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명나라는 일단 인구수로나 군사력으로나 동북아 삼국 중 최강이었고, 동아시아 기준에서는 중원을 차지한 국가, 말 그대로 중국이었기에 일본군이 아무리 물이 올라 거세게 날뛰어도 명나라군이 조선 땅을 밟은 그 순간부터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으며 명나라군이 아무리 삽질을 많이 한들 규모로 상대가 안 되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조선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죠.
근데 명나라는 거대한 국가였기에 한족을 중심으로 여러 민족이 혼합된 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척계광이 육성한 남병과 이영송이 이끄는 요동 출신의 북병으로요. 남병은 시도 때도 없이 해안가에 나타나서 말썽을 피우던 왜구들을 무찌르기 위해 철저하게 훈련된 베테랑들이었고, 북병은 대다수가 몽골계 민족과 여진족 출신으로 이루어진 군대였습니다. 문제는 북병이었는데, 통제가 잘 안 되고 규율이 느슨해서 말썽을 자주 피웠다는 점이죠. 그래서 조선 땅에서 민가를 약탈하고 여성들을 괴롭히던 놈들 대부분이 북병이었습니다.
남병과 북병을 떠나서 명나라군의 약탈 문제는 보급과 직결됩니다. 일단 명나라군도 사람이기에 먼 타지까지 와서 목숨 걸고 싸우려면 입으로 들어가는 게 있어야 할 텐데 문제는 보급이 전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평양 이남으로 내려오면서부터 보급 문제가 정말 심각해지는데, 조선 땅에서 상거래를 통해 보급을 해결하려 했지만, 조선은 화폐 경제가 밑바닥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상거래를 통해 보급을 해결할 수가 없었어요.
근데 명나라는 명군 5만 명을 먹일 식량을 명나라에서 의주까지 옮겼고, 조선의 몫은 의주부터 전방까지 식량을 옮기면 보급이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근데 조선은 이 식량을 옮기는 데 실패합니다. 결국 명군은 먹을 식량이 없어 평양으로 퇴각하고 이때부터 전쟁 자체가 길게 늘어지게 되죠.
조선은.. 명나라군을 먹일 식량이 없으면 부르지를 말던가.. 불렀으면 명나라군이 가져온 식량이라도 수송을 잘 하던가 해야 했는데 모두 실패했죠. 명나라가 조선 땅에서 민가를 약탈한 것 때문에 많이 까이는데, 물론 약탈 그 자체로는 욕먹을 짓이고 전혀 좋게 볼 수 없는 거지만 남의 나라 도와주러 왔는데 보급이 안 되면 굶어 죽거나 민가를 약탈해서라도 살았어야 했겠죠. 이건 단지 명군만 욕먹을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정유재란 때는 명나라가 아예 작정하고 단독으로 수군까지 동원하여 대량으로 식량 수송을 담당했고 임진왜란 때와 비교하여 보급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약탈 문제는 훨씬 적었습니다. 그 식량으로 조선 백성들이 굶어 죽지 않았고요. 결과적으로 보면.. 명나라의 도움은 아주 컸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약탈 문제야 보급이 안 되는 걸 뭐 어쩌겠습니까. 남의 나라까지 와서 굶어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요. 명군을 부른 건 조선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