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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30 08:00
[한국사] 조선시대 하악하악
 글쓴이 : 그노스
조회 : 2,663  

확실히 고려시대 건축물들이 조선시대 건축물들보다 호화롭고 조선시대 건축물들이 상대적으로 초라해보인다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 몇몇 조선의 임금들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궁궐을 더 화려하게 꾸미려 시도했으나, 그 비용이 백성들의 세금임을 강조하는 신하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조선의 왕권과 건축 기술의 쇠퇴 혹은 국가 재정의 빈곤함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진보된 시대정신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저는 후자로 해석합니다.

고려 말기 사찰들의 웅장한 규모, 화려한 치장 그리고 금빛 찬란한 장식들이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냉대와 민중들의 외면 속에 결국 불교의 쇠퇴와 자멸을 가져온 것을 상기한다면,

거듭되는 외침 속에도 굳건히 일어나 민중들을 당당히 지켜냈던 고려 왕조가, 말기에 가서는 호화롭다 못해 사치스럽기까지 했던 귀족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대부분 방관자로 남았던 것이 결국 왕조 교체를 이끌어낸 것을 상기한다면,

상대적으로 수수하다는 소리를 듣는 조선의 건축물들이, 결국은 전 왕조의 왕족들, 귀족들과 승려들에 대한 비판어린 시각을 반영한 지배층의 자성 속에 태어난 건축물들이라는 것을, 그 시대상을 반영한 건축물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도 원한다면 후대에 영원히 기억될 정도로 청와대를 웅장하고 금빛 찬란하게 치장해서 금와대에 대통령님을 삼가 받들어 못모실 이유도 없지요.
우리의 후세들이 우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조선 건축물과 일본 건축물들을 비교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말이지만, 전국시대 일본의 금빛으로 치장한 후시미성과 아즈치성이 훌륭하나, 동시대 무장이자 새로운 막부시대를 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설적인 명언을 상기해서 저 시대 일본의 사회상을 유추해서 생각해본다면...글쎄요.

'百姓は死なぬように、生きぬやうに、合点致し収納申付'
(백성들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세금을 걷으라)

끝으로 조선시대 건축물 그림들을 몇 장 소개합니다.

[http://imgur.com/Da1l8AX.jpg]
길주 과거 시험장의 정경을 보여주는 1644년의 '길주과시도'

[http://imgur.com/sIkLQPG.jpg]
1719년 4월에 기로소(耆老所)에서 숙종이 기로들을 위해 베푼 잔치를 그린 '경현당석연도'

[http://imgur.com/Y7091Yw.jpg]
[http://imgur.com/ZRWtLQC.jpg]
[http://imgur.com/MbrsLpH.jpg]
18세기 후반에 그렸으며 평양 감사의 부임 행차부터 연화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평양감사향연도' 중에서

[http://imgur.com/xLovpHT.jpg]
1400~1600의 조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http://imgur.com/LAbxSLh.png]
1551년, '관리들의 모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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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러브 17-04-30 09:03
   
오히려 조선시대의 지방분권적이고 수수한 모습들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지 않나..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대
선진국들은 굳이 건물을 높고 화려하게 짓지 않습니다.
그 아래 국가들이 건물을 높고 화려하게 짓지요.
중국이나..아랍에미리트 같은
     
그노스 17-04-30 09:35
   
네, 옳은 말씀이십니다.


캐나다 버나비 시청



필리핀의 고위층을 위한 뉴 빌리비드 교도소.
부속된 테니스 코트는 전 하원 의원이 정비.
shrekandy 17-04-30 17:23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그노스 17-04-30 20:36
   
네, 감사합니다 ^^
tuygrea 17-04-30 19:30
   
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때 사치를 금지하고 검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해서 정말로 그만큼 나라살림이 나아졌는지도 모르겠고... 사치부리는건 여전했고.... 특히 구한말 때 상황을 생각해보면-_-
결국 문화만 잃어버리게 된 것 같아서 생각할 때 마다 너무 아쉽고 종교적인 이유로(숭유억불) 문화마저도 탄압했던 조상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ㅠㅠㅠ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불교와 함께 축적, 발전해온 전통문화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그노스 17-04-30 20:22
   
네, 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사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나 백성들 대다수가 소작 농민이었기 때문에 얼핏 생각해보면 서로 같은 처지였던 것으로 보이나, 조선 백성들이 누렸던 복지 정책이 고려 백성들이 누렸던 그것보다 더 진보적이고 체계적이었다는 것은 여러 학자분들의 다수 의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선의 선진적인 복지 대책인 환곡의 경우,
성균관대 박이택 교수님에 의하면 18세기에 3억 인구를 가졌던 중국의 경우에 국가가 저장한 곡물이 쌀로 환산해서 2300만석이었다는데, 인구가 1600만에 불과했던 조선의 저장량은 1인당으로 계산하면 중국의 5배에 달해 국가가 저장한 곡물량으로는 당대에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구한말처럼 후대에 들어서 폐단이 생기기 전까지는 저런 환곡으로 국가가 기근 시기에 농민들에게 식량을 원조해 주었고, 평시에는 해마다 농민들에게 농사지을 종자까지 지급했습니다.
더욱이 농민 자신들에 대한 당연한 복지 대책이라고 여기고 태연히 종자 준비도 안하던 조선 농민들을 보면, 고려 농민들하고는 분명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불교와 유교에 대해서 말씀드려보자면, 유교가 분명 종교의 범주에 들어가나 사실 철학에 더 가까운 개념이고 책속에만 파묻히지 않고 행동하길 추구했던 학문이던만큼(물론 후대에는 말이 더 앞서지만), 적어도 동시대의 다른 학문들과 비교해 보자면 좀 더 진보적이고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저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그 문화에 매혹된 것도 이해가 갑니다.

동양 최초의 공화주의자라고 평가받는 유학자 정여립은 조선 초중기의 다양한 학문적 풍요로움 속에서 자라나 '천하는 공물인데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으랴' 라며 시대를 앞선 급진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지요.
백성이 임금보다 중요하므로 왕위계승은 혈통이 아니라 자격여부를 먼저 논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혁명적인 세상을 꿈꾸다가 그것이 빌미가 되어 역모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했지만 분명 왕실 친위적인 불교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사상이었을 겁니다.

서양의 유명한 계몽주의자 볼테르의 경우, 동양 문명, 특히 유교를 가리켜 기적으로 병자를 치유한다는 식의 미신이(고대 시대임?) 없는 종교라고 찬탄하기도 했습니다.
몽테스키외의 관점 또한 볼테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루소 같은 이는 유교 사상이 보여주는 이성, 또는 도리만이 인간을 다스릴 수 있다며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지금 우리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를 누리는 이유는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던 조선시대 유교의 잔재(...)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통치자의 백성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명문화하고, 통치자의 실정을 동시대 대다수의 다른 군주들처럼 하늘의 뜻으로 돌리지 않고 통치자의 책임으로 분명히 돌리는 이런 유교적인 사고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우리도 주어지는 쌀에만 만족하지 않고 독재자나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에게 당당히 그 책임을 묻는 사고방식이 이른 시기에 더 힘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말씀하신 조선의 숭유억불로 인해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우리 전통 불교 문화가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것에는 저도 불만이지만, 예를 들어 고려의 육식 금지 정책으로 인해 태고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우리의 육식 문화와 그 요리법이 단절되다시피 한것도 분명 문제가 없다고 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 발제글을 세운 이유는 일반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즉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고려시대가 살기 더 좋았고 조선시대는 퇴보했다는 식의 무분별한 조선 비판을 경계하고자 올린 것이고, 고려시대 또한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라는 말씀을 올립니다.
아를 17-04-30 19:47
   
검이불루 화이불치...
제가 아는 몇개 안되는 한자어 중에 두번째로 좋아하는 어구인데 ㅋ
백제의 예술을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용어지요.
여기서 검이불루를 더욱 강조한 것이 조선시대라고 봅니다.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를 비교해도 잘 드러나는 차이...
서양에서 조선시대 미술품을 모던하다고 평가하던데 격공합니다.
가끔 무조건 조선시대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더군요.
소박하고 단아한 것을 초라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그노스 17-04-30 20:34
   
네, 제가 캐나다 친구들에게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예술품들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훌륭하다고 평하고 딱히 그것들 사이에 우열을 가리지 않으며 예술품은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해석과 평을 내놓는데, 한국에 계신 일부의 분들은 자국의 전통 예술품들을 겨냥해서 꼭 우열을 가리는데 열심이신 것을 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가남 17-05-02 10:26
   
백성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담긴 글 잘 봤습니다.
건축과 함께 의복이 흰색 일변도라해서 건축, 염료기술이 쇠퇴 혹은 발달하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일뽕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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