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18-06-09 21:18
[기타] 黑 검은 용이 휘도는 白山黑水의 땅
 글쓴이 : 관심병자
조회 : 1,943  

http://shindonga.donga.com/3/all/13/1024194/1
 
김용한 
● 1976년 서울 출생 
● 연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Techno-MBA 전공
● 前 하이닉스반도체,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
 

여행 가이드북의 대명사 ‘론리 플래닛’은 헤이룽장 여행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로 중국 최북단 마을 모허(漠河)를 꼽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장엄한 오로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보라.”

하지 무렵 오로라를 볼 확률이 가장 높고, 이때 오로라 축제(北極光節)가 열린다고 했다. 나도 생애 처음 오로라를 보길 기대하며 한번 가보려는데 마침 모허에 갔다 온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모허에 하루 이틀 머무른 게 아니라 제법 오래, 한 달이나 있었다고 했다.

“그럼 오로라 봤어?” 

“못 봤어.” 

“한 달이나 있었는데도 못 봤단 말이야?” 

“내 친구 아버지는 사오십 년을 모허에 살면서 오로라를 딱 두 번 보셨대.”

“그런데 매년 하지에 모허에서 오로라 축제가 열리잖아?” 

“거짓말이지(騙人).” 

그는 친절하게 조언을 계속했다. 

“오로라를 보고 싶으면 캐나다, 러시아, 북유럽에 가봐. 중국에선 보기 힘들어.”

생각해보니 론리 플래닛도 오로라를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보라”며 사람을 현혹한 것이다. 가이드북의 대명사 론리 플래닛도 결국 중국의 상술과 타협한 걸까.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약칭은 ‘검을 흑(黑)’ 자다. 세계에서 10번째, 중국에서 장강, 황하 다음으로 긴 흑룡강에서 따온 약칭이다. 흑룡강은 이름 그대로 검은 용처럼 동북아시아를 휘감고, 양대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가른다. 그래서 중국 이름은 흑룡강이고, 러시아 이름은 아무르(Amur) 강이다.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소설 ‘공격(Attentat)’에서 “‘아무르’는 프랑스어로 ‘사랑’을 뜻한다”며, 아무르 강을 ‘사랑의 강’으로 해석한다. 

“강과 사랑의 닮은 점 중에 가장 놀라운 건,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야. 가뭄이 들면 얕아지고 심하면 없어져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 하지만 강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옛사람들이 왜 강을 신으로 섬겼는지 알 만하지.” 

감수성이 남다른 노통브답게 매우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실제와는 동떨어진 해석이다. 아무르는 ‘큰 강’ 또는 ‘검은 물’이란 뜻의 퉁구스어에서 나온 이름으로 추정된다.

추운 북방, 산은 항상 눈에 덮여 있어 희고, 차디찬 강은 검푸르다. 백산흑수(白山黑水). 만주 남쪽의 백두산과 북쪽 흑룡강은 동북의 자연환경을 상징한다. 중국인은 찬탄한다.

“흰 산이여, 높고도 높구나! 검푸른 강이여, 흐르고 또 흐르는구나!(白山兮高高,黑水兮滔滔)”

대흥안령과 소흥안령이 둘러쳐진 헤이룽장성에는 헤이룽강, 쑹화강, 우수리강이 흐르며 비옥한 토지를 만든다. 나선정벌에 참가했던 조선 무장 신류도 헤이룽장의 흑토 대지에 감탄했다.

“이달 6월은 지난 5월보다 가뭄이 더 심했다. 그런데도 밀, 보리, 수수, 조 등 밭곡식이 말라 죽지 않는다. 이곳 땅이 얼마나 기름진지 알 만하다.” 

흑수(黑水)가 흑토(黑土)를 적셔주는 흑색의 헤이룽장은 황하(黃河)와 황토(黃土)가 어우러지는 황색의 중원과 색채부터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원과 이질적인 이곳에는 누가 살았을까. 중국 사서는 만주의 북부에 살던 이들을 ‘숙신(肅愼)’이라고 기록한다. 숙신계는 읍루(挹婁), 물길(勿吉), 말갈(靺鞨), 여진(女眞) 등 쟁쟁한 종족을 포괄한다. 남부의 예맥계(고조선·고구려), 서부의 동호계(거란·몽골)와 팽팽하게 겨루던 세력이다. 

그러나 숙신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헤이룽장에는 다우르족, 허저족, 오로첸족, 에벤키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산다. 중국의 소수민족 분류는 엄밀한 문화인류학적 분류라기보다 행정관리를 위한 편의적 분류의 성격이 강한데도, 이처럼 여러 집단으로 나눈 것은 동북방 일대 민족들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옛날에는 부족마다 성격이 상당히 다르고 독립성 역시 더욱 강했을 것이다. 그러니 ‘숙신’이란 말은 ‘북만주 일대에 살던 온갖 사람들과 세력들’을 통칭한다고 생각하자. 

삼림이 빽빽한 추운 북방의 산에 살던 이들은 생존을 위해 농사·채집·수렵·어로·목축 등 매우 다양한 활동을 했다. 만주 삼림의 유목민은 몽골 고원의 유목민과도 크게 달랐다. 몽골 유목민이 소·양·말을 키우며 초원의 풀을 뜯게 했다면, 만주의 에벤키족은 순록을 키우며 삼림의 리트머스 이끼를 먹게 했다. 

헤이룽장 모허 출신 작가 츠쯔젠(遲子建)의 소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에서 에벤키족의 순록 예찬을 들어보자. 

“순록은 머리는 말을 닮았고, 사슴처럼 생긴 뿔, 나귀 같은 몸집에 발굽은 소와 비슷하다. 말과 흡사하지만 말이 아니고, 사슴과도 비슷하지만 사슴이 아니고, 나귀와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나귀도 아니고, 소 같기도 하지만 소도 아니었다. 한족은 이러한 모습을 두고 ‘사불상(四不像)’이라고 불렀다. 순록은 말머리처럼 위풍당당하고, 사슴의 뿔처럼 아름답고, 나귀의 몸처럼 건강하고, 소발굽처럼 강인하다.” 

숙신의 용맹함과 뛰어난 궁술은 멀고 먼 중원까지 알려졌다. 공자는 새에 꽂힌 정체불명의 화살을 보고 숙신의 화살임을 알아맞혔고, 진수도 ‘삼국지 동이전’에서 숙신의 후예인 읍루(挹婁) 사람들은 대부분 용감하고 힘이 세며 활쏘기에 뛰어나다고 했다.

숙신 땅은 부여보다 훨씬 춥고, 인구는 적고, 통일국가를 이루지 못했다. 진수는 읍루에 “대군장(大君長)은 없고, 마을마다 대인(大人)이 있다”고 했다. 즉, 통일된 지도자가 없고 마을 단위로 족장이 있을 뿐이었다. 국가체제를 정비하지 못하고 군소 부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다. 훗날 부여와 고구려가 헤이룽장까지 영향력을 미치기는 했지만, 헤이룽장을 중심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헤이룽장을 중심으로 삼은 첫 국가는 발해다. 고구려 멸망 후 만주는 당·돌궐·신라의 세력이 미치지 못해 힘의 공백지대가 됐다. 698년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규합해 요동에서 탈출한 후 지린성 둔화시 동모산에 이르러 발해를 건국했다. ‘동북의 왕자’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명분은 만주 일대의 호응을 얻었다. 727년 무왕은 성공리에 주변 세력을 통합했음을 일본에 알렸다. 
“열국(列國)을 주관하고 제번(諸蕃)을 거느려 고구려의 옛 땅을 회복하고 부여의 풍속을 잇게 되었다.” 

발해는 흑수말갈·당·신라의 도전을 물리치고 동북의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안정되자 발해는 당나라의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도를 정비해 내실을 다졌다. 

755년 당나라에서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자, 756년 문왕은 상경용천부(헤이룽장 닝안현)로 천도했다. 안록산은 3개 절도사를 겸해 허베이·랴오닝·산시(山西)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발해는 안록산의 습격을 우려해 방어에 더 유리한 상경으로 천도한 것으로 보인다.

상경용천부는 넓은 평야지대에 무단강(牡丹江)과 징푸호(鏡泊湖)를 끼고 있다. 무단강은 쑹화강 최대 지류이고, 징푸호는 95㎢ 면적에 오늘날에도 40종의 물고기가 사는 천연 저수지다. 이처럼 상경용천부는 강·호수·산으로 둘러싸여 농어업과 방어에 유리했다.

마침 8세기는 지구적 온난기여서 추운 만주에서도 농경·목축 여건이 좋아졌다. 안록산의 난 이후 기운이 크게 쇠퇴한 당나라는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대내외적 호재가 겹쳐 발해는 ‘동방의 풍요로운 나라(海東盛國)’가 되었다. 발해 영토는 고구려의 두 배에 달했고, 상경용천부는 당시 아시아에서 당나라 장안성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 상경용천부의 둘레는 16km. 600년 뒤에 세워진 조선 한양(둘레 18km)보다 조금 작을 뿐이다.

이런 재원은 어디서 나왔을까? 발해 특산품인 가죽·모피·인삼·꿀을 수출한 덕분일 것이다. 920년 일본 왕자가 담비 모피옷을 여덟 벌이나 겹쳐 입고 발해 사신을 맞이했을 정도로 모피는 고귀함의 상징이었다. 

국력이 충실해지자 문화도 발전했다. 발해는 당나라에 60번 이상 사신을 파견해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였으며, 빈공과 급제자도 신라 다음으로 많았다. 당나라 시인 온정균은 당나라를 방문한 뒤 귀국하는 발해 왕자를 전송하며 노래했다.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도배시러 18-06-09 21:56
   
수서 말갈편에 나오는 백산말갈이 도태산 지역 - 하얼빈
하얼빈 서쪽이 흑수/속말수/혼돈강 속말말갈 지역으로 봅니다.
 
 
Total 2,14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32 [기타] 15~16세기 중앙유라시아 역사 관심병자 07-05 1038
1931 [기타] 유년기부터 문화재 식별 관련하여 교육이 필요해 보… 조지아나 07-04 660
1930 [기타] 훈민정음 금속활자 부정하는 분도 있군요, 일본 조… (2) 조지아나 07-01 1466
1929 [기타] [CBS]"위대한 발견" 피맛골 금속활자 발굴기 (ft. 신고 … 조지아나 07-01 1134
1928 [기타] 인사동 금속활자 발굴된 인근장소 금속탐지기로 문… 조지아나 06-30 1036
1927 [기타] 인사동 '세종의 꿈' 한글 금속활자 발굴 / YTN 조지아나 06-29 898
1926 [기타] 청, 조선 국명 분쟁 (5) 관심병자 06-25 1554
1925 [기타] 6.25전쟁 관심병자 06-24 738
1924 [기타] 동아게에 감사 드려야겠네요. (18) 엄근진 06-19 1133
1923 [기타] 청나라 건국신화에 나오는 태조 이성계의 부하 관심병자 06-18 1562
1922 [기타] 제목만 봐도 답안나오는 그채널영상들 (2) Marauder 06-18 891
1921 [기타] 한국에서 금나라 관련 드라마 제작 (37) 조지아나 06-17 2238
1920 [기타] 기묘한 토종 괴물과 더 기묘한 조상님들의 생각들 관심병자 06-17 1234
1919 [기타] [삼국지기행] 가정편 2ㅣ마속은 산에 올라가야 했습… 관심병자 06-16 751
1918 [기타] 스탄 과 땅, 훈민정음 (2) 관심병자 06-16 1511
1917 [기타] 러시아 연해주 발해 유적지 한,러 공동 발굴 진행… (4) 조지아나 06-13 1983
1916 [기타] 흉노인 김씨의 나라 가야 (8) 엄근진 06-05 2431
1915 [기타] 말갈족 가설, 추측 (3) 관심병자 06-05 1996
1914 [기타] 말갈박사의 말갈이야기 (1) 관심병자 06-05 1376
1913 [기타] 도서관 희망도서 서비스 엄근진 06-04 794
1912 [기타] 동아게에 오는 일본 넷우익들 (3) 감방친구 05-25 1665
1911 [기타] 여기는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도서관 같아유 (3) 양산한주먹 05-25 962
1910 [기타] 인도문화,풍습, 음악 동일,유사하다. (ft.단동십훈_고… (4) 조지아나 05-25 1165
1909 [기타] 터키어와 한국어 비슷한 어휘 _ 만두, 보자기, 부엌,… (4) 조지아나 05-24 1708
1908 [기타] 고려·조선에 정착한 중국의 왕족들, 한국 성씨의 시… (4) 관심병자 05-23 2064
1907 [기타] 100 리 거리 감각 (1) 감방친구 05-08 1708
1906 [기타] 이덕일에 대한 비판이 재야에서도 나와야 합니다 감방친구 05-08 1516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