 종일 도쿄 수산시장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터라 피곤함이 밀려온다. 비가 많이도 내린다.
‘방사능…눈에 보이지 않는다. 냄새도 없다. 색깔도 없다. 이걸 어떻게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때 숙소의 텔레비전 화면에 NHK 과학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일본 기상청이 후쿠시마에서 날아온 공기 중 먼지덩어리를 4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그 속에서 초미세 세슘 입자 하나를 초미세 현미경으로 찾아냈다는 내용이었다. 크기는 0.00026cm.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크기다.
그런데 이 초미세 세슘 입자 하나에 들어 있는 방사선량은 3.8베크렐(Bq)이라고 한다. Bq은 방사능 활동의 양을 나타내는 국제표준
단위다. 1초에 방사성 붕괴가 1번 일어날 때 1Bq이라고 하니, 이 초미세 세슘 입자는 1초에 3.8번씩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셈이다.
방사성 붕괴는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핵이 자발적으로 어떤 종류의 입자 또는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된 상태의 다른 원자핵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말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 입자 하나에서 1초에 3.8번의 방사성 붕괴가 일어난다니…이게 우리 몸에 들어간다면? 나는 짐짓 놀랐다.
핵분열을 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플루토늄과 세슘은 대표적인 위험물질이다. 1985년 브라질 고이아니아 지방 병원에서 도난당한
세슘 캔이 개봉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던 세슘가루를 신비의 가루인 줄 알고 먹거나 몸에 바른 원주민 등 10만여 명이 방사능 검진을 받은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처음 방사선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나타내는 ‘반감기’가 세슘은 30년이다. 따라서 음식을 통해 내부
피폭이 되면 인체에 큰 피해를 준다. 세슘이 인체 내부로 들어가면 칼륨과 같은 작용 양상을 보인다. 칼륨은 감자에 많이 들어 있는 영양소인데
인체 전체로 흡수가 잘된다. 그래서 세슘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장기 곳곳으로 퍼져 암 발생률을 크게 높인다.
세슘 반감기 30년
의사인 미타 씨는 도쿄에서 30여 년 동안 병원을 운영했다. 그는 2014년 도쿄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일본 서부 오카야마 현으로
피난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이 환자들에게서 이상 증세를 목격하고 세슘의 공포를 이렇게 전한다.
“10세 이하 어린이들의 백혈구가 감소했다. 특히 3세 미만의 영유아들이 중증이었다. 그런데 중증인 아이들이 도쿄에서 서쪽으로 피신하면
백혈구 수치가 거의 정상치로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아이들의 백혈구 내 호중구(好中球) 세포가 급감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호중구는 백혈구 안의 최전방 순찰대로 불린다. 바이러스나
인체 내부로 세균이 침투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싸우는 저항 세포다. 생존 기간도 2, 3일로 짧고 장렬하게 전사해 우리가 흔히 아는 고름의
형태로 생을 마감한다. 호중구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우리 몸의 저항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도쿄에서 본 환자들은
호중구 수치가 정상보다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 낮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본 환자들 중엔 왠지 기운이 없다거나 건망증이 생겼다거나
코피를 흘리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만지기만 해도 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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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반대
시위를 하는 시민들(왼쪽). 일본 현지 수산시장에서 취재를 하는 필자. |
세슘 1Bq 이하 식품
오사카 출신 주부 미치코 씨는 남편, 다섯 살 아들과 함께 도쿄 서부 외곽에 거주한다. 그는 도쿄의 재래시장에서 식품을 구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 대신 ‘세슘 1Bq 이하 식품’을 공급하는 오사카의 (주)올터라는 온라인 업체에 주문한다. 취재진을 만난 날에도 세슘 1Bq
이하 식품이 배달됐다. 그가 느끼는 방사능 ‘내부 피폭’ 불안감은 심각했다.
“음식을 통해 몸 안에 축적된 방사능은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친구도 갑상선 질환을 앓았는데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그 영향으로 여전히
낫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1Bq을 유지하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미치코 씨 집에 세슘 1Bq 수준의 식품을 공급하는 (주)올터의 니시카와 사장을 만났다. 이 업체는 농수산물의 세슘 양을 직접 측정하거나
납품 계약을 한 농장의 토양에서 세슘 양을 측정해 1Bq 미만의 식품을 조달한다고 했다. 니시카와 사장이 밝힌 1Bq의 기준은 명확했다. “보통
식품첨가물의 독성을 조사할 때 안전계수에 100을 곱해요. 그런데 일본 정부는 방사능 규제에 대해선 100을 곱하지 않아요. 그래서 정부의 현재
세슘 100Bq이란 기준은 의학적으로 볼 때 100배 더 엄격해야 하는 겁니다.”
현재 식품에 대한 일본과 한국 정부의 세슘 규제치는 100Bq이다.
취재진은 도쿄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인근과 홋카이도 지역 농수산물을 직접 구입해 방사능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검사기관은 요코하마 방사선
연구소와 서울 녹색병원, 부산 부경대 방사선연구소 등. 이를 위해 도쿄 중심가에 있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전용판매 마트와 즈키지 수산시장,
후쿠시마 원전에서 50여 km 거리인 이바라키 현 수산시장, 홋카이도 삿포로 수산시장 등에서 20여 종류의 농수산물을 구입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 전용 판매 마트에선 버섯, 곶감, 가공 수산물 등을, 즈키지 시장에선 후쿠시마산(産) 찰가자미, 이바라키 수산시장에선 말린 생선을,
삿포로 수산시장에선 대구를 각각 구입했다. 검사 결과 세슘 검출량은 후쿠시마 버섯 27.76Bq, 후쿠시마 곶감 12.75Bq, 후쿠시마
찰가자미 3.88Bq, 이바라키 말린 생선 0.66Bq, 삿포로 대구 0.54Bq.
취재진은 일본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식품안전기금 고와카 주니치 대표로부터도 후쿠시마산 생선의 최근 세슘 조사 결과를 입수했다. 일본 후생성
공식자료를 근거로 한 조사였다. 후쿠시마 현 신치마치 앞바다에서 2014년 5월에 잡힌 감성돔에서 510Bq의 세슘이, 후쿠시마 현 도미오카마치
앞바다에서 2013년 10월에 잡힌 볼락에선 500Bq의 세슘이 검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느슨한 기준의 국가 세슘 관리 기준치인
100Bq보다 5배나 많은 검출량이었다.
고와카 대표는 “우리는 후쿠시마 주변 해역의 생선은 무서워서 먹지 않는다. 언제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며 “특히 위험한 것은 그곳에서
서식하는 생선인데, 바닷속 깊은 곳을 통과하는 생선이 위험하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의 계속되는 압박에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품을 먹고 ‘응원’하자며
오염물을 먹으라고 한다. 거기에 한국 정부까지 휩쓸려 일본에서 수입하자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니 어이가 없다”라고
일갈했다.
방사능 오염에 신음하는 일본...동북 연안 400km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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