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국어에서 가장 큰 떡밥 가운데 하나가 /ㅎ/의 문제입니다.
많은 자료에서 고대의 한국어에는 /ㅎ/ 소리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ㅎ/ 소리가 없다는 말은 실제 음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을 쓰는 대중들이 소릿값으로서 /ㅎ/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얘기입니다. /ㅎ/이 없으므로 /ㅊ, ㅋ, ㅌ, ㅍ/도 없습니다. /ㅎ/은 삼국시대 말부터 흔적을 보입니다.
인간의 음소는 가장 바깥의 입술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점차 깊어지며, 마침내 목구멍 소리 /ㅎ/까지 이르게 됩니다. 젖먹이들의 말을 배우는 순서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ㅎ/의 부재를 얘기하는 논문들은 아주 많아서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꽤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거칠부는 황종으로도 전사되어 있습니다. '거칠 황' 자가 쓰였으니 /ㅎ/도 있었다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ㅎ/이 없었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오늘날 '거스러기, 거스르다' 등 유사한 뜻의 '거스~'가 쓰이고 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거슬 황'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고대에 /ㅎ/이 없으므로 태양을 뜻하는 '해'도 아마 '개'에 가까웠을 겁니다. 여기서 /ㄱ/ 소리는 목구멍 깊은 곳에서 나는 소리로 /x/에 가까운 소리값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해모수'는 '개모수'였을 터이고 하늘의 태양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 주장이 성립합니다. 최남선은 '기자'를 '개아지'라 하고 '해'와 연결시켰죠. '태양의 자손'이라는 뜻이 되네요. 조선시대 광주판 천자문은 왕의 훈을 '기자'라고 하였습니다. 인천의 옛이름은 매소홀 또는 미추홀로 전사되어 있습니다. 소와 추가 대립됩니다.
삼국사기에 왕을 차차웅이라고 하고, 자충이라고도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스승'의 어원이라고 추정하는 단어입니다. /ㅈ, ㅊ/이 모두 오늘날 /ㅅ/입니다. 신라 관직명 대아찬은 대아간으로 전사되기도 합니다. /ㅎ/이 없다는 수많은 근거들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고대국어 자료를 살필 때 /ㅎ/음과 /ㄱ/음은 항상 교체하여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ㅈ, ㅊ/음은 /ㄷ/이나 /ㅅ/, 또는 /ㄱ/과 바꿔보기도 해야 합니다.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한자음만으로 이런저런 추정을 하고, 유사한 어휘들을 찾으면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