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17-08-23 15:47
[기타] 파양호수전 & 적벽대전, 사실과 허구 사이
 글쓴이 : 인류제국
조회 : 1,858  

대형함 위주의 함대와 소형선 중심인 함대가 맞붙었다. 후자는 전선보다도 어선과 상선이 많았다. 병력의 차이도 컸다. 전자가 후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누구나 전자의 압승을 점쳤으나 결과는 딴판. 한 달 넘게 싸운 끝에 후자가 전자에게 압승을 거뒀다. 원명 정권 교체기인 1363년9월4일, 중국 장시성(江西省) 북부 포양호 수전(파양호대전)의 결과는 대륙의 운명을 갈랐다. 주원장은 이 싸움의 승리를 기반으로 군웅이 할거하던 원나라 말기의 혼란을 진정시킬 지도자로 우뚝 섰다.
만수기에는 서울특별시 면적보다 약 82배 큰 호수인 이곳에서 자웅을 겨룬 세력은 주원장(朱元璋)과 진우량(陳友諒).* 둘은 한족 부흥의 상징이었으나 하늘 아래 두 임금이 있을 수 없는 법. 파양호 대전에서 승리한 주원장에게 또 다른 신흥세력 장사성과 원나라 잔당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진우량을 꺾은 주원장은 파양호 대전 1년 후 무왕(武王)이라고 선포하고, 5년 후인 1368년에는 스스로 명의 황제에 올랐다. 주변의 간청에도 칭왕(稱王·왕이라고 선포하는 행위)하지 않고 ‘무공(武公)’이라고 불리는 데 만족했던 주원장으로서는 파양호대전으로 천하를 얻었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파양호대전은 명나라 건국 말고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진우량이 동원한 병력이 65만명. 주원장은 20만 군대로 맞섰다. 양쪽 합쳐 85만명의 수상전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파양호 대전은 그 규모만큼이나 많은 얘기 거리를 낳았다. 전투의 양상은 처음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펼쳐졌다. 파양호대전 3년 전 진우량은 친구의 편지를 믿고 주원장 진영에 들어갔다가 크게 패한 적도 있다. 
복수에 이를 갈던 진우량은 주원장의 수군을 단번에 깨뜨리기 위해 대형 전선을 쇠사슬로 연결해 풍랑에도 거뜬한 선단을 꾸렸다. 누가 봐도 열세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주원장은 화공(火攻)을 결정하고 바람의 방향까지 미리 알아내 기적적인 승리를 낚아챘다. 반간계(反間計)과 연환계(連環計), 불화살 공격이며 풍향 변경 같은 파양호 대전은 문학작품에 스며들었다. 소설 삼국지연의의 백미로 꼽히는 적벽대전 편이 바로 파양호 전투와 나관중의 상상력이 결합해 쓰였다.**
주원장이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해 명 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금력. 중국 최고의 수상도시로 꼽히는 저우장(周庄)을 건설한 거부 심만삼(沈萬三) 등 강남상인들이 대주는 돈으로 주원장은 네 배가 넘는 적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정예병력을 키우고 인재를 모아 천하를 거머쥐었다. 명 나라는 중국사에서 강남 세력을 기반으로 세워진 최초의 국가였다. 
명의 발흥은 조선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황제국가를 자청할 만큼 자주적인 고려를 계승한 조선왕조가 역대 왕조 가운데 가장 힘 없고 사대적이었던 이유도 명과 청의 힘이 워낙 셌던 탓이다. 중원에 강력한 통일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한반도는 늘 불안에 떨었다. 역동적인 고구려도 수와 당으로 통일된 중국의 힘에 의해 망했다. 중국의 굴기(堀起) 속에 역사가 되풀이될지 두렵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부지리를 얻지 못할망정 새우 등 터질 것 같아 걱정이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 진우량은 파양호대전 당시 전사하고 둘째 아들 진리(陳理)만 부친의 시신과 함께 탈출했다. 주원장은 명나라를 건국하며 진리를 포용해 한왕(漢王)에 봉했다가 고려로 내쫓았다. 진리는 조선 건국(1392) 때도 생존했으나 생활이 어려워 조선 조정에서 돌봐줬다고 한다. 진리의 후손들이 양산 진씨다. 
** 소설 속의 적벽대전과 실제 파양호대전은 1155년이라는 시차만 있을 뿐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과장이 많다. 서기 208년 일어난 적벽대전은 중국측 정사에서는 기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정사에서는 병사들이 많이 죽은 이유도 역병 때문이라고 나온다. 원말명초의 소설가 나관중은 적벽대전을 어마어마한 전쟁으로 둔갑시켰다. 진수(陳壽)가 남긴 삼국지를 토대로 쓴 팩션(faction:fact+fiction) ‘삼국지연의’에서 나관중은 조조군 100만에 손권·유비연합군 5만이 맞붙었다고 썼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김운회 동양대 교수의 ‘삼국지 바로 읽기’에 따르면 위나라 군대는 많아야 20만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라도 없었던 유비는 나중에 촉한(蜀漢)을 세우고 나서도 위나라 국력에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나관중 뿐 아니라 삼국지연의를 단순화한 청나라 시대 모종강(毛宗岡)도 적벽대전의 허풍을 그대로 따랐다. 김 교수는 원말명초 정권 교체기에서 강력한 한족 국가의 탄생을 바라던 지식인들의 열망이 삼국지 연의라는 소설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파양호대전 역시 65만명 대 20만명의 싸움이 아니라 진우량군 30만명 대 주원장군 3만명의 수전이었다는 주장이 중국 안에서 나오고 있다. 통일 왕조였던 수나라도 온 힘을 기울여 113대군을 고구려 원정에 보냈다 망국에 이르렀는데 지방정권도 아니고 일종의 반란군이었던 진우량이나 주원장이 그만한 대병력을 동원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33만명이 참가한 수전이라면 유사 이래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의 허풍이 우습지만 최근 일부에서나마 수정하려는 노력만큼은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151775&memberNo=22213349&vType=VERTICAL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인류제국 17-08-23 15:47
   
 
 
Total 19,98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게시물 제목에 성적,욕설등 기재하지 마세요. (11) 가생이 08-20 85725
19737 [기타] 한국사는 미스테리한 점이 많지요 (20) 관심병자 07-11 2402
19736 [기타] 잡설) 청동거울은 일반적인 거울이라고 보기는 힘들… (2) 관심병자 07-11 1359
19735 [한국사] 5백년전 명나라 지도, 明과 高麗 등 지명 분석 #대명… (5) 레종 07-09 2324
19734 [한국사] 정읍 시의원 - 중국 본토에서 삼국사기 백제의 정… (2) 조지아나 07-06 1725
19733 [한국사] 사실에 대한 날조는 (6) 위구르 07-05 1189
19732 [한국사] 내로남불 위xx 탐방기 (9) 파스크란 07-05 1125
19731 [한국사] 책 추천: 임진란 미국에서 (8) 위구르 07-05 1208
19730 [한국사] 니네들이 좋아할만한 책 추천한다 (16) 천추옹 07-04 1134
19729 [한국사] 신라의 대륙영토, 영해군사와 청해진 (2) 파스크란 07-04 1212
19728 [한국사] 당唐의 기미주로 보는 고구려의 강역, 영주·평주(營… (9) 파스크란 07-03 1182
19727 [한국사] 마자수는 어떻게 압록강이 되었나 하이시윤 06-29 1061
19726 [기타] 한국 역사는 (30) 관심병자 06-22 1933
19725 [한국사] 일본군을 끌어들인 댓가 (구한 말) (6) 천의무봉 06-16 1851
19724 [한국사] 가만보면 자칭 재야사학자는 몇가지 부류로 나눌수 … (16) 파스크란 06-13 1650
19723 [한국사] 가생이에 계시는 (15) 하이시윤 06-13 1206
19722 [한국사] 역사학의 임무 (5) 하이시윤 06-11 1157
19721 [한국사] 동아게에서 하고싶은 것 (2) 하이시윤 06-11 1063
19720 [한국사] 유사역사학 추종자들이 해로운 이유 (8) 위구르 06-10 1417
19719 [한국사] 마지막 빙기이후 황해 등수심도 (1) 하이시윤 06-10 1197
19718 [한국사] 토종견 바둑이 복원 (3) 하이시윤 06-10 1350
19717 [다문화] 어느 아시아계 러시아인의 정서 이쉬타 06-08 1418
19716 [세계사] "Θά 'ρθεις σαν αστραπή" (당신은 번개처럼 … 이쉬타 06-06 961
19715 [한국사] 말의 가축화 학설 하이시윤 06-04 1498
19714 [한국사] 세계사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임진왜란 (9) 지골 06-01 1945
19713 [한국사] 아리랑은 중국 전통민요이다~ (2) 살강살강 05-29 1847
19712 [한국사] 네이버 웹툰 베스트도전 찐삼국사 (2) 파스크란 05-29 1844
19711 [한국사] 시대별 한국사 지리적 전개 범위1 (2) 하이시윤 05-27 132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