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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6-13 07:55
[기타] 무기商 위장 본지기자 체험르포 블라디보스토크­부산 러시아製 밀매무기 반입 루트 6박7일 추적기
 글쓴이 : 무명씨9
조회 : 8,768  

무기商 위장 본지기자 체험르포 블라디보스토크­부산 러시아製 밀매무기 반입 루

트 6박7일 추적기

AK74 소총 러시아 현지서 24만원,화물선에 숨겨 부산 세관 통과 식은죽 먹기

(월간중아 8월호에서 발취,  최영재 기자 -내용은 길지만 읽으면 잼있소)

지난 4월17일 부산 영도에서 일어난 러시아 마피아 살인 사건 이후 러시아 총기 밀

반입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조폭들은 이미

러시아제 기관단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총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도심에

서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최근 몇 년 사이 총기 밀매 단속

실적은 전무한 형편이다. ‘월간중앙’은 러시아 군부대에서 총기가 유출돼, 선박

편으로 부산항으로 수출되고, 부산의 밀매 조직이 이를 받아 전국으로 퍼뜨리는 과

정을 직접 확인했다

많이 기다렸지요? 반갑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A노인은 단박에 기자를 알아본다. 170cm 정도의 키. 머리

카락은 반백에 왼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허리는 약간 굽고 손을 떨고 있다.

얼굴빛이 붉은 것이 알콜 중독인 것 같다. 말할 때 금으로 때운 송곳니가 빛난다.

선대(先代)의 고향은 원산인데 1930년대에 부친이 사할린 탄광으로 징용되어 그곳

에서 나서 자랐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온 것은 70년이란다.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A

노인은 마약과 위조지폐 사업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을 북쪽으로 납치하는 일을 여러 차례 주선했다고도 한다. 서울의

한 러시아 전문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그를 만난다고 하자 “A노인은 북한과 연

결되어 있으니 조심하라. 당신은 기자이니 납치하면 시끄럽기만 하고 별 소득이 없

을 테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사실을) 알고 만나라”고 귀뜸

했다. A노인은 199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어난 국정원 간부 최아무개 영사 암살

사건에도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이를 A노인에게 내색할 수는 없다.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적합한 인물

취재를 위한 ‘작전’은 이랬다. 지난 4월17일 부산 영도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

아들 간의 총격전으로 이미 국내에 러시아제 총기가 상당수 들어온 것이 확인되었

다. 그 경로는 러시아 극동지방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부산항을 연결하는 선. 따라서

기자가 직접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총기를 사 배편으로 부산항을 뚫는 것이 상황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다. 이 ‘작전’을 위해 적합한 인물로 소개

받은 이가 A노인이었다. 그는 ‘위험’하지만 가장 ‘확실’한 인물이었다.

노인은 택시를 대절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 요금은 800

루블(약 3만2,000원). 시간은 자동차로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 극동 러시아의 장

대한 평원이 펼쳐졌다. 도로 양 옆으로 자작나무 숲이 울창하다. 도로 상태는 좋지

않다. 움푹 팬 웅덩이가 자주 나와 과속하다가는 사고가 날 것 같다. 이 도로도 2

∼3년 전까지는 일부 구간이 비포장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자동차는 거

개가 일제다. 도요타와 닛산 중고차가 대종이다. 버스는 90% 이상이 한국의 현대가

만든 부산의 중고 시내버스다. 동래·신암·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 같은 부산 시내

의 버스 노선표를 그대로 달고 달린다.

이 중고 차량을 수입하는 이들은 대부분 마피아다. 러시아 마피아는 1980년대말 옛

소련 체제 붕괴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느슨

해지고 경제질서가 혼란해진 틈을 타 정보요원, 공산당 간부, 군 장성을 주축으로

구성되었다. 1998년 러시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9,000개 조직에 10만여 명

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해외무역에도 적극 개입해 러시아의 석유·가스 자원 수출

은 물론 신형·중고 차량 수입에도 개입하고 있다. 부산항으로 총기류를 반입하는

이들도 마피아다.

“무슨 사업을 하러 오셨습니까.”
“자세한 사항은 호텔에 가서 말씀드리지요.”
블라디보스토크역 근처에 숙소를 잡으니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었다. 레스토랑에서

닭다리구이와 야채 샐러드, 상트페테르스부르크산 맥주를 한 병 시킨 뒤 조심스레

용건을 꺼냈다.

“사실은 총을 사러 왔습니다.”
노인의 붉은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가늘게 떨던 손이 좀 심하게 흔들린다.
“이번에는 샘플을 보러 왔습니다. 부산에서도 러시아제 총을 살 수 있지만 좋은

물건이 많지 않습니다. 성능만 좋으면 앞으로 거래를 계속해 볼까 합니다.”
노인은 뜻밖이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저는 부산항으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배편도 좀 주선해

주십시오. 물건을 싣고 가는 배를…. 제가 직접 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 안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에서 배를 탈 때, 부산항에서 배를 내릴 때

물건을 제 몸에 지니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부산에서 물건을 찾을 때

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주선해주십시오. 우선 물건 가진 사람을 연결해 주

면 가격을 흥정해 보겠습니다.”

“성능만 좋으면 계속 거래하지요”

총기를 구입하기 위해 회사에서 출장비로 지급받은 예산은 미화 1,500달러였다. 이

정도 금액이면 저격용 라이플이나 성능 좋은 기관단총을 사서 한국으로 배달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사전정보였다.
“전에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노인은 의외라는 듯 묻는다.
“사실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번 건만 잘 성사시켜 주신다면 앞으로 계속

거래를 트겠습니다.”

노인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에서는 이런 일을 하다 걸리면

징역 5년형이다. 하지만 이는 정말 재수가 없거나 본보기로 걸렸을 때뿐이다. 국정

원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지역 마피아들은 주 정부나 치안기관 간부들과 밀접

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피아들은 기업에 법정이자 외에 고리자금을 빌려주는

방법으로 불법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지역내 어업회사 대부분을 관리하며 불법

어업과 밀수출에 관여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나홋카 등

연해주 지역 마피아가 다 그렇다. A노인이 이런 마피아와 연계되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번 시도해 봅시다.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지요. 내일 아침 9시까

지 호텔로 오지요.”
맥주를 한 병 비운 뒤 홍차를 시켰다. A노인은 한국의 철도 파업 소식에 관심이 많

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텔레비전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사정을 속속들이 알

고 있다.
“대구와 인천 지하철의 파업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어제 저녁에 파업을 철회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업 지도부가 명분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노인의 얼굴에 순간 실망하는 기색이 스친다. 느낌이지만 그는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원하는 것 같다.
“빨리 조국 통일이 돼야 할 텐데….”
엉뚱하게 조국통일 이야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밤에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낮에는 안전하지만 해가 떨어

지면 위험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따뜻한 야채스프를 먹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A노인은 호텔 레스토랑 주방장에게 아침 메뉴를 미리 주문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서는 호텔에서도 거의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노인을 보낸 뒤, 서울에서 위험할 경우 만나라고 소개받은 B를 호텔로 불렀다. B와

주정부 건물이 있는 중심가로 걸어 나갔다. 이날(7월2일)은 마침 블라디보스토크라

는 도시의 생일 기념 주간이었다. 경제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이 축제 기간만큼은

불꽃놀이를 하며 도시 전체가 먹고 마시고 즐긴다. 거리는 손에 맥주병을 들고 축

제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흥청거렸다. 요즘 러시아 사람들의 표정은 무서우리만큼

딱딱하고 어둡다. 먹고사는 것이 어려워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의 표정을 그

나마 풀어 주는 것이 이런 축제인 것 같다.

러시아는 청부살인 천국

새로 생겼다는 아담한 카페를 찾아 맥주를 주문했다. B는 기자의 신분을 알고 있다

. ‘안전’을 의탁할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다. 부담 없이 러시아의 총기 현황을

물었다. 이곳에서는 총기사고가 자주 난다고 한다. 주로 청부살인이 많은데, 희생

자들은 일반인보다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이라고 한다. 이해관계가 맞서는 인물을 ‘

스나이퍼’(저격병)를 고용해 저격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옛소련 붕괴 이후 상당수

의 지식인들이 이런 킬러들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그래서 이제 지식인 사회 전체

가 ‘나서지 않으려는’ 보신 분위기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아침에 시내에서 기관

총 난사 사고가 터져 길 가던 행인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B는 “마피아가 군부대의 수류탄을 빼돌려 한국 사람에게 판 경우도 있다”고 말했

다. B의 말은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만난 서울의 조직폭력배 00파 두목 김철민(가

명)의 증언에서도 확인되었다. 김철민은 “웬만한 총은 국내에서 제작까지 할 수

있다. 건달들 가운데는 러시아에서 밀수입한 수류탄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 시내에서 수류탄을 터뜨리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철민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국내의 조폭들이 권총뿐만 아니라 러시아제 수류탄·기관총까지 수입해 무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이다. 여차하면 길 가다 수류탄을 까 터뜨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 그렇다면 총격전 직전 상황인 것 같은데 아직 국내 깡패들이 총격전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시범 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건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있다. 총

질을 하면 어느 정도의 형량이 나올지 알 수 없어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이다. 첫 사

건이 터지면 법원 판결이 나온다. 그러면 여기에 맞춰 건달들도 가늠하고 사고를

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구태여 총질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연장질’(칼질

을 김철민은 이렇게 표현함)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 경찰이 과도하게 총질

을 하지 않기 때문에(주로 다리를 쏜다) 총으로 맞대응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하

지만 상대 폭력조직이 총기를 쓰거나 경찰이 심하게 총질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총격전이 일상화된다.”

― 깡패들 가운데 누가 총기를 소지하나? 모든 조직원이 다 가지지는 않을 것 같은

데?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조직원들이 총기를 보유한다. 건달들 가운데 못 배운 이

는 총기를 분해·조립하지 못하기 때문에 줘 봤자 쓰지도 못한다. 그런 건달들은

총기를 닦으라고 해도 분해 소제를 하지 못하고 겉만 닦는다. 요즘 조직에는 특경

단이나 특수부대 출신들이 자주 기웃거린다. 이런 군 출신들이 총기를 주로 다룬다

.”

― 러시아에서 총기가 들어오는 경로를 아는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칠성파’나 ‘21세기파’ 같은 부산의 조직들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결해 총기를 밀수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의 조폭들은 대

부분 부산을 통해 러시아 총기를 구입한다. 권총뿐만 아니라 대량살상용인 기관단

총이나 저격용 라이플까지 이런 방법으로 수입한다.”

한국 조폭 총격전 직전 상황

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서울에서 러시아제 총기를 구입하는 방법에 관해 이렇게

증언했다. “1995년 러시아산 총기 밀매를 내사하다 피의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중단한 사례가 있다. 당시 청계8가 도깨비시장에서 러시아제 권총과 실탄

21발을 70만원에 살 수 있었다. 서울에서 주문하면 부산 감천항으로 들어온 권총을

부산에서 도시락 크기의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해 고속버스편으로 부친다. 배달비로

5,000원만 고속버스 운전사에게 쥐어주면 이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주

로 조폭 두목급이나 건설회사 사장들이 이런 식으로 권총을 구입했다.”

국가정보원이 펴낸 ‘국제범죄정보자료집’은 러시아 총기 밀수입 현황을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조직적 기업 형태를 갖춘 러시아 범죄조직들이 부패한 군인

·관료 등과 연계해 불법 무기를 해외에 대량 밀반출시키고 있어 국제 범죄조직을

통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정부의 자국인 총기 소지 자

유화 조치(1997.11)에 따른 마피아 등 국제 범죄조직에 의한 총기·실탄 등 안보

위해 물품의 국내 밀반입 증가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러·중 등지에서 밀반입되

고 있는 고성능 불법 총기류가 총포상 등을 통해 국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범죄조직들도 밀반입 외제 소총과 권총 등 무기류를 구입, 소

지하는 등 무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규모 폭력조직의 부두목급 이상의 경우

호신용을 빙자하여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7월3일 아침 9시에 A노인을 다시 만났다.
“최선생은 무슨 일을 하는 분입니까.”
만나자마자 A노인은 어제 저녁과 같은 질문을 했다. 노인은 아직도 기자에 대한 의

심을 풀지 않고 있다.

“말하기 곤란합니다.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떠날 때 제 연락처를 드리지요.

군(軍)과 관련되는 단체에서 왔는데, 물건 성능만 좋으면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

니다.”
“… 어제 저녁에 알아보니 몇 군데에서 답이 나왔습니다. 점심 때쯤 다시 오겠습

니다.”
“이전에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총을 찾았습니까.”
조심스레 물었다. 한꺼번에 속내를 드러내고 물을 수는 없었다.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지요.”
“한국에서 총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구입선도 뚫어 보고 총기

와 가격 리스트를 구하러 왔습니다. 우선 샘플이 필요합니다. 성능이 괜찮으면 앞

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갑자기 구하려니까…, 시간이 좀 걸립니다.”
“서울에서 전화로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왔으니, 앞으

로는 전화로도 거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은 무기 리스트를 다양하게 보고 싶으면 시내의 총포상에 가 보자고 했다. 이

곳은 한국과 달리 총포상에서 사냥총뿐만 아니라 군부대에서 쓰는 총기도 판매한다

. 1997년 11월의 총기 소유 자유화 조치 이후 누구든 면허만 있으면 인마살상용 총

기를 소지할 수 있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총포상

7월 초순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는 토마토와 참외·수박·사과 같은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많았다. 이 과일들은 모두 중국인들이 중국 동북3성에서 가져온 중국산인

데, 이 또한 마피아를 통해 노천시장에 팔린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연해주 지방

에서 마피아들이 이런 거래로 움직이는 돈이 20억 달러에 이른다. 이것이 모두 마

피아의 유력한 돈줄이다. 극동 러시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쌍벽을 이루는 하바로

프스크 마피아는 러·중 국경 부근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마약 밀매상 및 북한 벌목

공과 연계해 마약 밀매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래서 하바로프스크 지방은 중국산

염산에페드린(필로폰 제조 원료)이나 북한산 아편 등이 대량으로 반입되어 미성년

층까지 마약류를 남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의 뒷면에는 이

런 마피아들의 세계가 숨어 있다. 물론 관광객의 눈에는 이런 세계가 보이지 않는

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총포상’(GUN SHOP)은 찾기 어렵지 않았다. 주정부 청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내 중심가 대로변에 크게 간판을 걸고 있었다. 가게로 들어서

니 한복판에 전시된 바퀴 달린 기관총(MMT MANCUM POCCU, 3만 루블, 약 120만원,

한국군의 M60 기관총처럼 2인1조로 사격하게 되어 있음)이 먼저 눈길을 끈다. 가게

벽면의 유리 진열장에는 저격용 라이플·기관총·공기총·수류탄·나이프·권총·

조준경·암살용 소음기 등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사냥총만 파는 국내의 총

포상과는 견줄 수 없었다. 가격도 의외로 저렴했다. 진열된 총기 가운데 사냥총과

공기총을 빼고 군부대에서 나온 고성능 총기 리스트와 가격을 옮겨 적는다.

△CROSMAN UCNAHU 7,500루블(약 30만원)

△ЦШ38 45mm POCCU 1,400루블(약 5만6,000원)

이 두 기종은 망원경을 장착해 장거리에서 저격하는 라이플이었다.

△ЦЩ-61 4.5mm POCCU 1,950루블(약 7만8,000원)

△ЦЩ-60 4.5mm POCCU 1,500루블(약 6만원)

△GAMO-440 HUNTER BUNTOBKA UCNAHU 1만2,500루블(약 50만원)

이 세 기종은 군부대에서 쓰는 기관단총이었다.
리볼버 권총은 종류별로 2,500루블(약10만원)에서 4,200루블(약 16만8,000원) 선이

었다. 권총 가운데 가장 비싼 물건은 9mm ARMINIUS HW 94 NUCTONET TA308 JEPMAHU

기종으로 1만700루블(약 42만8,000원)이었다.
이런 총기가 한국으로 밀수입되면 위험수당이 붙어 3∼10배 가까운 유통 마진이 붙

는다. 때문에 총기 밀매에는 마피아 조직뿐만 아니라 일반 러시아 선원들까지 가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게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총기들의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이라고 하니 바로 “

OK”사인이 나왔다. 그만큼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살인 무기인 총기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심지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까지 엉금엉금 돌아다니며 진열된 총기를

만지고 있었다. 부모를 따라 온 아이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 러시아에서는 1997년 총기 소유가 자유화된 이후 누구든 면허만 가지면 이런 총

기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면허가 없더라도 웃돈만 얹어주면 뒷구멍

으로 이런 고성능 총기를 살 수 있다. 불법으로 구입한 총기는 대부분 범죄에 이용

된다.

A노인도 기자에게 “외국인도 총포상의 공식 가격에 약간의 웃돈만 얹어 주면 총기

를 살 수 있다. 선(線)을 조금만 알면 총포상 뒷문으로 가서 흥정하면 된다”고 말

했다.
중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노인을 따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모처로 이동했다. 총

포상은 아무래도 공식적으로 거래하는 곳이어서 소문이 날 가능성이 크다. 총포상

에서는 총기 리스트와 가격만 확인하고 실제 구입은 아예 눈먼 불법 무기를 가지고

있는 마피아를 통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 무기는 대부분 군부대에서

흘러나온다.

미사일·잠수함·핵물질도 빼돌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한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군부대에서 무기가 흘러나오는 방법을 설명했다.
“러시아에서는 가난한 집 출신 병사들을 집중적으로 먼 타향으로 배치한다. 극동

출신을 최서부전선에, 유럽러시아 출신을 극동전선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마피아와

연계된 군 간부들은 무기를 빼돌린 뒤 이런 병사들에게 누명을 씌운다. 이 병사들

은 집이 가난해 부모들이 수천km나 떨어진 자식을 면회 올 능력도 없다. 물론 변호

사를 살 돈도 없다. 결국 누명을 쓴 병사들은 고문을 받다 보면 자백하고 만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이처럼 전·현직 군인들이 무기고에서 소규모로 마카로프 권총,

AK 자동소총 같은 총기를 빼돌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형태를 갖춘 무기 밀매

조직이 지대공미사일·전자뇌관·잠수함·핵물질 같은 무기도 해외로 빼돌리고 있

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유출된 무기가 한국으로 배달되는 방법도 설명했다.

“밀수출은 배로 한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주(船主)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군(軍)쪽에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빼돌린 사람이나 선주나 마피아와 한통

속이다. 마피아 출신들은 러시아 국가두마(한국의 국회)에도 진출했다. 러시아에서

무기를 빼돌려 배에 싣는 것은 일도 아니다. 선장의 짐이라면 검색하지 않는 것이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관례다. 이렇게 선주 묵인 아래 블라디보스토크와 부산을 오

가는 무역선, 고깃배로 무기가 밀수출된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월남전 같

은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무기를 싣고 부산항으로 가면 부산세관에서는 검색할

능력이 없다. 몇 번 한국 출입 경력이 있는 러시아 선박은 부산 세관에서 보지도

않는다. 러시아에서 보면 부산항은 완전히 뻥 뚫려 있다.”

A노인은 부지런히 골목길을 돌아 목적지로 걸어간다. 구부정한 자세였지만 걸음은

상당히 빠르다. 도착한 곳은 5층 빌딩. 옆에는 짓다 만 빌딩이 흉하게 버려져 있다

. 한국 사람이 짓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파트너에게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망해

서 버리고 간 건물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를 내려 오른쪽으로 돌아 20m 정도 걸어가는데, 대낮인데도 복도가 컴컴하다. 제대

로 된 회사 같지는 않은데 무역회사 같다.일단 처음에는 한국에서 청어를 수입하러

왔다고 말했다. 사장은 고려인인데 한국말과 영어를 전혀 못 해 A노인이 통역을 했

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있습니까.”
“160t 정도 있다. 알류샨 열도에서 잡은 것인데, 1kg당 22.5루블(약 800원)정도

값이면 팔 수 있다.”“물건을 먼저 좀 보자.”“안 된다. 사겠다고 계약하기 전에

는 보여줄 수 없다. 한국에서 손님이 많이 오는데, 보고는 그냥 가고 해서 사기 전

에는 보여줄 수 없다. 양해해 달라.”165cm 정도의 단신인 이 고려인 사장은 배짱

을 부린다.

“당장 살 수 있는 총이 2정 있다”

계약하겠다고 말해, 사람들을 물리고 구석방으로 갔다. 고려인 사장과 A노인, 기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총을 사러 왔다고 말을 꺼냈다.

고려인 사장은 놀라는 표정이었으나 곧 빙글빙글 웃으면서 자신이 총을 2정 보관중

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의 총을 설명했다. 첫번째는 킬러들이

쓰는 전형적인 저격용 라이플이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신품인데 모스크바에서 가

져왔다고 한다. 두번째는 경찰특공대가 주로 쓰는 기관단총이었다.

“이 기관단총은 중고품입니다. 러시아에서 이 기관단총 면허를 한 10년 동안 가지

고 있으면 이 저격용 라이플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신한테는 둘 다 그냥 팔 수

있습니다. 무엇을 사시겠습니까. 이왕 사려면 저격용 라이플이 좋지 않습니까. 이

총은 망원경을 달고 수백m 밖에서도 쏠 수 있습니다.”

그는 연발로도 쏠 수 있다며 방아쇠 곁의 안전핀을 그림을 그려 설명했다. 안전핀

방향에 따라 한 발 한 발 끊어 쏘는 점사 기능과 연발 기능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 개머리판은 접을 수도 있다며 손으로 개머리판을 접는 시늉을 했다. 탄창에는

총탄이 10발씩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기관단총을 설명하며 그는 팔을 벌려 길이를

가늠했다. 60cm 정도다. 이것을 가지고 쏘면 연발사격이 된다는 것이다.

“가격은 얼마입니까.”
“이 라이플은 미화 1,000달러고, 기관단총은 미화 100달러요. 이 라이플은 어디

가서도 못 구하는 물건이오.”
“그 1,000달러짜리 라이플을 사지요. 돈은 물건을 보고 미국 달러 현찰로 드리겠

습니다. 부산으로 이 총을 배달할 수 있습니까.”
“배달 편은 제가 잘 모릅니다. 고철배나 고깃배로 나르는 것으로 아는데 그 편은

따로 알아 봅시다. 어렵지 않은데 시간은 한 며칠 걸릴 것입니다. 내일 다시 만나

얘기해 봅시다.”
총기를 직접 보면 기종을 알 수 있다. 고려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구체적인 기종은

알 수 없었다. 직접 물건을 보면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A노인을 돌려보내고 숙소에 들어앉았다. 상념이 머리를 맴돈다.

‘일단 물건은 확보했고 …. 배달은 잘 될까. 배편을 구한다고 해도 A노인을 믿을

수 있을까. 저 노인이 구해준 배를 타고 가다가 …. 아침에 깨어났는데 부산항이

아니라 북한의 원산항이면 ….’
별 생각이 다 든다.

다음날 아침 A노인이 찾아왔다. 그는 다짜고짜 말을 꺼낸다.
“안 되겠습니다. 이런 일을 하지 마십시오. 이런 일을 하면 당신뿐만 아니라 소개

하는 사람도 쇠고랑 찹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기자라는 사실을 눈치 챘을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오늘 물건 보고 대금 치르고 배편을 알아보기로 한 것 아

니었습니까.”
“이런 일을 하면 금방 들통납니다. 어제 일만 해도 그 사무실 사람들이 우리가 한

대화 내용을 다 알고 있습니다. 이 바닥에서는 이야기가 금방 샙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떼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오후에 다시 만

나기로 하고 노인을 돌려보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작

전상 후퇴’. 더 머물러 있는다고 해서 진전될 가망은 없었다. 정보가 샜거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는 A노인이 이런 반응을 보일 리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A노인

과 접촉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선’(線)이 한번 잘리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이상 하루빨리 블라디보스토크를 뜨는 것이 유리했다. 당연히 화물선을 타고 부산

으로 가는 계획도 취소였다. 안전한 비행기로 부산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 A노인을 만났으나 그의 의사는 변함 없었다.

국경수비대에 붙들리다

곧바로 노인 몰래 ‘블라디보스토크 에어라인’ 사무실로 찾아가 부산행 비행기표

를 예매했다. 이곳에서는 부산 직항 노선이 있다. A노인에게는 기자의 이후 위치를

노출하는 것도 위험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는 출입국 검색 시스템이 세 단계

다. 출국할 경우 먼저 세관을 통과하고 두번째는 출입국관리소다. 마지막이 국경수

비대로 이곳만 지나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국경수비대 요원은 현역 러시아군 장

교로 군복을 착용하고 있다. 아무 문제 없이 세관과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한 기자는

마지막 관문인 국경수비대에서 덜컥 제지당했다.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때 시각이 이륙 30분 전인 12시30분. 군복을 입은 요원은 기자의 여권을 가지고 공

항 2층으로 올라가더니 감감 무소식이다.

XF741편의 이륙 시각은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시각으로 13시 정각. 이륙 시각 20분

전인 12시40분까지 모든 승객이 탑승했는데도 여권을 가지고 간 요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검색대 요원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느냐”며 항의해도 고개만 내저었다.
“비행기 이륙시간이 다 되었다. 무슨 문제인가.”
“알 수 없다. 기다려 보라.”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이 틀림 없다. 입국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출국할 때

잡다니 ….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기자의 호텔 통화 내용을 도청했거나 A노인이 밀

고했거나,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사실 도청 가능성은 컸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었

다. 영어가 한 마디도 안 통하는 이곳에서 호텔방 아니고는 국제전화와 시외전화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전화를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 A노인은 공안과 연결되어 있

을 테니 밀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 모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통화했던 사람들

이 조사받을까봐 걱정이 앞섰다.

총을 확인만 하고 실제로 사서 배달시키지 않았는데도 문제가 될까. 구입해 밀수출

할 모의를 했다는 것을 시비삼으면 못할 것도 없었다. 하여튼 실제로 불법 무기를

구입했다면, 여기서 체포될 것은 분명했다.

비행기 이륙시간인 13시가 지났다. 다행히 비행기가 떠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블

라디보스토크 항공사 직원이 국경수비대 검색대 너머에서 부지런히 무전기로 교신

하고 있다. 비행기가 이륙해 버리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억류되어 조사받을 가능성

이 커진다. 10분이 지났다. 2층으로 올라갔던 국경수비대 요원이 내려왔다. 그는

여권을 돌려주지도 않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다른 요원과 몇 마디 주고받고는 다

시 2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13시20분. 무전기로 교신하던 항공사 직원도 이제는 보

이지 않는다. 비행기는 이륙한 것 같다. 태연한 척했지만, 서서히 초조해진다. 공

항은 이제 한산하다. 13시30분, 이제 체념 상태다.

순간, 여권을 가지고 갔던 수비대 요원이 다급하게 뛰어 내려온다. 통과 사인을 보

낸다. 붙잡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검색대를 지나니 직원들이 일사천리로 비

행기로 안내한다. 버스를 타고 활주로를 가로질렀다. 트랩을 뛰어올라 좌석에 앉으

니 13시40분. 앉자마자 XF741편은 시동을 걸었다. 영문을 모르던 승객들이 질문을

던졌으나 대답할 말은 없었다. 이 비행기의 좌석은 낡아서 등받이가 고정되지 않고

흔들렸다.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차고 올랐다. 부산까지 비행 시간은 2시간. 긴장

이 풀리자 스르르 잠이 밀려왔다.

국경을 청원경찰이 지키다니?

7월7일 오후 2시 부산 감천항. 장맛비가 지루하게 내리고 있다. 러시아 총기가 들

어오는 곳이 바로 감천항이다. 부산항의 여러 부두 가운데 러시아 배가 들어오는

곳이 이곳이다. 또 ‘강남 조선’이라는 수리조선소가 있어, 러시아 선박들이 수리

차 이곳에서 장기간 정박하기도 한다. 지난 4월17일 부산 영도에서 러시아 마피아

들이 총격전을 벌인 직후 각 언론이 이곳 감천항의 검색 시스템 문제에 대해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이곳이 얼마나 달

라졌을까.
오후 2시30분, 감천항 구평방파제쪽 구평초소.


구평초소는 가로 1.5m, 세로 2m 가량의 쇠그물이 쳐진 출입문이 유일한 차단장치다

.<사진 참조> 출입문에는 ‘밀수 신고는 국번 없이 125번, 총기류(도검 포함)·마

약류 및 생화학 테러 물질의 불법 반입을 금지합니다. 부산세관’이라는 경고문이

한글과 한자·영어·일본어·러시아어 등 5개 국어로 붙어 있다. 이 출입문을 넘어

서면 방파제를 따라 러시아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이 문이 국경인 셈이다. 그런데

도 이곳을 민간인인 낚시꾼들이 별다른 통제 없이 자유로이 출입하고 있었다. 이해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오후 2시10분, 구평초소 출입문을 자동차로 통과하니 우산을 든 경비 한 명이 차를

세운다. 복장을 보니 청원경찰이다. 청원경찰은 공무원이 아니라 아파트 경비원이

나 다름 없는 용역회사 직원이다. 법적으로 사법경찰권이 없는 신분이다. 이들이

국경 수비에 대한 감각이 있을 리 없다. 이들에게 국가공무원 수준의 사명감과 책

임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경찰 간부는 “청원경찰은 밀수업자들과 더

결탁하기 쉽다. 청원경찰이 돈을 받고 밀수를 할 수도 있다. 당국에서는 경비를 절

약하려고 감천항 경비에 청원경찰을 쓰는 것 같은데, 이는 말도 안 된다. 감천항은

곧 국경이다. 국경을 이렇게 관리하는 곳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경비가 이런 실정

이니 총뿐만 아니라 마약 같은 온갖 밀수품이 상자로 들어와도 막아낼 수 없다. 또

고성능 총기는 전부 분해해서 들어온다. 총기 지식이 없는 청원경찰들은 이런 물품

에 대해서는 무방비”라고 꼬집었다

“낚시터 좀 보러 왔다”고 하자 구평초소를 지키던 청원경찰은 무신경하게 차량을

통과시킨다. 트렁크를 열어보지도, 차 안을 조사하지도 않는다. 탑승자를 내리게

해서 몸을 뒤지지도 않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장부에 기록조차 하지 않는다. 출입

문 옆에는 컨테이너 건물이 두 채 서 있다. 첫번째 건물에는 청원경찰 2∼3명이 전

화기 하나 달랑 놓고 근무하고 있다. 다음 건물에는 세관원 2명이 근무한다는데 내

다보지도 않는다. 세관원은 사법경찰권을 가지고 있다. 세관 몫 컨테이너 건물은

문이 닫혀 있는데 내부에 직원이 없는 것 같다. 금속탐지기·컨베이어벨트·X레이

탐지기 등 국경이면 있을 법한 장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검색하는 청원경찰은

육안으로도 차 안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방파제를 천천히 달리니 왼쪽에 러시아 배들이 정박해 있다. 뱃머리에 ‘CAMAPA’

라고 씌어 있다. 녹슨 선체 위에서는 비에 젖어 후줄근해진 백·청·적 러시아 삼

색기가 휘날린다. 러시아 선원들이 이쪽을 내다본다. 사진을 찍으니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조금 더 전진하니 한국 민간인들이 낚싯대를 늘어놓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

다. 이곳에서는 국경을 통과한 구역에서 민간인들이 러시아 선박 바로 곁에서 낚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방파제 끝에서 승용차를 출입문쪽으로 다시 돌렸다. CAMAPA호의 러시아 선원들이

비 구경을 하고 있다. 자동차가 출입문에 도착했지만, 경비는 그냥 차량을 바깥으

로 통과시킨다. 기자가 탄 차량이 러시아 선원에게 ‘금지품목’을 받아 나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바깥으로 나오니 출입문 바로 옆에는 선술집이

늘어서 있다. 밤이면 러시아 선원들이 이 선술집으로 나와 술을 마실 것이다


이번에는 동쪽으로 차를 달려 감천항 2부두쪽으로 향했다. 오후 3시30분께 그 중

한 출입문을 택해 진입했다. “물건 좀 보러왔습니다” 하니 내리라고도 하지 않고

그냥 통과시킨다. 문을 통과하니 부두 안쪽에는 러시아 배들이 줄줄이 정박해 있다

. 대부분 수리 또는 한국과 교역하기 위해 들어온 배들이다. 이 배들은 길게는 석

달에서 짧게는 2∼3일 정도까지 접안한다. 인근 감천항 상가로 식료품을 사러 나갔

던 러시아 선원들이 우산을 받고 비닐 봉투를 든 채 배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

예 배와 출입문 바깥을 왕복하는 승합차도 눈에 띈다. 10t이 넘는 대형트럭도 쉴

새 없이 러시아 배와 바깥을 왕복한다. 부두 밖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고, 그 밖에

는 중고 트럭들이 수백 대 늘어서 있다. 모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출될 한

국 차량이다.

이 구역도 구평초소 안 구평방파제와 같이 감시 장비가 전혀 없었다. 기자가 자동

차로 30여 분 동안 러시아 배에 접근해 사진을 찍고 차를 세우고 했지만, 감시하는

인력과 장비는 아무 것도 없었다. 총기와 마약 같은 금지품목을 상자 채 넘겨받아

도 이런 상태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출입문도 허술하지만 이를 통하지 않고

야간에 철조망 바깥으로 ‘금지품목’을 던지면 속수무책이었다.

오후 4시께 기자가 탄 자동차는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한 출입문으로 향했다. 1.5t

타이탄 트럭 한 대가 앞서서 검문을 받고 있었다. 우산을 든 청원경찰 1명이 트럭

으로 다가섰다. 운전자를 확인하더니, 짐칸의 포장 비닐을 잠시 들췄다. 그는 정확

히 2초 정도 육안으로 짐칸에 잔뜩 쌓인 화물을 살피더니 다시 포장 비닐을 덮었다

. 트럭은 바깥으로 나갔다. 이 검색요원이 든 장비는 왼손에 든 우산 하나가 전부

였다. 이번에는 기자가 탄 자동차였다. 이 출입문은 30분 전 진입한 곳과는 다른

출입구였다. 마찬가지로 ‘그냥 통과’였다.

러시아 마피아나 선원들이 국내에 총기류를 반입하기 시작한 것은 6공화국 시절 러

시아와 수교한 뒤부터다. 부산경찰청 한 수사관의 증언이다.
“한·러 수교 이후 러시아 총기 반입에 대해 당국은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시 부산항에 러시아 선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부

산 영도 대평동의 선박 수리 공장 업주에게 ‘총을 사라’고 하는 러시아 마피아들

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주로 러시아 바이칼 권총이었는데 1990년대 초반 당시

가격이 권총과 실탄까지 합쳐 10만원 선이었다. 당시 수사기관들은 무방비였다. 지

금도 총기 반입에는 무방비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재 국내에 러시아제 총

기가 10만정 정도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부산경찰청 차원에서 적발한 것

은 한 건도 없다.”

살인범이 숨어도 대형 선박은 수색 불가능

현재 외국 국적 선박이 부산항에 들어오면 선박대리점(부산항에서는 영세업체 포함

300여 업소가 영업중)을 통해 입항 수속을 밟는다. 이 선박 대리점 직원들은 부산

세관에 외국 선박의 입항 사실을 신고한다. 현재 부산세관에서는 ‘해상감시1관실

’(중앙동)과 ‘해상감시2관실’(감천항과 대대포항)이 외항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으로는 수많은 외항선을 수색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부산항에 떠 있는 외국선박은 하루 평균 70∼80척 규모다. 부산항은 허브항(수십만

t급의 배가 들어오는 항구)이어서 이 배들은 거개가 몇만t 규모의 대형 선박들이다

. 이런 대형 선박들은 워낙 크고 내부도 복잡해서 수색은 거의 불가능하다. 살인범

이 특정 선박에 숨어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어도 큰 배 내부라면 찾아낼 수 없다

. 구조가 복잡해 세관 인력으로는 겁이 나서 수색도 불가능하다. 배가 워낙 ‘높고

깊기’ 때문이다.

또 이런 배들은 ‘통선’(通船, 부두와 큰 배를 연결하는 불법 택시와 같은 소형선

박)을 이용해 물건을 부지런히 부산항으로 실어 나른다. 이런 통선들은 거의 통제

할 수 없다. 외항선이 들어오면 통선으로 물건을 빼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앞서 말한 부산경찰청의 한 수사관이 다시 설명한다.
“특히 이 외항선들이 조선소에 수리하러 들어갔을 때는 감시할 제도와 인원이 없

다. 이 배가 조선소에 들어가면 조선소 경비한테 출입 책임을 맡길 수밖에 없다.

조선소에서는 담벼락을 통해 금지 물건을 바깥으로 던지면 아무 문제 없다. 총기

밀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현재 총기류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이 아니

더라도 선원 개개인 차원에서도 가지고 들어온다. 공항은 어렵지만 해상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영도에서 일어난 총격전 아니라 그 이상 가는 상황이 벌어져도 현재

시스템으로는 러시아 총기 반입을 막을 수 없다.”

구태여 이 수사관이 말한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기자는 7월7일 오후 내내 감천항

에서 경비가 선 출입문으로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었다.
다음날인 7월8일 보다 확실한 작전을 세웠다. 총기를 가지고 감천항을 뚫는 계획이

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기 전 시나리오는 러시아에서 총기를 구입해 화물선에

직접 싣고 이 배를 타고 부산항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이는 현지 ‘선’의 협

조 거부로 불발로 끝난 바 있다. 하지만 부산 현지에서 총기를 구입해 러시아 배에

접근해 무사히 세관과 출입국관리시스템을 통과해 나올 수만 있다면 불발된 시나리

오나 진배 없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트렁크만 열어 보고 ‘그냥 통과’

그러나 며칠 만에 부산 시내에서 실제 총기를 구할 수는 없었다. 대안을 낸 것이

모조 총기.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 깡통시장을 뒤져 경찰특공대가 쓰는 기관단총

MP5A3 모조품을 구했다. 승용차와 여성운전자 한 명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했다. 길

이 40cm 가량의 MP5A3 기관단총은 운전자 시트 밑에 숨겼다.

“7월8일 오후 1시40분, 모조 기관단총을 적재한 승용차를 부산 감천항 1·2부두와

3부두 사이에 있는 동편부두사무소 출입문 앞에 세웠다. 이 날도 가랑비가 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청원경찰이 차를 세웠다. 어제처럼 그가 든 장비는 우산뿐이었다

. 운전자는 신분증을 보여주며 부두에 “까나리(생선의 일종) 보러 왔다”고 검문

요원에게 말했다. 검문요원은 운전자는 그냥 두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기자에게 “

신분증을 가지고 내려서 사무실로 들어와 출입증을 받으라”고 말했다. 하루 전인

7월7일보다 조금 까다로운 대접이다.

기자는 운전자인 여성의 주민등록증을 빌려 동편부두사무소로 들어갔다.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같은 회사 직원 신분증밖에 없는데, 죄송합니

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럴 경우를 대비해 감천항의 한 냉장회사 이름, ‘까나리’를 실은 선박명을 준비

하고 있었지만 그냥 “물건 보러 왔습니다” 라고만 대답했다. 사무소 안의 청원경

찰은 더 캐묻지 않았다. 별다른 주의도 없이 그는 여성의 신분증을 받고는, 신분증

에 나와 있는 이름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는 연락 전화번호를 묻는다. 휴대전화번

호를 대니 확인도 하지 않고 출입증을 내준다. 출입증을 받고는 정면에 있는 문(門

)자 형 검색대를 통과한 뒤 밖으로 나와 옆에 서 있던 자동차에 탑승했다. 걸린 시

간은 2∼3분 정도. 이 기<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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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11-06-13 09:14
   
무섭네요...이거 국가는 모하고 있는건지..
소설 11-06-15 18:34
   
기자가 3류쓰레기 소설을 많이 읽은듯하군
폭력을 권력으로 봤을때 총은 누구나 가질수 있는 신권력이다
너가 조폭이면 양아치랑 권력을 나누겠니 생각좀 하고 글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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