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일자리 보호와 외국인 노동자 문제’라는 주제로
2017년 9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분의 토론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3&nNewsNumb=20170926191&nidx=26192
건설은 사회 기초산업··· 청년들이 돌아오도록 올바른 정책 펼쳐야
김병우 현장 근로자
건설현장의 노동자를 흔히 ‘노가다’라고 한다. 최근에 공사장에서 하루라도 일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정말 있는 힘껏, 온 힘을 다해 일하지 않으면 그날로 작업반장은 집으로 돌아가라며 발로 차버린다. 여름 땡볕에 비계(아시바: 가설재, 고소에 임시로 설치된 작업 상면 및 그것을 설치하는 구조물의 총칭)를 타고 추운 겨울에 손이 트도록 일해야 일당 1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일당 10만원이 많아 보이는가? 10만원은 목수 단가가 아닌 조공(데모도)들의 평균 일당이다. 내가 1990년대 대학을 다닐 때 방학이면 등록금을 위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그때 일당이 5만원이었다. 문과대 등록금이 120만 원 정도였고, 한 달에 25일 일하면 등록금이 마련됐다. 하지만 현재 대학등록금이 문과대 기준 400만 원선이고, 이 금액은 한 달 막노동을 해도 벌 수 없는 금액이다. 지금은 두 달 가까이 일해야 대학 등록금을 벌 수 있다. 두 달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날씨의 영향으로 한 번도 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다. 물론 등록금이 상승한 것도 문제이지만, 등록금이 약 3~4배 오를 때, 일당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소득은 예전과 비교하면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관련된 일자리들은 임금이 모두 올랐다. OO 마트의 1997년도 직원 월급이 18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평균 400만 원이다. 1990년도만 해도 대기업 임금이 ‘노가다’ 임금보다 못했다는 것은 모두 다 알 것이다. 우리 목수 반장도 OO 햄 생산직에서 일하다가 월급이 적다고 뛰쳐나와 20년째 막노동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붙어 있을 걸하고 후회한다.
지금 목수 임금이 일당 15만원~18만 원선이다. 한 달에 20일 일하면 300~36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목수 직업의 특성상 1년에 10달을 일하기 어렵다. 여름에 장마와 더위로 쉬는 날이 많고, 겨울에 추위로 일하지 못 할 때가 많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4000만원을 벌기 힘들다. 목수는 건설현장에서 중요한 기능공이다. 기업으로 치면 과장 이상인 간부라 할 수 있지만, 이런 기능인이 연봉 4000만원을 벌지 못한다면 그것은 뭐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설현장의 임금이 왜 이리 형편없어졌을까? 1980~90년대는 대기업 생산직보다 오히려 보수가 좋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들의 봉급에 3분의 1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처럼 파업을 하고 자기 목소리를 키웠다면 지금보다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현장 특성상 뭉치기 힘든 구조와 개별화된 사업장, 임시직이라는 한계가 불평등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공사현장에 우리 청년들은 왜 보이지 않을까?
여기에 정부의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도 단단히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건설현장에서 우리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1990년대는 외국 노동자는 ‘남몰래 노가다’를 했다. 지금은 그들은 현장에서 ‘상전’이 된 곳이 많다. 외국인이 없으면 건설현장은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내가 작년 OO 건설에서 철도 복선화 공사를 할 때 겪은 일이다. 원 청사는 OO이고 하청이 ‘ㄷ’ 업체인데, ‘ㄷ’업체는 직원 90% 정도를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채용했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온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목수, 철근 등 모든 현장 일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했다. 그들은 야간 잔업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공사기간을 맞춰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일 야간 잔업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 외국연수생들이 받는 목수·철근직 단가는 5~7만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목수가 15~18만 원 받는 것에 비해 1/3수준이다. 그들이 불을 켜가며 야근하면 7~9만원을 받는다. 우리나라 목수와 ‘철근쟁이’를 쓸 이유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기술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토목에서 목수일은 집 짓는 것과는 달리 그리 기술이 필요치 않은 부분이 있다. 1년 정도 하면 수준급까지 도달하는 이도 있다.
하동에 복선화된 철교는 외국인이 지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걸 보며 ‘아 저래서 우리 목수들이 대우를 못 받고 임금도 적게 받는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나 이러니 업체에 목수 단가를 올려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에 우리 목수들은 가방을 싸서 개인 집을 짓는 작은 현장을 찾거나, 기술이 더 요하는 일들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일들도 조공들은 외국인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청업체가 외국인을 고용하고 우리 노동자의 임금이 형편없다 보니 소위 ‘노가다’는 젊은이들이 기피 하는 직업이 되었다. 내가 현재 50대 초반인데 목수팀 10명 가운데 막내에 속한다. 30~40대는 드물고 20대는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 실태라면 10년 안에 건설현장 특히, 토목 쪽에서는 다리를 놓거나 길을 만들 때 외국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외국노동자로 채워지는 공사현장에 우리 청년들은 왜 보이지 않을까? 일이 힘들고 나약한 정신상태 때문일까? 힘든 일은 꺼리는 근로 문화 때문일까? 물론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현실을 설명만 한 것이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전문학교를 통해 건설 기능 인력 양성해야
지금이라도 정부는 산업현장에서 외국인을 줄이거나 퇴출해야 한다고 본다. 외국인이 산업 전반에 걸쳐 직업에 귀천을 심화시켰고, 가진 것 없고 배고파도 그런 일은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파급시켰다고 본다. 그 결과 청년 실업자는 많지만, 청년들이 택해야 할 직업군을 정부가 없애 버리는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건설 직종은 과거나 지금이나 직업으로 인정받고 기술을 쌓으면 장인으로 대접받으며 후손에게 전수되어야 할 사회 기초산업이다. 우리 청년들에게도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다. 다리를 짓고 건물을 짓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곳에 기능인으로 일하는 것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배움 시설조차 없다. 대학에 토목과 건축과는 있지만 건설 기능인 양성 학교나 학과는 없다. 실업자를 위해 4주짜리 건설기능학원은 있지만 이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고등학교 또는 전문학교를 통해 형틀 목수나 철근 미장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런 인력들을 현장에서 키우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재에게 적정한 임금을 주고 복지를 확대해 주면 우리 청년들이 현장으로 돌아오리라 본다. 외국인이 1990년대부터 잠식하기 시작한 건설현장을 차분하게 정책을 세워 우리 노동자로 채워지는 직업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세워줘야 한다. 그중 하나가 적정 임금제라 할 수 있다. 기능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에게 대기업에 준하는 임금을 주어야 한다. 경력이 쌓이고 기술이 뛰어나면 임금이 따라 올라가게 해야 한다. 결혼도 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문제는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현장에 젊은이들이 많이 일할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이웃집 ‘찰스’에게 일을 맡기지 말고 우리 집 ‘철수’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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