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단국대 윤내현 교수는 1980년대 초부터 우리 고대사에 잘못된 점이 많음을 지적해 왔다. 그것은 객관적으로 연구한 결과였다.
잘못된 역사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들을 지적했던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발표를 하면서 학계에서 박수는 받지 못하더라도 함께 연구해 보자는 정도의 관심은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이었다.
어느 학술 발표장의 청중들 앞에서 필자는 한 대선배 학자의 모진 질타를 받았다.“땅만 넓으면 좋은 줄 알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날 중국 문헌을 검토한 결과 고조선의 영역이 종래의 우리 학계에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었다는 견해를 발표했던 것이다.
지금은 고조선의 영역을 한반도와 만주를 포괄한 지역으로 보는 것이 우리 학계의 통설처럼 되어있지만 당시 우리 학계에서는 고조선을 대동강 유역에 있었던 아주 작고 미약한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에 대한 압력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던 학교의 총장 앞으로 투서가 들어왔다.
필자를 학교에서 쫓아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 선배 학자의 학설을 따르지 않는 것은 선배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모르는 행동인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교육자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뒤 어느 정보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가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필자가 주장하고 있는 우리 고대사의 내용이었다. 필자가 북한 학설을 유표하면서 학계를 혼란하게 하고 있으니, 조사해 달라는 학계의 요청이 있어서 국장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고조선에 대한 연구는 북한이 남한보다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고 고조선의 영역을 더 넓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고조선의 영역을 만주까지 넓게 잡자 이것을 북한 학설을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모함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 식민사관이 건재하게 뿌리내린 이유는 무엇인가?
일제는 조선의 얼인 조선어와 조선사를 치밀하게 통제하고 조작했다. 일제는 조선사의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고, 조선은 예로부터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논리를 조선사편수회와 경성제국대학을 통해 창조했다. 조선사편수회 출신 이병도가 국사학계 태두로 서울대에 있으면서 식민사관을 정설로 굳혔다.
그가 주장하는 실증사학의 미명을 거둬내면 황국사관이다. 그들이 학문권력을 장악하고 민족사관이 단절되면서 식민사관은 견고하게 한국사를 틀어쥐었다.(『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저자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