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학계에서 상호 대립하는 내용과 진영을 대충 알 것입니다. 일본학자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식민사학과 그에 대응하는 민족사학의 갈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흔히 전자의 대표로는 이병도를, 후자의 대표로는 신채호를 뽑습니다. 즉, 신채호는 민족주의와 민족사학의 대두로 우리에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채호는 정말로 민족주의자였을까요?
그가 1923년에 작성한, <조선혁명선언>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구시대의 혁명으로 말하면, 인민은 국가의 노예가 되고, 그 이상에 인민을 지배하는 상전 곧 특수세력이 있어, 그 소위 혁명이란 것은 특수세력의 명칭을 변경함에 불과하였다.
https://ko.wikisource.org/wiki/%EC%A1%B0%EC%84%A0%ED%98%81%EB%AA%85%EC%84%A0%EC%96%B8
인민은 국가의 노예이고, 혁명이란 기득권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 신채호의 사상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억압하는 것은 권위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이지, 지배 계급의 명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일제에 항거했던 근본적인 목적은, 우리민족의 민족국가를 설립하자는... 즉, ‘민족주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정부의 지배체제와 억압을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에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일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해방과 대동 사회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9044
http://www.hankookilbo.com/v/8b988bde869d49bc9f2dc0dd4a3bb819
민족이 아닌 반민족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주의를 선택했던 신채호의 사상이, 현재의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