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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27 13:27
[한국사] 현대인이 한국의 천문학사를 볼 때의 오류
 글쓴이 : 솔루나
조회 : 799  

 최근에야 나는 한국 천문학사의 연구 목표와 역사적 실사과의 괴리가 생기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서두에 말한 '과학의 역사'를 탐구하려는 목표를 지닌 채 '역사 속의 과학'을 탐구했기 대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ㅣ꾸어 말하면, 한국의 역사 속의 천문학에서 보편적인 천문학의 역사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니덤과 그 후학들, 그리고 최근까지의 나는 중국과 한국에서 과학의 역사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의 역사 속의 과학은 애초부터 그리고 본질부터 우리가 찾으려고 했던 '과학'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역사에 있었던 과학은 서양의 역사에 있었던 그 과학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아시아 역사 속의 과학에서 서양의 과학을 찾으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역사 속의 천문학에서 서양 천문학에서 도출한 진보, 발전, 의미, 가치 등을 찾으려고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천문학사는 아무런 진보, 발전, 의미, 혹은 가치가 없는 역사로 인식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가 현재 천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양에서 발생하고 변화해서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특별한 성격의 학술을 말한다. 사실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에 이러한 천문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동아시아 전통시대에 우리가 천문학이라 부를 만한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천문학이라고 부르는 서양 천문학과 일면 유사하고 일면 다른 학술이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에 존재하였는데, 우리는 그것을 부를 마땅한 이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천문학'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동서양의 천문학은 그 이름이 같을 뿐, 이 학술에 부여된 이념과 가치를 시작으로 탐구의 목적과 방법, 사회적 기능과 역할, 다른 학술과의 관계등 많은 것들이 서로 달랐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전통천문학은 오늘에가지 이어진 것이 아니라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완전히 종언을 고하고 서양 천문학으로 대체되어 단절되어버린 학술이다. 때문에 동아시아의 천문학에서 그것이 현대천문학으로 이어진 천문학의 역사를 탐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은 현대로 이어지지 못한 단절의 역사에 대해 동아시아 천문학은 왜 현대천문학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런 식의 연구가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서양 천문학과 비교하고 그 수준과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천문학을 원래의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이탈시킨다는 점이다. 비교와 가치 평가의 기준은 항상 현대 서양 천문학이며 나아가 그것에 이르게 된 천문학의 역사인 서양 천문학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비유하자면, 이런 탐구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숭늉을 기준으로 우물물의 농도를 판정하고 이것이 얼마나 숭늉에 가까운지, 혹은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었는지, 왜 우물물은 결국 숭늉이 되지 못했는지를 묻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천문학사 연구자는 한국의 천문학이 얼마나 서양 천문학 혹은 중국 천문학처럼 되지 못했는지를 묻고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 천문학사의 사실들이 '한국의' 맥락에서 이탈하고, 연구자는 그것이 원래 한국의 역사 속에서 지녔던 의미와 가치를 서양이나 중국의 관점과 맥락에서 재단해버린다.
(중략)
 동아시아의 전통시대에 천문학은 동아시아인들이 신뢰할 만한 모든 권위와 가치를 최종적으로 의탁했던 하늘에 대한 학술이었다. 하늘의 명(命)을 받은 하늘의 아들, 즉 천자(天子)만이 천문학을 연구하고 실용할 수 있었다. 천문학은 하늘의 명을 읽고 이를 백성에게 전달하는 도구였기에, 천문학의 실행은 천자의 의무이기도 하였다. 이론적으로 천문학은 중국의 천자에게만 실행할 의무과 권리가 있는 학술, 나아가 위정자가 정치를 위해 독점하는 학술, 즉 국가천문학(state astronomy)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러 천문학이 당연히 실행되었고 그 역사는 중국 천문학사가 되었다.
(중략)
 천문학을 실행할 수 없는 이념적 제약 속에서도 단절 없이 이루어진 천문학의 실행, 이것이 한국의 역사 속의 천문학이 지닌 독특하고도 근본적인 성격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천문학은 이론적 차원에서는 중국에서 형성된 천문학 지식을 수용하고 따르면서도 실행적 차원에서는 독자적인 실천으로 한국적 특성을 형성하는 천문학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천문학사에서 이론적 차원의 진보가 거의 보이지 않는 반면, 실행적 차원에서의 활동과 실천에서 중국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독특하고 가치 있는 역사가 생산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 '한국 천문학사' 서문中, 전용훈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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