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과 프로야구 SK와이번스 홈구장이 있는 문학동에
문학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고 그 정상에 문학산성이란 유적이 있습니다.
해발 2백미터인가 되는 동네 구릉 수준의 산이지만
서해안 평야구릉지대인 인천 일원에선 제법 높아뵈는 산이죠.
제가 학생 시절 찾아갔을때는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어서 산성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그곳의 전설에 비류가 와서 성을 쌓았다 뭐 그런 이야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이러한 류의 전설에 비교적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문학산성이 비류가 와서 쌓은 성이라고 해서
인천 문학동을 비류가 세운 나라의 수도로 비정하는 것은 대단히 심한 비약입니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과거 지형 기준으로나 현재 지형 기준으로나
그곳은 일국의 수도가 들어설 만 한 곳이 아닙니다.
연안항로 교통로상의 거점 정도는 생길 수 있는 곳이지만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
비류가 미추홀에 도읍하였다는 기록과
'미추홀은 仁州다'라는 기록 때문에
비류나라 수도=미추홀=인천으로 오래 전부터 무신경하게 굳어져 온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인천이란 도시는 인구 규모로 보면
현재 한국에서 제3의 도시이고, 조만간 제2의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아주 일천한 그야말로 근본없는 동네죠.
그래서 뭔가 지역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지자체에 있는 꼰대들이
미추홀이란 호칭과 비류 전설에 집착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지자체에 담당 학예사가 있고 그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인간이라면,
'미추홀구'라는 이름은 부적절하고 '문학구'나 '주안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을 겁니다.