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정식산성(山頂式山城)
산정식 산성을 몇 가지 입지적인 특징을 가지고 구분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산중복보다 높은 위쪽에 잡았으며 산봉우리를 둘러싸서 마치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것처럼 원형으로 성벽을 구축한 것을 테뫼식이라 할 수 있으며, 정약용의 산봉형과 마안봉형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산봉형은 하나의 봉우리를 포용하고 있는 산성의 형식으로, 이 산봉형으로 산성을 구축하게 되면 성벽이 산정상 아래 부분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적이 공격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외부의 적에게 노출될 염려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성 내부에 사람들이 거주할 수가 있는 평탄지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수원의 확보 등에도 난점이 있어 많은 병력이 장기간 주둔하기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하나의 봉우리를 포용하고 있는 산성은 대체로 연락용, 감시용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마안봉형은 인접하여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를 연결하여 산성을 축조하는 형식으로 산봉형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형식이라 하겠다.
둘째는 평탄하게 생긴 산정상부를 둘러서 구축한 경우는 순수한 산정식이라 할 수 있는데, 정약용의 고로봉식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 산정식으로서 체성을 축조하게 되면 성벽이 산의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적의 공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 내부의 동정이 적에게 노출될 염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는 산정상부에서 성벽이 시작하여 산능선을 따라 내려와 한쪽 산복에 걸쳐 완만하게 경사된 지형을 이용하여 비교적 넓은 면적을 포용하고 다시 산능선을 따라 산 정상부로 올라가며 구축된 것을 산복식이라 할 수 있겠다.
정약용의 사모봉형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 형식은 테뫼식 및 산정식산성의 단점인 성 내부의 공간 확보 및 수원 확보 등의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산복식산성 내부에는 많은 병력의 장기적인 주둔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지는 수 개소의 건물지가 반드시 발견되고 있다.
또한 산복식산성은 거의 대부분이 석축기법에 의하여 축조되었다는 것을 또 하나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이 형식은 테뫼식이나 산정식산성보다 뒤늦게 출현한 형식이라고 하겠다.
또한 산복식산성은 포용하고 있는 면적의 규모에 따라서 그 내부에는 조그만 계곡을 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종종 포곡식산성과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넷째는 평탄한 산정상부를 이용한 산성들 중에는 평지에 고립된 낮은 구릉상에 입지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이 범주에 속하는 산성의 특징은 낮은 구릉 위에 자연적인 지형을 이용하여 성벽이 축조되어 있으나 문지 및 수구가 평지에 접근하여 시설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성곽을 평산성(平山城) 또는 구릉성(丘陵城)이라 할 수 있다.
2) 포곡식산성(包谷式山城)
포곡식산성은 성내에 1개 또는 그 이상의 계곡을 포용하고 그 주위를 둘러싼 산줄기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구축하였다. 따라서 성벽의 통과선은 산 정상부에서 능선을 따라 평지에 이르며 이 성벽은 다시 평지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부에 오르게 되며 그 기복에 있어서 보다 변화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포곡식산성의 평면형태는 원형 또는 타원형을 띄고 있는 테뫼식 또는 산정식산성과는 달리 불규칙적인 부정형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계곡을 흐르는 수류(水流)는 한곳으로 모아져서 평지에 가까운 위치에 시설된 수구(水口)를 통하여 성외로 유출하게 된다. 따라서 성내에는 연못이 한 곳 이상 설비되게 된다.
이 형식은 내부에 넓은 평탄지와 계곡 및 수원을 포괄한 축성법인 만큼 전자의 산정식보다 훨씬 광대한 규모를 이루고 있어 보다 많은 인원이 성 안에서 장기간 주둔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구려 성곽에서 많이 볼 수 있다.
3) 복합식산성(複合式山城)
산정식과 포곡식의 두 형식이 결합해서 성립된 유형을 복합식산성이라고 한다. 이 산성은 규모에 있어서 협소할 수밖에 없는 산정식산성에, 어떠한 목적에 의해서 그것을 크게 확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바로 인접된 지형에 포곡식산성을 접속하여 개축함으로서 만들어진 새로운 형식의 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조사결과 밝혀진 유적으로는 직산 사산성, 서천 건지산성, 남양 당성, 부여 부소산성·석성산성의 5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발굴조사에서 부소산성은 포곡식산성이 백제시대에 축조되었고, 군창지 소재 테뫼식산성과 사비루 소재 테뫼식산성은 모두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되었음이 밝혀져, 이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거론되고 있다.
[출처] 『조선고적도보』로 본 남한의 성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