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심하다는 글을 남겼는데 어떤분이 70년대 도시빈민의 이야기를 하면서 반론이라고 다네요. 일단 보릿고개가 뭔지 알아봅시다. 다음에 검색하면 '
이전에,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농가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 이라고 정의 되어있습니다. 보릿고개는 농가의 이야기 입니다. 도시빈민 이야기가 아니라.
이 정의대로라면 조선사람들은 워낙에 머리가 나빠서 일본인 서너배의 식사를 하다가 식량이 빨리 떨어졌고 보리 수확하기 이전까지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기아에 시달렸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죠. 가끔 일본인 또는 일뽕으로 의심되는 수준이 너무 낮은 어그로가 와서 조선 사람들이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렸는데 일본이 고구마를 전해줘서 거기서 벗어났네 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글을 달기도 하더군요. 이전 글에도 말했다시피 보릿고개란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 등 불가피한 천재지변으로 수확량이 급감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 말했고, 평시에는 조선인들은 대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보릿고개라는 기아가 일상적인 연례행사였다면 당연히 식사량이 줄고 보릿고개를 대비해 비축해 두었겠죠.
본 주제로 들어가서 박정희의 우상화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도시빈민 문제라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시기 어디든 문제가 됩니다. 적은 인력으로 광작이 가능해지고 당연히 농촌의 잉여인력은 도시로 집중됩니다. 아무 기반없이 도시로 간 사람들은 가난에 시달립니다. 영국의 산업화 시기에 도시빈민 문제는 한국의 70년대 산업화 때 보다 심했습니다. 뭐 시기적으로 훨씬 앞선 시대에 일어난 일이니 이해가 갑니다. 탬즈강에 아기 시체를 발견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사회문제가 됩니다. 영국은 이것 때문에 도시빈민 구휼 정책을 쓰고 교육에 힘쓰죠. 당시에도 영국인 하층민의 교육수준이란 미천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습니다. 이걸 보릿고개라고 하진 않죠.
박정희가 보릿고개라 말하며 만성적인 기아로 부터 우리민족 구한 영웅이라는 프로파간다를 펴는데 사실과는 전혀 다르죠. 최소한 조선이란 국가는 일반민에게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한 칭찬받아 마땅한 국가입니다. 박정희 우상화, 민족의 영웅이란 프로파간다는 우선 과거 역사에 대한 폄훼로 시작합니다. 식민사관을 그대로 카피합니다. 박정희 시기 산업화가 일어난 것도 사실이고 당시 대부분이 농촌에서 살던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를 체험하죠. 이 외적인 급격한 변화 때문에 나이드신 분들이 착각을 하시는 겁니다. 박정희 시기 경제는 결코 좋은 평가를 해줄 수 없습니다. 경제성장율은 80년대 전두환 시기에 더 높았을 뿐더러 높은 걸 인정하더라도 당시 인도네시아나 남미 국가도 비슷한 성장율을 기록했고 다른 선진국들의 성장세와 비교해도 결코 높다고 평가해줄 수준이 못 됩니다. 거기다 물가 인상율을 감안하면 박정희 정권의 경제는 실패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김재규에 의해 총을 맞아 죽는 말기의 국가재정은 파탄 상황이고 경제상황도 아주 나빴죠. 굳이 박정희의 공으로 산업화를 드는데 꼭 박정희여서 가능했던 건가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박정희는 이순신을 띄웁니다. 물론 이순신 장군은 세계적 명장이고 군신으로 추앙받을만한 이상적 군인 그 자체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추앙받았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위치와 환경의 차이도 있겠지만 강감찬이나 을지문덕 급의 전쟁업적까진 못 됩니다. 당시 조선초의 과학력과 무기개발, 고려부터 이어져온 함포사격 전술의 덕도 있죠. 물론 원균 같이 어처구니 없는 인물이 이끌면 이도 무용지물이 되고, 이순신 장군은 이를 극대화 했기에 명량해전 같은 누구도 상상 못 할 업적도 남겼습니다. 박정희가 굳이 이순신을 띄운 건 자신을 우상화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민족의 역사는 형편없었다는 걸 부각하기 좋기 때문에 강감찬, 을지문덕 나두고 굳이 이순신인 겁니다. 무능을 강조하고 그만큼 자신은 이순신 급의 민족영웅이라고 동일시하기 위한 세뇌죠.
식민사관의 영향도 있겠지만 박정희도 한국인들이 민족역사에 대한 과소평가하는 선입견에 한 몫을 합니다. 한국인들은 역사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않은 경우 어김없이, 특히 조선의 경우 폄훼하죠. 이런 상태에서 역사를 공부하면 할 수록 조선의 장점을 알고 어떤 면에선 칭송과 감탄까지 하죠. 물론 조선의 단점과 한계에 대해선 그건 그것대로 따로 생각할 문제입니다만, 한국인들의 역사관이 심각하게 훼손된 건 사실입니다. 헬조선따위의 신조어만 봐도 얼마나 한국인의 자국역사관이 훼손되었는지 알수있습니다. 이건 현실의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낮은 자존감과도 연결이 됩니다. 자존감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것이 낮다는 건 그만큼 역량을 발휘 못 하는 한계를 만들죠. 자기효능감도 자존감에서 오는 거고, 자기 효능감이 없으면 어떤 도전이나 과제수행의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박정희의 우상화는 이렇게 역사왜곡과 민족역사의 폄훼에 기반합니다. 완전한 식민사관의 카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