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고려시대 건축물들이 조선시대 건축물들보다 호화롭고 조선시대 건축물들이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인다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 몇몇 조선의 임금들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궁궐을 더 화려하게 꾸미려 시도했으나, 그 비용이 백성들의 세금임을 강조하는 신하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조선의 왕권과 건축 기술의 쇠퇴 혹은 국가 재정의 빈곤함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진보된 시대정신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저는 후자로 해석합니다.
고려 말기 사찰들의 웅장한 규모, 화려한 치장 그리고 금빛 찬란한 장식들이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냉대와 민중들의 외면 속에 결국 불교의 쇠퇴와 자멸을 가져온 것을 상기한다면,
거듭되는 외침 속에도 굳건히 일어나 민중들을 당당히 지켜냈던 고려 왕조가, 말기에 가서는 호화롭다 못해 사치스럽기까지 했던 귀족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대부분 방관자로 남았던 것이 결국 왕조 교체를 이끌어낸 것을 상기한다면,
상대적으로 수수하다는 소리를 듣는 조선의 건축물들이, 결국은 전 왕조의 왕족들, 귀족들과 승려들에 대한 비판어린 시각을 반영한 지배층의 자성 속에 태어난 건축물들이라는 것을, 그 시대상을 반영한 건축물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도 원한다면 후대에 영원히 기억될 정도로 청와대를 웅장하고 금빛 찬란하게 치장해서 금와대에 대통령님을 삼가 받들어 못모실 이유도 없지요.
우리의 후세들이 우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조선 건축물과 일본 건축물들을 비교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말이지만, 전국시대 일본의 금빛으로 치장한 후시미성과 아즈치성이 훌륭하나, 동시대 무장이자 새로운 막부시대를 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설적인 명언을 상기해서 저 시대 일본의 사회상을 유추해서 생각해본다면...글쎄요.
'百姓は死なぬように、生きぬやうに、合点致し収納申付'
(백성들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세금을 걷으라)
끝으로 조선시대 건축물 그림들을 몇 장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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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주 과거 시험장의 정경을 보여주는 1644년의 '길주과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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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gur.com/sIkLQPG.jpg]
1719년 4월에 기로소(耆老所)에서 숙종이 기로들을 위해 베푼 잔치를 그린 '경현당석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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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gur.com/Y7091Yw.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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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gur.com/ZRWtLQ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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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gur.com/MbrsLpH.jpg]
18세기 후반에 그렸으며 평양 감사의 부임 행차부터 연화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평양감사향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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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gur.com/xLovpHT.jpg]
1400~1600의 조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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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gur.com/LAbxSLh.png]
1551년, '관리들의 모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