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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31 13:29
[기타] 동양의 속국과 서양의 속국은 다르다
 글쓴이 : 인류제국
조회 : 1,617  

일부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과거 한국은 중국의 속국(屬國)이었다' 라는 관념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이러한 관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역사 왜곡을 감행할 수 있는 여지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주장은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이 같은 속국 개념을 이용한 것이다.

'속국' 하면 어딘가 자주성이 결여된 힘없는 국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정말로 그렇게 무기력한 민족이었다면, 이제까지 수천 년간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독립국가를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거란족이나 여진족 같은 민족들이 수없이 명멸(明滅)하는 중에도, 우리 민족만큼은 수많은 외침(外侵)에도 불구하고 독립국가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무기력한 속국이었다' 라는 기존의 관념이 과연 정확한 것인가를 한번 점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한국이 무기력한 속국이었다' 라는 기존 관념과 (2)한국이 오랜 기간 독립국가를 유지해왔다는 두 가지는 분명 모순되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한 것일까?

그 이유로는 대체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는, 서양의 vassal state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속국 혹은 종속국으로 번역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이것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논리였다는 점이다. '과거 수천 년간 중국 밑에서 속국으로 살아온 한국을 일본이 해방시켜 주었다'는 논리를 펴는 데 있어서 속국 논리가 유용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논리대로라면, 과거 일본도 중국의 속국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일본은 중국의 속국이었다' 라는 관념은 그다지 확산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유독 한국인들만이 그러한 관념의 포로가 되어 있는 것이다.

과거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속국이라는 개념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속국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국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국 개념은 동아시아의 것이 아니라 서양국제법상의 개념인 것이다. 그럼, 동아시아의 속국 개념과 서양국제법상의 속국 개념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먼저, 동아시아의 속국 개념은 이러하다. 중국사의 권위자인 전해종 교수의 <한중관계사 연구>(일조각, 1974)의 내용을 정리하면, 속국(혹은 번국 藩國)이라 함은, 종주국의 책봉을 받아들이는 대신 종주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종주국과 조공 및 회사(回賜, 조공의 반대급부)를 교환하며, 제3국의 침략이 있을 때에 서로 파병을 해주기로 한 국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의무 외에도, 속국은 종주국의 연호(年號)를 사용할 의무도 부담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종주국과 속국은 여러 가지 많은 권리의무를 갖고 있었다.

수천 년간의 한중관계를 보면, 요나라·금나라·원나라 때에 나타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주국이 속국의 내정과 외교에 대해 간섭하는 경우는 없었다. 종주국과 속국이 법률적으로 상호 자율성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종주국과 속국은 서로 다른 법률체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역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통설이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속국은 형식적으로는 종주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종주국으로부터 자율적인 주권국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서양의 속국 혹은 종속국 개념은 어떠한가? 국제법 학자인 이병조·이중범 교수의 <국제법신강>(일조각, 1996)에 의하면, 속국(vassal state)이라 함은 종주국의 법률에 구속되는 국가를 말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 속국은 종주국 앞에서 자율성을 상실하고, 내정과 외교에서도 원칙상 종주국의 구속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종주국이 체결한 조약은 자동적으로 속국에도 적용되며, 종주국이 전쟁을 개시하면 속국도 자동적으로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서양국제법상의 속국은 종주국의 법률에 구속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속국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과거 조선은 명나라의 속국이었지만, 조선은 조선 나름대로 경국대전을 중심으로 한 법률체계를 갖고 있었고, 명나라는 명나라 나름대로 대명회전을 중심으로 한 법률체계를 갖고 있었다. 서양국제법상의 속국에서는 이 같은 상호 독립적인 법률체계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이병조·이중범 교수는 속국(종속국)의 예로, 14세기~1908년의 불가리아(종주국 터키), 1805~1914년의 이집트(종주국 터키), 1945년 이전의 외몽고(종주국 중국), 1906~1911년의 티베트(종주국 중국)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속국의 국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려면, 1905년 을사보호조약 이후의 대한제국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1905년 을사보호조약 이후의 대한제국은 국제법적으로는 속국이라기보다는 피보호국(被保護國, protected state)에 해당한다. 피보호국과 속국의 개념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국제법에서는 두 가지 모두 국제법적 행위능력(예컨대 조약체결능력)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양자를 동일한 범주에 넣고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을사보호조약 이후의 대한제국 수준은 되어야 서양국제법에서 말하는 속국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국제법상의 속국은 형식적으로는 물론 실질적으로도 자율성을 상실한 국가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아시아의 속국은 자율성을 향유하고 있었던 반면에 서양국제법상의 속국은 자율성을 누리지 못하는 존재였다. 두 가지가 이처럼 서로 판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착오를 일으키는 것은, 서양의 vassal state를 한국어의 속국으로 잘못 번역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개념을 동일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vassal state에 맞는 적합한 한국어를 찾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속국이라는 말을 여기에 붙임으로써 여러 가지 오해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오늘날 우리는 과거 동아시아의 속국 개념을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서양국제법상의 vassal state를 연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과거 일정 기간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속국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국제법상의 속국이 아니라, 동아시아 나름대로의 속국이었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동아시아의 속국은 서양국제법상의 속국처럼 자율성을 부정 당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엄연히 독립된 하나의 주체였던 것이다. 다만 형식상으로 종주국의 패권을 인정할 뿐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자신이 이러한 속국 개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 국내의 사대세력까지도 한국의 외세 의존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잘못된 속국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민족이 과거 수천 년간 당당한 독립국가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과, 또 그러한 민족이었기에 수많은 외침을 견디면서 오늘날에 이를 수 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05419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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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17-05-31 13:44
   
쉽게 말하면 동양의 속국=동맹국 같은 개념임
     
아비요 17-05-31 17:08
   
아녀.. 서양 개소리에 놀아난 결과고.. 그냥 황제 개념이 서양은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나뉘어 있는거고 동양은 합쳐져 있는 겁니다. 서양 국가들 다 속국이에요. 동양과 똑같은 분류로 분류되기 싫어서 개소리 시전한거..
아비요 17-05-31 17:07
   
그냥 서양 개소리에 놀아나는 꼴임. 책봉 받거나 그런거 생각하면 그냥 서양 국가들도 다 로마교황청 속국임.
관심병자 17-05-31 17:50
   
병인양요 당시에 열강들은 조선과 청의 관계가 서양의 일반적인 속국 개념과는 다르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청나라랑은 상관없이 군대를 움직여서 프랑스 함대와 전투를하고, 독자적인 외교권도 가지며,
그래도 청나라는 그러려니 하고 신경을 안쓰니까,
조선을 독립적인 주권국가로 인식할수밖에 없는거죠.
서양인의 관점에서 속국이란 괴뢰정부로 외교권도 없고, 군사, 왕위계승도 종주국의 간섭을 받지만,
조선과 청, 그외 동아시아 다른 고대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명분적이고 형식적인거였죠.
동아시아에서 서양 기준에서 속국이라 불릴만한 나라는 일본이 세웠던 만주국 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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