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쟁사 이야기 하며, 의례 근접 백병전 못 했고, 원거리 무기만 고집했고, 그게 문제인 것 같이 말하는데 잘못된 프레임입니다.
일단, 검이란 무기 자체가 그렇게 살상력이 좋은 유용한 무기가 아닙니다. 임란의 예를 가지고 과장되게 이야기 하는데 검백병전 잘한다는 일본의 전국시대에도 사상자의 70% 이상이 원거리 무기에 의해서라는 연구도 있고, 전술의 발전도 원거리 무기의 발달에 의해서 이뤄진 게 상식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석궁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절대병기 취급을 받았고, 영국의 장궁병도 유명하죠. 장궁이 국궁보다 못한 건 여기 분들은 잘 아는 상식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 검은 전쟁에서 그렇게 큰 역할을 하지 않고 반대로 원거리 무기의 위력은 여러분의 생각 보다 훨씬 강합니다.
임란 예를 자꾸드는데, 당시 조선의 상황은 단순히 검술 또는 살수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조선이 대비를 너무 허술히 했으며, 적은 100년이 넘는 내전을 막 끝낸 정예군이 절비한 상황이고 조선은 반대로 200년의 평화에 큰 병력이 운영된 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죠. 고려의 경우 10배 가량의 적(거란과 몽골)이 점거한 성을 함락시킬정도로 단병기 백병전에도 능한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란 당시 조선군의 피해를 입는 것이 주로 손목 부상이었고, 조선군의 칼과 창의 길이도 일본군 보다 짧았죠. 일단 상대가 경험에서 부터 차이나니 잘하는 거야 이상할 것 없지만, 기본적으로 병장기의 길이 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습니다. 무슨 영화같이 크게 휘두르는 거에 당한 게 아니라 주로 상대와 맞댄 상태에서 비틀어 손목을 노리는 공격에 많이 당했습니다. 그리고 왜검이 승병의 곤봉이나 월도에 약했다는 기록도 있어, 병장기의 길이에서 오는 약점이 있었다는 걸 증명해주죠.
검술에 이상한 환상을 가지는데, 무기술은 기본적으로 무기 형태에 따라 거기서 거기고, 대단한 기술이나 게임이나 일본애니에나 있는 필살기 따위 없습니다. 경험의 차이지... 특히나 중장 방어구를 갖추면 검은 정말 허접한 무기가 됩니다. 중세 유럽기사의 칼날을 잡고 손잡이를 둔기 같이 활용하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죠. 기사들 끼리 결투할 때, 지가 죽거나 다치지 않을 걸 아니까 검을 주로 사용했지, 실전에서는 둔기가 더 위력적이었고, 실제로 애용했습니다. 중국의 병서에도 시중의 얇고 가벼운 무기에 화려하기만 한 검술이 전쟁에선 쓸모없다고 적기도 하죠.
전쟁에서 보병의 주력이 장창을 봅시다. 3미터가 넘거가는 창으로 그것도 집단 대형에서 할 수 있는 건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찌르기 빼면 없는 거나 진배없죠. 검이라도 장창에 비해 좀 더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겠지만 그것도 거기서 거기입니다. 중장갑을 상대로는 밴다는 건 쓸모없는 짓이고 주로 실제 살상의 효과가 있는 건 찌르기죠. 검도하는 거 보면 종베기를 주로 하죠. 왜 그럴까요? 단순한 이유입니다. 횡베기 보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빠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생각같이 대단한 일본 애니에나 나오는 필살기 같은 거 없어요.
검은 월도 같은 장병기에 지는 게 기본적인 상식이고, 중국에서 창은 100일, 도는 1000일, 검은 10000일이라는 말도 있고, 검은 자기 손을 다칠 수도 있고, 기술을 익히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둔기로 사람의 머리를 쳐서 암살하는데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별~ 검이 심오하고 나발이고가 아니라 그냥 검이 실전에서 위력적이지 않은 무기일뿐입니다. 검가지고 곤봉이나 창대를 쉽게 자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거 안 됩니다. 임란에서도 실제로 승병의 곤봉으로 이긴 사례도 있고, 유럽의 경우 란츠크네흐트에서 상대의 창을 부르뜨리려는 의도로 양손검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 역을 맡은 병사는 비용이 비쌌죠. 왜? 뒤질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그리고 그 검도 일본도 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한마디로 xx 특공대고 인명 살상이 아니라 목숨걸고 상대 창을 무력화 시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실제 전쟁에서 영화나 그라마 같이 칼이 위력적이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길이가 딸리면 굉장히 불리한 게 상식입니다. 근력이 있고 어느 정도 숙련도 있으면 검보다 월도 정도 길이의 장병기나 도끼, 철퇴 같은 게 훨씬 위력적입니다. 이성계의 근접전 무기는 철퇴였고, 사자심왕의 무기는 도끼였습니다.
참 희한하게 우리 전쟁사에서 수성전 아니라도 야전에서 크게 이긴 경우도 많고, 딱히 원거리 무기에만 의존한 것도 아닌데, 무슨 수성전만 잘하니, 원거리 무기 빼곤 백병전은 못 한 걸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저기요. 원거리 무기는 무슨 개나소나 쉽게 다를 줄로 착각을 하는데, 국궁은 비싼 고급무기구요. 궁수 기르는데도 기간이 깁니다. 영국의 요먼(장궁병)의 훈련이나 대우만 봐도 알 수 있죠. 가장 쉽게 병사 양성하는게 장창병이죠. 개인의 기량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으니까요.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궁술을 잘하고 원거리 무기가 좋다는 건 검술 따위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실전에서 위력적인 장점입니다. 임란이 단병기 백병전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