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어와 일본어에 특별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모두 억지에 불과함
일단 수사 일치 얘기를 맨날 들고나오는데 사실 고구려어와 일본어 사이에는 수사 일치가 존재하지 않음
3에 대한 密은 신라 지명에서도 발견되는 것이고 더욱이 신라 지명에서는 3에 대해 密과 悉이 모두 쓰이는데
이 悉은 어두 자음을 제외하면 密과 비슷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후기 중세 한국어 seyh, syel-과 비슷한 것임
m과 s의 소리는 매우 멀지만 悉이 존재하는 이상 m과 s를 어떻게든 연결시켜 보려고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임
(만약 m과 s의 연결이 가능하다면 전기 중세 한국어의 20을 reduplication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중대한 장점이 있음)
5는 애초에 대응하지 않는 것을 대응한다고 억지를 부린 것인데 일단 문제의 지명자료가 于次인지 弓次인지도 불명확
그리고 次라면 고대 일본어에서는 si에 가까운 발음인데 이걸 itu의 tu와 연관지으려면 다른 대응례가 있어야지
7에 대한 難隱의 경우 왜 隱을 썼는지가 관건이겠는데 難을 뜻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
(물론 단어의 2번째 글자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발음을 가지더라도 1번째 글자를 소리로 읽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긴 함)
10에 대한 德은 고대 일본어 towo와 비교하기는 어려운데 wo와 k의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임
근래까지의 원시 한국어 연구의 성과에 따르면 후기 중세 한국어 yelh에서 원시 한국어 *etVk가 재구되어야 할 텐데
德은 차라리 이 *etVk에 훨씬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겠음
어쨌든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 관련이 있다면 그건 일반인들이 겉보기로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적으로 깊은 관계일 것이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양쪽에서 각각 별개로 일어난 언어변화의 정도가 매우 커서 특별한 학문적 접근 없이는 발견하기 힘들 거라는 얘기)
고구려어와 일본어 사이에만 겉보기로 쉽게 판별되는 수준의 얕은 관계가 있다는 설은 그냥 초등학생 일기장 낙서 수준의 헛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 뭐냐
하나만 더 얘기해보면 "토끼"에 대한 고구려어 烏斯含은 일본어 usagi와는 역시나 아무런 상관이 없음
일단 烏斯含의 제2음절 모음을 a로 보는것 자체가 이상하고 (한국 한자음의 a는 한국어 내부에서 ㆍ > ㅏ의 변화가 원인) 斯의 모음은 당연히 i임
(비슷한 사례로 신라 왕호 '매금寐錦'을 한국 역사학자들이 마립간 비슷한 발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寐도 원래 모음은 i에 가깝다)
그리고 일본어 usagi의 -g-는 일본어의 다른 -g-와 마찬가지로 일본·류큐 조어 *Nk에서 유래했는데 *N에 해당하는 발음이 烏斯含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