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은 몽골 샤마니즘의 발생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옛부터 바이칼호 주변에 살고 있던 코리 브리야트 몽골인들은 바이칼을 통해 신들의 세계로 항해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곳에 칭기스칸의 수중무덤이 있다는 전설이 주민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바이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호수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품에 안고 있다. 360여 개의 강이 흘러들고 단 하나의 강을 흘려보낸다. 이 땅에 늦게 도착한 러시아인들도 바이칼을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로 여긴다. 호수의 경제적 가치와 생태계의 오묘함이 바이칼의 깊은 수심처럼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칼 주변에 사는 몽골리언 여러 종족은 호수가 자신들을 낳았다고 믿었다. 아기가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자라듯 호수 안의 또 다른 육지인 섬이 떠 있듯 이 생명의 물이 자신들을 키운 것이라 믿고 있다.
지금부터 1만 년 전, 바이칼 호 주변에는 검고 곧은 머리, 날카로운 눈매, 완강한 체형을 지닌 인류, 북방계 몽골리언이 살고 있었다. 날카롭고 정교한 석기를 대량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그들은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인류학계에서는 아시아에 흩어져 사는 몽골리언들의 혈청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선사 몽골리언들의 근원지를 바이칼로 추정한다. 고고학계에서도 바이칼 주변의 유적, 유물의 연대 추정을 토대로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바이칼의 몽골리언들은 뛰어난 사냥기술을 바탕으로 아무르강 유역으로 퍼져 나갔다. 구석기 말이었다.
아무르(흑룡강)강에 집결했던 몽골리언들은 후퇴하는 빙하를 따라 북극의 혹한 지대로 진출한다. 냉혹한 기후에 적응한 몽골리언들은 베링 육교를 넘어 새로운 땅으로 들어선다. 12000년 전의 일이다. 몽골리언들은 북미 대평원에 도달. 북미 인디언의 조상인 고 인디언이 된다. 대평원을 떠난 일부는 미국 남부의 건조지대를 거쳐, 중미의 밀림을 뚫고, 파나마 지역을 따라 아마존의 밀림과 페루의 해안지대를 지나 대륙의 맨 끝에 이른다.
수많은 몽골리언들을 떠나보낸 바이칼은 이제 몇 안 되는 몽골리언 종족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호수 최대의 섬 오로에는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이전부터 몽골계 브리야트족이 살고 있다. 이 브리야트의 땅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누구나 브리야트의 신에게 통과의례를 올려야 한다. 예전에 대지의 신이 원하던 제물은 언제나 소박한 돌 몇 덩이었다. 지금 이 땅의 주인은 러시아인으로 바뀌었지만 터줏대감인 신에게 예를 갖추는 일은 그대로 계승했다.
옛날부터 브리야트인들은 샤만을 통해 땅에 제물을 바쳤으며 브리야트의 땅으로 들어 올 때는 먼저 여기서 신령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간단하게 보드카를 따라서 바친다. 지금에 와서는 브리야트의 신에게 바치는 것도 바뀐 추위에 따라 달라졌다. 몽골제국의 전사였던 브리야트 유목민들은 사회국의 70년을 겪으면서 예전의 야성을 모두 잃어 버렸다. 협동조합의 월급을 받으면서 가축을 돌보는 일이 초원의 자유로운 유목과 자리를 바꾸었다.
브리야트족은 칭기즈칸의 생모가 브리야트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곳 유목민들은 아들을 낳아도 월급쟁이 유목민으로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대지가 유목민들을 자유롭게 했었다. 그들은 새로운 풀밭과 사냥감을 찾아 늘 움직였다. 정착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들의 자유롭던 정신은 지금 서서히 죽어 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빙하기가 끝나가면서 몽골리언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아무르강 분지로 이동을 시작한다. 우리가 흑룡강이라고도 부르는 아무르강의 길이는 4,400km, 계절풍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많고, 강 유역이 넓어 예로부터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강 하류의 불라바는 몽골계, 투르크계, 퉁구스계 등 여러 몽골리언 종족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곳이다. 인구 2,800명의 이 마을에는 현재 울치, 우대계인, 히르키즈, 브리야트, 러시아인 등 18종족이 모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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