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영웅문 관련 글을 보고 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네요.
예전에 상하이를 경유해서 한국에 돌아갈 때 있었던 일입니다.
상하이 공항에 내려서 한참 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변이 많이 급하더라고요.
마침 앞쪽에 화장실이 보여서 그 쪽으로 갔는데 입구에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다.
걍 별 생각없이 안에 들어갔는데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소변을 보고 계셨고 저도 옆에 서서 개운하게 일을 잘 치뤘지요.
할아버지가 먼저 나가신 후 제가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자 바깥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카메라 가진 사람이 좀 더 늘었고 예쁜 아가씨가 꽃다발도 그 할아버지께 드리고 ......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어디 지방에서 높은사람이 왔나보다 하고 걍 짐 찾으러 갔습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중국사람이 친구랑 드래곤 볼에서 손오공이 에너지파 쏘는 것 같은 동작을 하며 장난치면서 지나가더라고요.
그 순간 ......
온 몸에 전기가 찌리릿 하면서 ...
혹시 아까 그 할아버지가 김용?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얼굴도 비슷했던 거 같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기사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날 김용 선생님이 상하이에 가신게 맞더라고요... --;;;;;;;;;;;;;;;;;;;;;;;;;
초등학교 다닐 때,
다른 친구들은 만화보기 바쁠 때,
그림 하나 없는 영웅문을 보며 혼자 머릿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었는지......
황약사는 이렇게 생겼고, 곽정은 이렇고, 이 권법은 이렇게 하는 거고...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순서대로 돌아가며 보고 또 보고 ...
친구 책 빌려보는 걸로 성이 안차서 용돈 모아서 두 달에 한 권씩 책도 사고...
언젠간 이 멋진 글을 쓴 작가분을 만나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궁금했던 것들은 중국어를 배우고 나니 자연스럽게 해결 됨 --;)
비록 화장실 안이었지만 싸인이라도 받을 기회였는데 놓쳐버리다니...ㅠㅠ
뭐 아까운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나중에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재미있는 걸 알았습니다.
김용 선생님 인터뷰하려고 방송국에서 사람을 파견했는데 한참 인터뷰를 하다가 선생님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십니다.
기자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하는 사이에 선생께선 책 열 몇 권을 책장에서 빼오셨고요.
방송이라 작가가 시킨 건지는 모르겠는데 김용 선생님은 항상 자기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서
싸인해서 주려고 자기 작품을 준비해두신다고 하네요.
공항에서 싸인도 못 받았으니 나중에 더 좋은 유니크 아이템 얻으려 가려고요~ㅎㅎㅎㅎㅎ
여기까지 보시고 나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실 거 같습니다.
글 제목은 요상하게 한자로 찍찍 휘갈겨 잘난척 해놓고선 왜 뜬금없이 김용 이야기를 하고 있나 하고요. ㅎㅎ
飛雪連天射白鹿,笑書神俠倚碧鴛
하늘에 눈은 휘날리고 하얀 사슴을 쏘며, 글을 비웃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에 의지한다.
(라고... 혼자 번역을 해 봅니다 --;;)
김용 작품을 좀 많이 보신분들이나 중국어 공부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게요.
윗 문장은 중국사람들이 김용이 쓴 작품들의 첫 글자를 따서 마치 시처럼 만들어 놓은 겁니다.
중화권에서 김용 팬이라면 딱 보면 척하고 아는 그런거죠~
간단히 책 제목을 살펴보면서 오늘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김용 팬이긴 하지만 영웅문 1, 2, 3부 인물들에 너무 빠져서 이 작품들 빼곤 <소오강호>정도 뿐이 본게 없습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확실한 소설명을 모르는 작품은 우리 한자음 그대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飛 - 《飛狐外傳》1960년 작 - 《비호외전》, 청, 건륭(乾隆)시대배경
雪 - 《雪山飛狐》1959년 작 - 《설산비호》, 청, 건륭(乾隆)시대배경
連 - 《連城訣》1963년 작 - 《연성결》
天 - 《天龍八部》1963년 작 - 《천룡팔부》- 북송시대배경
射 - 《射雕英雄傳》1957년 작 - 《사조영웅전》(영웅문1부),
- 김용 사조삼부곡(射雕三部曲) 중 첫 작품.
- 김용 소설 독자들에게 협(俠)문화의 예찬가로 불리움.
- 남송시대배경
白 - 《白馬嘯西風》1961년 작 - 《백마소서풍》
-《비호외전》이후의 중편소설.
鹿 - 《鹿鼎記》1969년 작 - 《녹정기》, 절필작품 - 청, 강희(康熙)시기배경
笑 - 《笑傲江湖》1967년 작 - 《소오강호》
書 - 《書劍恩仇錄》1955년 작 - 《서검은구록》, 첫 소설 작품 - 청, 건륭(乾隆)시대배경
神 - 《神鵰俠侶》1959년 작 - 《신조협려》(영웅문2부),
- 김용 사조삼부곡(射雕三部曲) 중 두번 째 작품.
俠 - 《俠客行》1965년 작 - 《협객행》
倚 - 《倚天屠龍記》1961년 작 - 《의천도룡기》(영웅문3부),
- 김용 사조삼부곡(射雕三部曲) 중 세번 째 작품
碧 - 《碧血劍》1956년 작 - 《벽혈검》, 명 말기시대배경
鴛 - 《鴛鴦刀》1961년 - 《원앙도》,《설산비호》이후의 중편소설. 대략 청, 건륭(乾隆)시대배경
그 외에 단편 《越女劍(월녀검)》(1970년 작, 춘추시대배경)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계획 된 작품 중 1편만이 완성돼서 윗 문장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소오강호》,《협객행》,《연성결》,《백마소서풍》 네 작품은 명확한 년대 배경이 없습니다.
이 작품들에 대해서 김용은 "확실한 시대배경이 없다는 것은 이 이야기들이 어떠한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 팬들이 오랜 시간동안 연구한 결과 《소오강호》와《연성결》은 대략 명나라시대배경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추측일 뿐 작품에 따로 나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