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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30 02:17
[기타] 레히펠트 전투 (1)-공포(?)의 마자르족
 글쓴이 : 관심병자
조회 : 1,962  

화약 무기가 널리 정착되기 이전 스텝 기병은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막강한 전사 집단 중 하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는 스탭 부족들과 정주민들의 투쟁으로 얼룩졌으며, 많은 경우 스텝 기병은 정주민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실 근대 이전의 여러 문명권들의 군대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활동하는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진화한 군대들이었다. 역사상의 여러 군대를 놓고 하는 if놀이가 무의미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른 문명권의 군대와 마주치는 경우 처음에는 곤혹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양편 모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보강하고 강점을 최대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결국, 여기서 보다 성공적인 군대가 살아남는다.

이 '적응'이라는 것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역사를 볼때,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에 앞서서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우리의 시각에서 벗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예측을 내려야 하는 당시인들의 입장에 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스텝 군대의 또다른 강점은 여기에 있었다. John France 선생이 지적하듯, 스텝 군대는 상당히 유연하고 적응력이 높은 전사 집단이었다.

그런 면에서 955년 레히펠트 전투는 상당히 흥미로운 예를 제공해준다. 유럽은 마자르족의 지속적인 침공에 노출되어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 서유럽은 스텝 부족을 그렇게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아바르와 훈족의 공격은 강력했으나, 그들의 위협은 상대적으로 짧게 끝났다. 마자르의 공격은 서유럽이 스텝 군대의 지속적인 공격에 직면했던 마지막 경우였다. 이 공격을 받아내야 할 동프랑크 왕국은 카롤링 왕조와 옛 로마 제국의 군사적 전통에 서 있었다. 이 전통이 본격적인 시험대 위에 오른 셈이었다.





마자르 군대-전술적 특징과 강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텝 군대의 전술적 특징이자 강점은 기마로 대표되는 기동성과 강력한 합성궁으로 대표되는 원거리 타격 능력에 있었다. 기동성 덕분에 이들은 정찰에서 정주민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매복작전에도 유리했으며, 적군의 측면과 후방을 비교적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력한 화살 공격 덕분에 적에게 입는 직접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에게 출혈을 강요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텝 전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면 전투에 잘 응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면, 온갖 노력을 동원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정주민족의 군대와 싸울 경우, 이들이 전투대형을 갖추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 까닭에 최상의 타겟은 이동중인 군대였다. 스텝 전사들의 화살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동중에도 두터운 대형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러면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역설적으로 화살 공격에 아주 손쉬운 타겟이 된다. 반면에 빨리 이동하는 것을 택할 경우 대열 곳곳에 틈이 생기고, 그러면 스탭 전사들인 기동력을 발휘해서 이들을 쉽게 각개격파할 수 있다.

근접전에 익숙한 서유럽 군대에게 스텝 군대는 까다로운 적일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쫓아버리기 위해 대열을 풀고 공격을 가하면 스탭 전사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가, 기회를 봐서 다시 공격해왔다. 이때가 모든 스텝 군대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위장 후퇴(그리고 이른바 "파르티안 샷")가 가장 잘 발휘되는 시점이다. 910년 '유아왕' 루트비히의 동프랑크군이 바로 이 전술에 걸려 참패를 당했다.

만일 정주민족의 군대가 탄탄한 방어대형을 갖춘다면, 스텝 전사들은 여전히 거리를 유지한채 화살공격을 가하면서 빈틈을 노리거나, 적군이 대열을 풀고 공격해오는 것을 유도한다. 설령 적군의 방어대형에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화살공격을 당하다보면 공격을 하거나 다른 지형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기 마련인데, 바로 이 이동이 종종 스탭 전사들이 노리는 결정적 전기를 제공해주었다.

이런 전술은 결코 구사하기 쉬운게 아니다. 역동적인 기동을 필수로 삼는 이런 전술은 정교한 팀웍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으며 따라서 전투경험 풍부한 베테랑 전사들로 구성되었으며, 상당기간 함께 손발을 맞춰본 군대와 강력한 규율을 필요로 한다.

마자르인들은 그런 면에서도 강력한 군대였다.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 레온 6세(소포스)는 자신의 저작 <탁티카>에서 마자르 기병은 적군이 완전히 격파되기 이전에는 결코 약탈을 하지 않으며, 반드시 악착같이 추격해서 적을 최후의 1인까지 격멸하기 이전까지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서술하였다.





마자르군의 약점

이상의 모습들 때문에 간혹 스텝 군대는 적어도 전투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무적의 군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 때문에 종종 공포에 떨었던 정주민족들은 스텝 전사들의 무서움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을 남겼고, 바로 그 공포심으로 인해 과장된 부분까지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져온 점이 크다. 그러나 스탭 전사들도 무적의 존재는 아니었다. 이들도 분명한 약점이 있었다. 스탭 군대의 입장에서는 이 약점을 최대한 보강하는 것, 그리고 정주민족의 군대는 이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승패의 관건이 되었다.

첫 번째 약점은 이들이 항상 넓은 목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유럽을 공격했던 훈족, 아바르족, 마자르족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카르파티아 분지가 얼마나 많은 전사들을 유지시킬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분분하다. 중세 사료들은 헝가리 전사들이 10만이 넘는다고까지 기록하기도 하지만, 이는 상당한 과장으로 보아야 한다.

Denis Sinor와 Rudi Paul Lindner는 카르파티아 분지에서 양성될 수 있는 기마전사의 최대치를 6만명 정도로 잡았다. 그러나 이는 그 지역 전체가 오로지 말을 키우는데만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다. 당연히 그것을 불가능하다. 먹고 살려면 다른 동물들도 키워야 한다. 따라서 Sinor는 마자르 전사들의 규모를 2만명 정도로 추산하였다. Lindner는 이보다 더 적게 잡았다. 이들 유목민들이 다른 초식동물들을 전멸시키지 않는 이상, 이들이 기르는 동물들 외에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헝가리 대평원 지역은 1만5천여 명 이상의 기병을 길러내기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비교적 최근에 관련 연구서를 낸 Charles Bowlus는 약간 다르게 접근한다. 헝가리 평원이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말이 아니라, 특별히 기르고 훈련시킨 군마(특히 거세마)의 수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군마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종마와 암말 여럿이 또 필요하다. 게다가 스텝 전사 한 명은 군마 하나만 끌고 다니지 않는다. 기존의 주장대로 스텝 기병 한 명이 군마 10필을 끌고 다닌다고 본다면, 2만 명의 기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말은 무려 720,000 필이다. 헝가리 평원지대가 양성할 수 있는 말에 대한 Lindner의 이론에 대입한다면, 마자르족이 동원할 수 있는 기병은 불과 4천2백명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Bowlus는 다시 이 모델에도 약점이 있으며, 그 정도로 마자르군이 소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우선 그는 전사 한 명이 말을 10필씩이나 실제로 끌고 다니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명이 끌고 다니는 말이 많을수록 오히려 군대의 유연성은 떨어지게 된다. 그는 적절한 수는 1인당 5필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여기에 카르파티아 분지에 흩어진 다른 목초지들도 어느정도 기병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본다면, 원정에 나선 마자르군의 기병은 Lnidner의 추정대로 얼추 1만5천여 명을 채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동원 가능한 기병 수에 대한 논쟁이다. 레히펠트 전투에서 마자르군은 보병도 동원했다. 어쨌거나 스텝 기병 한 명 한 명은 생각보다 비싸고 귀한 전력이었다.

두 번째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전술적 강점이었던 활이다. 이들의 주무기인 합성궁은 강력한 원거리 무기이지만, 날씨에 민감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성계의 그 유명한 사불가론에도 나오지만, 습한 날씨에는 활의 아교가 떨어져나가기 매우 쉬웠다. 그리고 알프스 이북 유럽은 비도 부슬부슬 자주 오고 꽤 습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스탭 기병에게는 최악의 기후였다. 유럽인들이 합성궁의 위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 쓰지 않은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합성궁은 상당히 정교한 무기로, 숙련된 장인이 필요했으며 비쌌다. 재료 수급도 꽤 까다로웠다. 특히 유럽 소의 뿔은 잘 부서지는 편이라 재료로 합당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 재료를 가공하는데도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했다. 이는 스탭 군대가 서유럽에 가까이 근접할수록 이들의 주무기가 점점 더 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약점들은 유목민들과 싸워본 적들도 다 알고 있었다. 일례로 비잔티움 황제 마우리키우스는 <스트라테기콘>에서 이 두 가지 약점을 명확하게 언급하면서, 비잔티움의 장군들에게 스탭 군대에게 충분한 목초지를 허용하지 말것과 습한 날씨에 싸울 것을 주문하였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경무장을 했기 때문에 백병전에 불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스텝 전사들은 이 부분을 기동성과 화력으로 커버해왔다. 그러나 전투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공간이고, 뜻같지 않게 근접전에 말려들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근접전용으로 마자르족은 경기병이 사용하기 좋은 세이버를 지녔다. 세이버는 훌륭한 무기였지만, 실제 근접전에서는 프랑크군의 검보다 내구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근접전에 돌입하기 이전에 적의 기운을 충분히 빼지 않는 이상, 백병전에서는 스텝 전사들은 유럽의 중기병보다 불리한게 일반적이었다.





정리

이상이 마자르족을 포함하여 유럽을 위협한 스텝 군대의 강점과 약점이다. 이들은 막강한 전사들이었으나 그만큼 약점도 많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유목민의 큰 장점은 유연함과 적응력이다. 결국 이들이 어떻게 이 자질을 발휘하여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최대화하는가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세 유럽의 군대도 그들만의 강점과 약점이 있었다. 스텝 전사들의 공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들도 똑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다음 글은 최종적으로 레히펠트의 결전에 이르기까지, 동프랑크 왕국이 어떻게 군사적으로 대비를 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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