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와 조선에 대한 병력수 이야기가 나와서 의견을 적습니다.
고려가 동원하는 엄청난 병력수는 항시적으로 유지되는 병력이라 보기 힘듭니다.
당나라 이세민이 40만 대병력을 동원할 때도, 사서에서 모집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내전이나 전란 상황이 오래갈 때, 무리하며 그 병력이 유지되는 거지, 평화시에는 최소의 병력을 유지한다고 봐야죠. 이이의 십만양병설도 당시 이이만 이런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일본을 대상으로 한 주장이 아니라 여진의 성장 때문에 나온 말인데, 항시적으로 대병력을 유지하자는 게 아니라 전쟁의 기미가 있으니 병력을 키우자는 말이었을 겁니다.
북방민족이 인구와 생산력이 적음에도 강력한 군사력이 나오는 이유가 많은 수의 기병(유럽기준으로 보병의 8배 전력)을 유지하는데 말 자체가 유목민에겐 식량자원(말피, 말젖요리 많음, 말고기)이기 때문에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것, 낮은 생산력과 문물 수준 때문에 약탈 전쟁이 경제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서 민족이나 국가자체가 군사기업이기 때문이죠. 평민과 정예화된 병사의 구분이 없습니다. 야전에서 북방민족을 상대로 이기는 게 대단한 거지 졌다고 그게 무능한 건 아닙니다. 이걸 가지고 비하하는 건 잘못 된 겁니다. 상대가 여타 문화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개활지 전투에서 우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인들이 우리의 과거 국가를 무시하는데, 인식의 측면에서 보면 중국을 지배한 역대 왕조는 지금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고려나 조선을 대단하게 평가했죠. 주원장은 죽을 때까지 조선의 침략을 두려워 했고, 청이 다른 지역은 휩쓸면서도 조선을 침략하지 않은 것도, 흔히 지리적 거리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티벳은 고산지대로 거리적으로 퍽이나 지배하기에 유리한 곳은 아니고, 과거 국가의 위상 때문입니다. 맨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가 수나라 100만대군, 중국사에서 잘난 황제 중 하나인 이세민의 군대를 고구려가 어떻게 막았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나당전쟁이야기도 신라를 깎아내리려고 전적으로 티벳덕이라고 하는데, 당이 티벳에서 개판 친 건 거긴 고산지대로 우리보다 지리적 이점이 더 뛰어난 곳입니다. 몽골고원도 마찬가지죠. 역사기록에는 고산지대에선 저지대의 말이 1년도 못가 죽는다고 까지 기록되어있는데, 남미 축구 보면 알겠지만 고산지대에서 뛰면 메시도 토합니다.
수나라 100만대군을 가지고 실제 전투병력이 30만이네 하는 건 전투병력을 보조하는 인원이 보통 2배가 필요하고, 유럽 같은 곳 전쟁을 보면 동아시아보다 병력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이걸 기반으로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수전쟁 때, 수군이 군량 운송을 맡았습니다. 유인전술에 낚여 영류왕에게 압도적인 병력수에도 불구하고 개작살이 나죠. 당시 병력이 순수전투병력과 기타 보조를 하는 병과로 엄밀히 나눠져 있다 보기 힘들다고 봅니다. 당시 순수전투병력이 30만이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게 수도로 전격전한 병력만 30만인데, 그럼 전방의 고구려 병력이 나와서 전투병력도 아닌 애들 다 쓸어버리고 그 30만 쌈싸먹기로 전멸시켜버렸겠죠. 30만 빼고도 여전히 성을 포위하던 병력은 있었습니다. 여요전쟁 때도, 수도로 직행했던 10만만 순수 전투병력일까요? 요나라 기록에는 그 십만이 각부족에서 최고의 전사들만 뽑았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고려군 폄훼하려고 고려군 20만이었다고 하는데, 전투병 대 보조병력 비율로 따지면 고려는 순수전투병이 7만이고 더 적은 수로 10만을 이긴 게 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