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판서 허조(許稠)가 계하기를,
"제사를 지내는 것은 공을 보답하는 것입니다. 우리 왕조(王朝)의 전장(典章)·문물(文物)은 신라의 제도를 증감(增減)하였으니, 다만 신라 시조에게 제사 지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삼국이 정립(鼎立) 대치(對峙)하여 서로 막상막하(莫上莫下)였으니, 이것을 버리고 저것만 취할 수는 없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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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문물이 신라를 계승했으니 신라 시조에게만 제사지내자.'라는 편협된 역사관을 주장하는 상소에 대해 임금스스로가 '삼국이 서로 경쟁하여 동등한 형세를 구축하였기에 어느것 하나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함. 이는 기록에 나오는 임금이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를 조선의 옛 조상으로 인식하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
『세종실록』 9년(1427) 3월 13일자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