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중국 괴담’이 한창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국내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고섬공고의 거래 중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탓입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면서 각종 소문을 입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A 애널리스트는 “중국고섬이 중국 현지에서 애널리스트에게 보여 준 공장들이 사실은 돈을 주고 일정 기간 빌린 남의 공장이었다는 소문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익명의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중국고섬이 공장부지라고 등록해 놓은 땅이 알고 보니 면적의 40%가 호수로 이뤄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말썽을 부렸던 과거도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국원양자원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원양자원은 작년 9월 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지 두 달 만에 유상증자를 발표해 주주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습니다.
회사 측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본사 빌딩을 짓는 데 쓰겠다고 밝힌 것도 투자자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결국 중국원양자원은 유상증자 발표 4일 후에 유상증자를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틈타 목소리를 높이는 애널리스트들도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달라고 요구한 한 팀장급 애널리스트는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장밋빛 리포트를 내놓을 때 동참하지 않기를 잘했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국내 증시 상장 중국 기업은 회사 차원에서 아예 리포트로 다룰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증시 문을 두드리는 중국 기업들이 과연 현지에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내에서 중국 기업 투자 열풍이 불면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너무나 쉽게 발을 들여 놓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중국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고, 거래소는 너무 쉽게 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