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해 우정을 나눈 조선-명나라 천재 문사들
아래는 실제로 예겸과 성삼문, 신숙주가 주고 받은 시문들.
오른쪽 예겸의 친필글씨, 왼쪽은 신숙주의 친필글씨
예겸의 친필 시 해석(오른쪽)
보검을 받은 은혜를 입어서 작은 시 한편을 지어 감사하는 마음을 드리려하니 번개같이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옥갑(玉匣)에서 이름난 칼 꺼내니/
금고리에 채색끈 묶여 있구나/
구야(歐冶)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되강오리 기름 발랐으니 윤이 나겠지/
가을 개천에선 숫돌 갈며/
휘두를 때는 눈보라 쏟아낸다/
문방(文房)이 배(倍)나 더 무거워졌으니 /
호조(豪曺:구야가 만든 검)는 응당 셈에 넣지 않으리/
범옹(汎翁),근보(謹甫) 두 지원(知院) 현계(賢契)에게 예겸(倪謙)이 씁니다.
신숙주의 친필 시 해석(왼쪽)
삼가 높으신 운을 이어서, 조사(詔使) 내한(內翰) 선생 문궤(文几)에 받들어 올립니다.
굳센 글 빼어나 예리한 칼 뽑은 듯하여/
가을 매가 갓끈 풀고 훨훨 나는 것만 같구나/
대인의 고상한 말씀은 옥가루 날리듯하고/
대인의 온화한 기운은 난초처럼 촉촉하네/
유림(儒林)의 우뚝 솟은 기둥이시고/
학해(學海)의 넓고 깊은 큰 물결이라네/
대롱처럼 좁은 소생의 식견 그저 보잘 것 없어서/
곁에 모시는 우리들은 정말 부끄러울뿐/
고양후학(高陽後學) 신숙주가 머리를 쪼아리며 올립니다.
*역자 주: 범옹(汎翁): 신숙주의 자(字)/*근보(謹甫): 성삼문의 자(字)/*지원(知院): 추밀(樞密)을 담당한 관리/*현계(賢契) :동년배에 대한 존칭/*조사(詔使): 황제의 조서를 받든 사신/*내한(內翰): 한림원 학사의 별칭/*문궤(文几): 책상 또는 문인에 대한 존칭
오른쪽 예겸의 친필글씨, 왼쪽은 성삼문의 친필글씨
예겸의 친필 시 해석 (오른쪽)
운(韻)을 써서 근보(謹甫) 지원(知院) 영계(英契)에게 답하여 드립니다.
이별의 슬픔, 눈빛으로 나타내어 두마음 다 아니/
바삐 다니며 나를 송별한 지금을 영원토록 생각하리/
방안에 들어간 지란은 아름다운 덕의 향기 피워내고/
하늘을 향한 송백은 기이한 자태를 잃지 않네/
정은 마자의 물처럼 마르지 않고/
시는 조아의 글처럼 절묘하구나/
이별 뒤의 슬픔 견디며 누가 길동무를 해주리오/
산꽃만이 길 떠나며 풀들과 헤어지누나/
*역자주: 영계(英契): 동년배에 대한 존칭
성삼문의 친필 시 해석 (왼쪽)
높으신 운(韻)을 다시 이어 봉별하옵니다.
서로 만나던 그날, 마음 알아 기뻤는데/
이별하고 나면 얼마 후에 다시 만날까요/
학령에 구름이 차고 섣달 눈이 날리건만/
압록강 푸른 파도에 봄빛만은 완연하리라/
금낭엔 어린 종이 담을 시가 부족할 뿐/
말술은 원래 번쾌도 사양치 않았다오/
천리 길에 공을 보내는 이 마음 둘 데 없으니/
한 잔 술로 남포에서 차마 이별할 뿐입니다/
창녕(昌寧) 성삼문이 절하고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