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병철의 천문학 연구는,
19세기 조선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이해되어온 '국력의 쇠퇴와 근대적 전화의 실패', 나아가 그러한 흐름과 병진하는 '학술적 추구의 정체(停滯)'라는 구도가 재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남병철의 천문학은 "19세기 중반 조선의 유학자가 도달한 천문학적 이해의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남병철의 '추보속해(推步續解)'(1862)는 기본적으로 '역상고성후편'에서 채용한 케플러의 타원궤도설을 적용하여 태양 운동, 달 운동 그리고 일월식을 계산하는 방법을 해설한 역산서라고 할 수 있다. 남병철은 강영(江永, 1681~1762)을 대단히 존경하여 역법 계산의 원리를 서술한 강영의 '추보법해'를 모델로 하면서, 강영 이후에 달라진 역법지식을 반영한 책을 지어 이름 '추보속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적인 역산서의 성격을 넘어서 19세기 중반 조선의 유가 지식인이 도달한 천문학의 연구 수준을 대표한다. 역산이라는 실용적 목적을 넘어서 이미 유가 지식인의 교양지식이 된 천문학의 여러 주제들을 이론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나아가 서양 과학과 천묺가의 의미를 논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전통적 천문학에서 도달한 최고 수준의 천문학 연구와 19세기의 유가 지식인이 바라본 천문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
- 한국 천문학사(전용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